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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쉐어 Nov 15. 2016

옆 동네로 여행 가기

관점을 바꾸어 보았다. 여행은 시작되었다. 

지난 세 번의 연제 동안 신나게 관점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요. 오늘이 가장 기대되는 브런치입니다. 하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다시 한번 관점여행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관점여행이란 회사나 집과 같은 일상에서 바로 떠나는 일종의 착각 여행입니다. 관점을 바꿈으로써 익숙한 곳에서 낯섦을 즐기는 여행법이죠. 가깝게는 여행 간다는 기분으로 집 근처를 산책하는 것부터 해서 취미활동을 자기계발이 아니라 또 다른 큰 세계로 여행 떠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즐기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겠지만, 일상이 너무나 쉽게 무너지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꼭 필요한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6개월 남은 9박 10일 휴가만을 기다리며 주말 근무를 버티기에는 한 번 사는 이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오늘도 또 하나의 관점여행을 소개합니다. 바로 옆동네로 여행 가기입니다. 







1. 옆 동네로 여행 가기


우리나라는 사교육 강국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엄청난 관광 대국입니다. 방방곡곡 어디를 가도 숙박을 할 수 있는 곳들이 많고, 구경할 것들도 많죠. 게다가 좁은 국토 덕분에 조금만 버스를 타고 나가도 완전히 다른 풍경을 접할 수 있죠. 차를 타고 5시간을 달려도 똑같은 풍경만 펼쳐지는 미국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 말인즉슨 조금의 시간 투자로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죠. 하지만 오늘 이야기할 것은 이보다도 작은 여행 이야기입니다. 바로 옆 동네로 가는 여행. 기차나 비행기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지하철이나 버스. 심지어는 자전거로도 갈 수 있는 장소로의 여행입니다. 


사실 우리 동네에서 평소에 가지 않던 길로 10분만 걸어가 보면 전혀 다른 풍경, 다른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마포구에 사는 사람이 성북구에 간다면 얼마나 큰 변화가 생기겠습니까? 엄청난 세계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사실 꼭 떠나야 할 곳이 멀 필요도 없죠. 관점만 바꾼다면 옆동네로도 충분히 여행을 갈 수 있고, 해외여행에서 만큼의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관점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숙소를 잡는 것입니다. 


사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동네이기에 우리는 충분히 집으로 돌아와 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꼭 숙소를 잡으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여행은 숙소에 짐을 푸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곳을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가더라도 그날 돌아와야 한다면, 지하철이 끊길 걱정을 해야 다면 그것은 여행이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술을 마시거나 맛있는 것다가 놀다 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내 숙소가 있다면 우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집에 돌아갈 걱정을 할 시간에, 눈 앞에 수많은 새로움을 탐미할 수 있습니다. 시계를 보며 초조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 예쁘게 생긴 간판 이런 사소한 것들에 눈길을 주고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내가 다른 곳에 있음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여행은 그렇게 시작이 됩니다. 






2. 정말 가능할까요?


필자는 마포구 합정동에 살고 있습니다. 옆 동네로 여행 가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매달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해 여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연남동에서 숙박을 하며 여행했습니다. 수없이도 저녁 약속으로 다녔던 곳들인데 숙박을 했다는 이유로 완전히 풍경이 달라보였습니다. 좀 더 나아가 대중교통으로 20분 거리에 문래동과 북촌을 여행했습니다. 북촌에서는 1박. 문래동에서는 4박을 묵으며 여행했습니다. 관광객이 다 빠져다간 문래 예술촌의 밤 12시. 거주 예술인들이 거리에 나와 조촐한 잼(즉흥 합주)을 펼치던 풍경은 내가 완전히 다른 시공간에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좀 더 거리를 늘려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에 평창동에서 숙박을 하고 여행을 즐겼습니다. 인적이 드문 거리와 큰 갤러리들 사이에서 마치 멀리 유럽의 한 예술 도시에 와있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숙소를 잡았을 뿐인데 그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후암동 골목 여행



