사이드 프로젝트_시작 편
시작을 하는 것에 많은 할애를 했다. 그만큼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운 것이 사이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지금 하지 않아도 내 생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작하면 시간과 돈, 체력이 나갈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피드백은 언제 올지 모른다. 그러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지 않으면 내 가능성은 영원히 내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상상이 된다. 하지만 시작해서 제대로만 즐기면 평생 육지 생활만 하던 내게 미지의 섬으로 언제든 향할 수 있는 요트가 생긴다.
춤을 추는 사람을 보는 것과 춤을 추는 사람이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춤을 추는 사람만이 댄서가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부러워만 하지 말고 내가 꿈꾸는 사람이 직접 되어보자.
그러나 내가 꼭 피겨를 배우고 싶다고 김연아 선수처럼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매주 스케이트 장에 가서 초보 연습이라도 한다면, 나는 피겨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노래를 하고 싶다고, 조수미 선생님이 될 필요가 없다. 매주 노래를 하고, 작은 무대로 향한다면 나는 노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이드 프로젝트에서는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 얼마든지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다 보면 그 기회는 사라지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러니 지금이 가장 적기이다.
'이제 와서' '내가 뭘' '바쁜데' '다음에'라는 단어들은 지우자. 대신 '나라고 못할 건 없잖아', '열흘 안에는 반드시 시작한다', '이것을 해내고, 기뻐할 거다', '2개월 안에 마무리한다' 이렇게 진취적이고, 구체적인 숫자로 나를 되새기자.
사이드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그 순간이 너무 즐거울 수도 있고, 때론 고독하거나 절제하는 삶을 살아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그리는 대로, 회사가 만든 틀대로 살아지는 것이 아닌, 내가 직접 화가가 돼서 내 인생을 그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사실 다른 사람은 그저 물가의 구경꾼일 뿐이다. 나를 위해 물속으로 몸을 던지자.
이렇게 어렵게 시작하기로 결심한 사이드 프로젝트. 이제는 꼭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이때 의지가 매우 굳은 사람들은 시작과 동시에 계획대로 성실하게 몸을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범인인 나는 아쉽게도 꼭 해야 하는 일에 있어서는 '나'보다 '상황'을 믿는다. '나'는 때때로 정말 잘하지만, 그렇게 믿음직스럽지만은 못하다. 쉽게 포기의 여지를 주고, 자주 게으르고, 합리화의 귀제이다. 내게 정말 중요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떠올랐다면, 이번에는 '나'도 믿어야겠지만 또 다른 '슈퍼 장치'를 깔아보자. 모든 발걸음은 '내'가 옮기겠지만, 그가 눈치 볼 상대가 많아져서 나쁠 것이 전혀 없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불꽃을 지키기 위한 긍정적 파수꾼을 소개한다.
어렵게 시작하기로 결심한 사이드 프로젝트. 이 불꽃을 무조건 모닥불로 지펴야 한다. 그래서 빼도 박도 못하게. 내입으로 소문내는 방법을 강력히 추천한다. SNS, 지인에게 알리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SNS를 하지 않거나, 평소에 외향적이지 않거나, 말만 먼저 앞서는 사람이 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 방법을 쓸 수 있다. 말할 수 있는 상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1) 지인들에게 나의 각오를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알린다.
지인들에게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고 만나자고 한다. 그리고 역시 진지하게 나의 각오를 밝힌다. '나 6개월 안에 작가 될 거야.' 상대방이 호박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볼지도 모른다. 괜찮다. 다른 변명 말고, 뻔뻔하게 계속 차를 마시거나 밥을 먹으면 된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다시 한번 내 다짐을 뱉어라. 이렇게 10명에게 내 각오를 말해보아라. 첫 번째로 내게 10명이나 1:1로 만날 지인이 없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고, 두 번째로는 1:1 말하기의 강력한 효과에 다시 놀랄 것이다.
나는 한국 힙합을 좋아한다. 래퍼 도끼가 아주 초창기에 작은 무대에서 랩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지금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매우 작고 왜소했다. 하지만 노래를 할 때 에너지는 정말 멋졌다. 가사의 주 내용은 난 돈을 잘 벌고, 내 음악은 위대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도끼 스스로도 자신의 가사가 자신의 상황과 맞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무대를 마치고, 의아해하는 관객들에게 약간 민망하다는 제스처를 위트와 함께 남겼다. 관객도 하나의 또 다른 멋이라 인정하고, 그 무명의 래퍼에게 박수를 쳐줬다. 시간이 지나고 나는 그가 한 말을 다 지켜나가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나의 목표를 알린다.
