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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쉐어 Jul 05. 2019

아들러 심리학으로 바라본 라이프쉐어 커뮤니티

개입하지 않는 수평의 대화

파트너사로부터 연락을 한통 받았다.

라이프쉐어 워크샵을 하고 싶은데, 고민이 있다는 것. 


  



"이번에도 봉사자분들과 라이프쉐어를 나누고 싶어요."

"작년에 반응이 너무 좋았어서요."

"그런데 이번에 저희 회사 VIP가 함께 참여할 것 같아요.."

"이분도 말을 하고 싶어하실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에요. 작가님."  




순간 잠시 고민을 했지만, 답은 정해져있다는 걸 알게 됐다. 


"아 그럼 저희가 제안하는 방식은 어떠세요?"


"라이프쉐어 컨셉 자체가 계급장을 떼고, 사람 대 사람으로 돌아가서 대화를 나누는 거거든요."

"VIP분도 직급 소개나, 격려의 말 같은 것으로 시작하는게 아니라 라이프쉐어스러운 소개로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소한 고민이 있는 지를 나누면서 다른 참가자분들과 동등하게요."


"특별히 그분을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고, 봉사자분들과 섞여서 똑같이 랜덤으로 대화 짝이 매칭되면 좋겠어요. VIP와 동행하시는 분들까지 모두 같이요."


이렇게 대책없이 제안해도 되나 조금 걱정됐다. 하지만 그간의 여러 경험을 믿고 밀어붙여 보기로 했다. 


 

임팩트 베이스캠프 8기와의 라이프쉐어 캠프 (본문과는 관계없는 사진입니다)



"그래서 학생분들과 대화카드로 수평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모두가 수평한 인간 대 인간으로 사랑과 여행, 일과 동료에 대한 고민, 일상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나이나 직급같은 건 잊게될 거예요."


"오히려 모두가 수평하고 안전하다는 기분이 더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해줄거에요. 그런 식의 경험도 VIP분께 분명히 색다른 즐거움이 있을테고, 참가자들도 더 격없이 마음으로 교감할 수 있을 거예요. 분위기는 저희 라이프쉐어가 잘 이끄니 걱정하지 마세요."


라이프쉐어 <다이빙 클럽> 시즌 엔드 파티 
라이프쉐어 <다이빙 클럽> 시즌 엔드 파티

 


다행히 우리 팀을 잘 믿어주는 오랜 파트너와 이야기가 잘 되었다. 

그런데 전화기를 끊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정말 내 말에 확신이 있는가?'

'수평하게, 서로 개입하지 않고 나누는 밀도 깊은 대화가 어떤 연구된 효과가 있는걸까?'




라이프쉐어에서 호스트는 대화에 직접적 개입을 하지 않는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간의 갭(Gap)을 지키는 것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대화 속에서 상대에 대한 평가와 조언이 금지된다.

우리는 정이란 이름으로 너무 상대에게 쑥쑥 들어가기 때문이다.

대신 감정에 대한 공감은 많이 많이 하라고,

감정 스티커를 제작해 모두에게 나눠주곤 한다. 

  

또 영어를 쓸 때처럼 서로 수평적인 관계를 위해

최근엔 적극적으로 수평어(서로를 존중하지만, 형태는 반말)를 쓰고 있다.  

이 효과는 정말 드라마틱하다. 10대와 40대가 친구가 될 수 있다. 


라이프쉐어 호스트들은 이런 대화가 낯선 참가자들에게

우리 모두 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의견을 들어보고 분위기를 만드는데에만 집중한다. 


라이프쉐어 10주 인생토론 과정 <다이빙 클럽> 시즌 엔드 파티




라이프쉐어를 통해 많은 시간 동안 아름다운 교감의 대화를 지켜봐왔지만,

너무 경험으로만 쌓여진 믿음들이라 이에 깊이를 더하고 싶었다. 


이후 서점으로 향해 몇날 몇일을 책을 독파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많이 본다고 봤지만, 이렇게 시간을 잡고 보니 또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흐릿하던 안개가 걷히는 것 같았다. 


많은 책들 중에서도 가장 라이프쉐어의 가치를 잘 설명한 책은 울리히 슈나벨이 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그리고 고가 후미타게, 기시미 이치로가 쓴 <미움받을 용기>였다. 많이 알려진 책이라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책장을 넘기며 여러번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미움받을 용기




먼저 아들러의 심리학을 철학자와의 쉬운 문답 형태로 쉽게 풀어낸 <미움받을 용기>의 발췌문이다. 


개입이란 타인의 과제에 불쑥 끼어들어 "공부해"라고 하거나 "그 대학에 가야 해"하고 지시하는 걸 뜻하네. 반면에 지원이란 과제의 분리와 수평 관계를 전제로 하지. 공부는 아이의 과제라는 것을 이해한 상태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거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부하라고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공부를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스스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거라네


"말을 물가에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 과제를 하는 것도 본인이고, 과제를 하겠다고 결심을 하는 것도 본인이지. 