3. 북촌 한옥마을로의 1박 2일 여행 (집에서 지하철로 22분 소요) 


오늘은 북촌으로 여행 가기로 마음을 먹은 날입니다. 사실 어젯밤 결정한 일로 숙소도 어제 급하게 잡았습니다. 오후 4시에 끝날 예정이었던 일이 5시에 끝났습니다. 게다가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시간은 6시가 되었습니다. 붉은 해가 이제 슬슬 내려오려는 모양이더군요. 지하철을 탔습니다. 다행히 아직 퇴근 시간이 되지 않았는지 지하철은 군데군데 앉을자리도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합정역에서 안국역까지는 총 22분이 걸리더군요. 북촌이며 삼청동이며 워낙 많이 놀러 왔었기에 익숙한 길을 살며시 걸으며 올라갑니다. 크고 작은 갤러리며 현대미술관도 보입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오늘 이곳에 숙박을 할 예정이니 아침에 현대미술관의 첫 손님이 되어 미술관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여유로운 기분이 듭니다. 서서히 붐비려고 하는 삼청동 거리를 가르며 살며시 숙소를 향해 걸어갑니다. 여기저기서 재미있게 웃는 커플들이 많지만 오늘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나는 오늘 이곳에 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잠시 스쳐갈 그들보다는 좀 더 여유로운 기분이네요. 걸어서 10분, 15분 남짓 올라가자 오늘의 숙소가 등장합니다. 커다란 한옥 집입니다. 오늘은 평일에다가 관광객들이 붐비는 성수기도 아니기에 한산한 분위기입니다. 무거운 나무문을 살짝 열어봅니다. 그러자 탁 트인 네모 반듯한 중정이 펼쳐집니다. '와~'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집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사장님이 활짝 웃으며 다가오십니다. 오늘은 숙소에 저 말고는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 예약한 방은 아니지만 게스트하우스가 모두 비어있으니 가장 좋은 방에 머물라며 저를 안내해 주십니다. 그리고 사장님은 숙소의 기본 사용법을 알려준 뒤 조용히 돌아가셨습니다. 


북촌 한옥 게스트 하우스 전경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가지고 온 와인과 빵을 조용히 꺼내 아무도 없는 고요한 한옥 툇마루에 앉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혼자 여행 온 기분을 한 껏 즐깁니다. 고요한 시간이었습니다. 3, 4분 거리에는 관광객들로 붐빌 테지만 이 곳은 밖과 완전히 분리된 곳이었습니다. 저는 친구 한 명을 불렀습니다. 이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였죠. 우리는 감고당길 근처에서 삼겹살을 먹었습니다. 평소에 자주 종로며 안국역 등지에서 만나 저녁을 먹었지만 오늘은 기분이 다릅니다. 친구도 제 얼굴이 너무 평온해 보인다고 합니다. 이유는 당연히 제가 오늘만은 이곳의 로컬이기 때문이죠. 입에서는 나도 모르게 '우리 집'이란 단어가 튀어나옵니다. 단 하루지만 이곳이 진짜 우리 동네처럼 여겨집니다. 


친구와 헤어진 뒤 혼자 다시 북촌 거리를 걷습니다. 시간은 저녁 10시 40분. 관광객들은 모두 돌아간 듯 보였습니다. 거리에는 동네 사람들로 보이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은은하게 불이 켜진 몇몇의 상점 빼고는 거리도 조용합니다. 달은 밝고 날씨도 좋습니다. 불이 꺼진 테마파크에 나 혼자 들어와 있는 기분도 들고, 조선시대와 현대의 서울을 오고 가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오늘 이 거리가 모두 다 내 거라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놀러 왔을 때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평온한 즐거움이 가슴에 가득합니다. 다시 은은한 불빛으로 나를 반기는 한옥으로 돌아왔습니다. 나는 나와 2차를 즐기기로 합니다. 아직 와인은 반 병이나 남아있고 밤은 한참이나 이곳에 머물러 있습니다. 