지인들을 불러내기가 미안하다면, SNS에 남기는 것도 방법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건 그것은 잠시 미뤄두어라. 우선은 내 선언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는 사람이 그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아닌 사람보다 훨씬 높다는 이야기는 여러 책에서 읽어보았을 것이다. 많이들 인용하는 통계란 말은 그만큼 일리가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SNS를 통해 어떤 인연이 연결될지 모른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알리는 것만으로도 같은 관심사의 고수를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
'내가 앞으로 ㅇㅇ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이다.' 'ㅇㅇ을 이뤄내겠다.' 이렇게 내 인생의 공약을 걸고, 이를 지키기 위해 틈틈이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고 상상해보자. 그저 내 안에서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집중력과 실행력이 따라올 것이다.
SNS에 목표를 남길 때는 때론 위트와 함께한다면 더 좋다. 사람들이 내 목표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조언하거나 시샘할지도 모른다. 이미 내가 했다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목표인데도 말이다. '3개월 내에 롤렉스 시계 3계를 살 것이다.' 이런 각오를 남길 때는 위트를 잊지 말자. 하지만 그 효과는 대단할 것이다.
3) 시각화해서 내게 알린다.
인생이 한참 우울해질 때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하자 머리가 맑아졌다. 그때 학생 때 시나리오 전공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생각이 났다. 상업 영화에서는 시퀀스가 오르락내리락할수록 시나리오가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래서 쪽방에서 눈을 떴을 때 발에 닿을 듯 가장 가까이 보이는 벽에 이렇게 써붙여 놓았다.
'이렇게 살 수 있다니! 내 인생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매일 아침 이 강력한 문구를 보니 인생은 6개월 만에 정말 아름다워졌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다가올 나의 변화와 보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내게 알려라. 이때는 좀 허풍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아는 가장 강력한 언어로 나 스스로에게 목표를 각인시켜보자.
내가 뱉은 말에 절대 책임을 져야 하는 사황 만들기에 1등은 바로 사람을 모으는 것이다. 사람들을 모으면,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는 게임 시작에 앞서 먼저 주사위부터 던지는 방법입니다. 사람들의 기대가 있으니 내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스터디 모임을 만들 수도 있다. 같은 취향, 고민을 가진 사람을 모을 수도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을 모을 수도 있고, 특정 서비스/제품을 만들기 위한 사람들을 모아서 손을 모을 수도 있다.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채널은 첫 번째, 내 인맥을 이용하는 것이다. 내 비전으로 지인들을 모으자. 이미 서로의 특성을 잘 알고 있고, 연결도 되어있는 사람들이기에 간편하고 안전하다. 대신 더 철저한 약속과 목표가 있어야 프로젝트처럼 느껴질 것이다. 두 번째 간단한 방법은 지인들에게 또 다른 지은을 소개를 받는 것이다.
세 번째는 SNS, 블로그, 브런치 등 개인 채널을 통해 나의 지인과 지인의 지인을 모으는 일이다. 네 번째는 온라인 카페, 이벤트 플랫폼, 지역 커뮤니티,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를 모집하는 일이다. 어떤 사람이 올지 모른다는 것이 설렘이자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 중 나에게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되, 처음부터 10명 이상의 너무 많은 사람을 모으는 것은 지양하자.
우선 사람이 모였다면 꼭 기억할 것이 있다. 그 사람들의 시간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내 아이디어에 움직여 온 사람들은 사실은 매우 바쁜 사람들이고, 각자의 삶에서 매우 귀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작은 비전에 시간을 내고, 몸을 움직여 이곳에 온 사람들이다. 이 사실을 잊지 말고, 프로젝트로 함께하는 시간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프로젝트가 흐지부지 없어지는 것이 최악이다. 그러니 처음부터 장기간 모임 기간을 정하기 보다, 짧은 시즌1 구간을 설정하자. 서로가 잘 맞는다면 다음 시즌2를 기약하던지, 아니면 리프레쉬를 위해 새로운 기수를 모집하면 된다.
또한 최근에는 '첼린저스 - 전 국민의 목표 달성 프로젝트', '카카오프로젝트100'과 같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모아주는 플랫폼들도 상당히 잘되어 있다. 이를 이용해서 이미 모여진 동료들 틈으로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이래도 저래도 자신이 없을 땐 적은 금액을 쓰는 것도 추천한다. 대표적으로 최소한의 재료, 장비를 산다던가, 내 기준에서 적합한 등록금의 아카데미를 등록하는 것 등이다. 택배가 오거나, 첫 강의 날까지 유예기간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돈을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행하는 첫날 반드시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날도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다. 사놓고 한 번만 사용한 장비, 등록해놓고 한 달에 한번 갔던 헬스장. 매우 다양한 실패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기부천사를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다시 '소문내기' 단계로 돌아가자.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고, SNS를 통해 앞으로 내가 이 과정을 하나하나 알리겠다고 선언해라. 그것도 어렵다면 '사람 모으기' 단계로 돌아가 함께 그 목표를 이뤄낼 동료들을 구하는 것도 좋다. 이때 참가자들은 서로에게 자극제가 되어 주어야 한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불꽃을 가장 강력하게 옮겨 붙이는 방법이 바로 '계약'을 하거나, '공고 쓰기' 등의 작은 계약을 하는 방식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로 한 사람들끼리 서로 약속을 지키자는 작고 귀여운 계약을 할 수도 있고, 동업 계약서를 쓸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자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는 방법도 있다. 물론 이때는 어느 정도 구체적인 프로젝트 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중들에게 어떠한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모집 공고, 구독 서비스 오픈 등도 일종의 소비자들과의 계약이 될 수 있다. 무조건 지켜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는 분명하다. 계약 위반이 되지 않기 위해 프로젝트를 어떻게 해서든 성사시켜야 되기 때문이다.
와디즈를 통해 1억 원의 수익을 얻은 '라이프쉐어 대화카드'는 한 위스키 회사의 시음회에서 시작됐다. 당시 와디즈를 통해 지인들이 성공적인 펀딩을 많이 진행한 상황이어서 난 그것이 몹시 부러웠다. 하지만 라이프쉐어는 무형의 대화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무언가 팔 제품이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좋은 대화를 정량적으로 이끌어내는 최고의 대화 도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다만 그것은 생각일 뿐 언제 현실로 구현될지는 결코 알 수가 없었다.
위스키 시음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있던 와디즈의 황인범 이사님(당시 팀장님)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펀딩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나도 사실은 아이디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대충 설명을 듣더니 꽤 흥미롭다며 바로 펀딩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라이프쉐어 프로젝트 초창기였고,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했던 작은 약속은 며칠 뒤 굵직한 계약서로 돌아왔다. 조금은 떨렸다.
위스키 향이 너무 좋았던 탓인가, 지나가듯 뱉었던 말이 이제는 꼭 지켜야 할 현실이 되었다. 무조건 지켜야 하는 약속이기에 가장 강력한 수를 두었다. 그동안 라이프쉐어 캠프에 서너 차례 이상 참여했던 팬들 16명을 모았다. 사람들의 귀한 시간을 모았기에 어떻게든 책임을 져야 했다. 라이프쉐어 대화를 사랑하는 우리는 다행히 즐겁게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3개월이 지나 마지막 4명이 남았을 때 대화카드 100장이 모두 완성되었다.
첫 펀딩은 모든 것이 생소해서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라이프쉐어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대화카드를 세상에 선보이게 되었다. 이후 계약의 힘을 믿게 되었다. '나'는 너무나 쉽게 일을 연기한다. 안 해도 되는 이유를 만들기보다, '꼭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회사에서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은 계약을 먼저 하는 버릇이 생겼다. 이를 수습하면서 회사가 굴러가고, 프로젝트가 진행이 되었다. 그 사이 진짜 실력도 길러졌다.
물론 세상에는 대쪽 같고, 의지가 강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 나는 그런 분류의 사람이 아니었고, 나보다는 상황을 믿게 되었다. 계약의 단점도 무척 많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마음처럼 안되었을 때 그 책임도 져야 한다.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면 작은 계약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던져볼 만한 주사위이며, 무엇보다 나를 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