4. 옆 동네 좋은 숙소 구하기 팁 


사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숙소를 구하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만 있다면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민박 넷, 호텔나우 등 다양한 직거래를 할 수도 있고, 다양한 가격 비교 사이트와 소셜커머스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숙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투명한 시스템 속에서도 분명 좋은 숙소를 구할 수 있는 팁들은 있습니다. 관점여행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좋은 숙소를 위해 저만의 팁을 알려드립니다. 


1) 가장 좋은 숙소는 친구 집.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즐거운 여행입니다. 그 지역에 머물만한 친구를 찾아보고 연락해보세요. 잊혀진 친구를 찾는 즐거움과 추억놀이라는 부가적 즐거움도 따라올 수 있습니다. 


2) 아마추어리즘을 쫓아라 

블로거들의 숙박 후기도 사실 참고를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아마츄어리즘을 찾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업자가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완벽한 숙소는 피합니다. 조금은 어설프고 리뷰가 많이 없는 숙소를 선호합니다. 이런 경우 좀 더 날것의 호스피털리티를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는 로컬을 느낄 확률이 높습니다. 이제 막 숙박 공유 업을 시작한 호스트의 경우 오는 손님이 모두 신기하고 감사해서 많은 것을 제공하려고 하고, 손님들과도 소통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사람 여행을 지향하기에 저는 이런 아마추어리즘을 쫓습니다. 그래서 나는 역에서 멀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숙소를 선호합니다. 물론 이런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피하면 됩니다. 반대로 깔끔하고 터치 없을 것 같은 곳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3) 남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국내 호텔을 주목하라 

저는 의외로 호텔에서 하루 이틀 쉬는 것을 좋아합니다. 도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고도 생각합니다. 최고의 시설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리고 호텔에 짐을 풀고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때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이렇게 우아한 곳인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 비싼 호텔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보통 해외여행이 몰리는 휴가철, 명절 시즌에 국내 호텔은 되려 프로모션을 할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를 노리면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관점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4) 아주 일찍 예약하기, 아주 늦게 예약하기

아주 일찍 예약했을 때 저렴한 숙소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아주 늦게 숙소를 예약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체크인 날짜가 하루 이틀 남았을 때는 숙소도 공실을 염려하여 가격을 내리거나, 가격협의를 원활하게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근 이런 원리를 이용한 호텔 어플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5) 매너가 여행을 만든다. 

여행을 떠나기 전, 머물 곳의 주인에게 정성스러운 자기소개와 인사글을 남겨보세요. 그리고 숙소의 호스트나 여행 중 만날지도 모르는 현지 사람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가져가 보세요. 숙박업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마음이 감동했을 때 하다못해 작은 현지 정보라도 더 주고 싶고, 남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멋진 경험도 제공할지 모릅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친구가 될 수 있죠. 너무 돈을 내고 서비스를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여행 중 만나는 모두가 여행자라는 마음이 최고의 여행을 만듭니다. 최고의 여행은 결국 그곳에 친구가 생기는 여행일지도 모릅니다. 



 '관점여행' 브런치 연재는 매주 KBS 2 Radio 'MUSIC PLUS'에서 오유경 아나운서님과 함께 소개되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 07:10 ~ 09:00 MUSIC PLUS으로도 놀러 오세요. 감합니다. 

http://smart.kbs.co.kr/radio/2r/mplus/program/index.html






관점여행을 좋게 바 주신 '북바이북' 덕분에 관점여행 워크숍을 열게 되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내 삶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난 일 년 동안 뭘 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꼭 한 번 참여해보시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사는 이야기하고, 조촐한 여행 이야기하면서 내 안에 관점여행을 떠나보아요. 

2016년 11월 22일(화) 상암동 북바이북에서 저녁 8시 입니다.

 < 북바이북 '관점여행' 번개 신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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