아이가 아니라 대등한 파트너가 자네의 일을 도와주었다고 생각해보게. 그러면 답은 저절로 나올 테니. 예를 들어, 친구가 방 청소를 도와주면 자네는 뭐라고 할텐가? 그래 일을 도와준 파트너에게 "고맙다"라고 인사하겠지. 아니면 "기쁘다", "도움이 됐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하거나. 이것이 수평관계에 근거해서 용기를 부여하는 방법일세.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타인을 평가하지 않는 것이네. 평가란 수직관계에서 비롯된 말이네. 만약 수평관계를 맺고 있으면 감사나 존경, 기쁨의 인사 같은 수순한 말이 나오겠지. 



라이프쉐어 대화 R&D를 위한 베타테스터들 (Lab)



라이프쉐어에서 감정이 더 열리고, '감사하다', '좋았다' 같은 감정 표현이 더 많아지는 것은 확실히 개입하지 않고, 수평한 관계를 전제하기 때문이었다. 프라이버시를 묻지 않고, 개입하지 않는 대화를 하는데 오히려 사람들은 전보다 더 가까워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gap이 서로를 더 안전하고 포근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라이프쉐어 다이빙 클럽이 계속될 수록 마치 내가 어린 아이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나를 덜 감출 수 있고, 순수하게 서로에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를 평가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렇게 안전한 커뮤니티를 이끌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이번에는 수평어 문화가 이를 많이 보완해준다. 수평어에 익숙해지면, 내가 저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점점 잊게 된다. 남에게 조언과 평가를 일삼는 소위 꼰대에 가까워지는 걸 예방을 할 수 있다. 또 그런 것을 호스트들이 먼저 앞장서서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렇게 참가자들은 조금씩 이곳이 안전하고, 바깥 세상과는 다른 마음이 쉴 수 있는 곳임을 인지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독일 과학 전문기자인 울리히 슈나벨이 쓰고, 12주간 독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의 발췌문이다. 


시간만 있으면 한가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이다. 사람들은 대개 여가 시간 중 많은 부분을 쉬지도 못하고 행복감을 키울 수도 없는 일에 매달린다. 하지만 휴식을 제대로 누릴 줄 아는 사람은 커다란 일을 벌여놓은 와중에서도 긴장을 풀고 즐거운 기분을 맛본다. 



휴식이란 밀도 있는 순간


결국 휴식을 누리는 기술은 자유 시간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달린 게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다. "휴식이란 밀도 있는 순간을 말한다." 이런 순간은 시간적으로 몇 시간 혹은 며칠까지 확장될 수 있다. 단 한가지에 집중하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누리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여성 사회학자 노토트니의 말이다. 그리고 이'자신만의 시간'은 아주 다채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밀도 있는 대화, 음악을 즐기며 맛보는 기쁨, 심지어 긴장감 넘쳐나는 사업 프로젝트 역시 '자신만의 소중한 시간'이다. 


요컨대 중요한 것은 나와 시간의 일체감이다. "휴식은 나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 사이의 일치를 뜻한다."



라이프쉐어 캠프 1인 기업가 특집
라이프쉐어 캠프 1인 기업가 특집
라이프쉐어 캠프 1인 기업가 특집 with 명상하고 앉아있네 이현정 선생님




라이프쉐어, 깊은 밀도로 나를 꺼내는 순간


라이프쉐어 커뮤니티의 핵심은 역시 밀도있는 대화이다. 안전한 익명이라는 마음의 안정이 취해진 다음부터 나누는 라이프쉐어링은 인생에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밀도로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상대에게 질문을 받고, 그와 말하는 대화의 형태를 띄지만 사실은 라이프쉐어에 몰입하게 되면 참가자는 몰입, 독백을 경험하게 된다. 


나와의 일체감이 월등히 높아지는 순간이다. 낯선 상대의 담담한 질문은 평소에 바깥으로만 향하던 시선을 내게로 돌린다. 그가 랜덤으로 뽑아서 건낸 '라이프쉐어 대화카드'에는 어떤한 편견도 감정도 없다. 그저 묵묵히 나와의 대화를 나누며 누군가는 나와 화해를 하고, 누군가는 내 안에서 슬픔 또는 사랑을 발견하기도 한다. 



밀도있는 나와의 대화가 끝나고 고개를 들면 앞에는 이제 더이상 낯설지 않은 상대방이 앉아있다. 한 사람이 자신과의 일체된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아름다운 일이다. 그 상대는 낯선 사람의 아름다움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그의 언어에서 나의 과거를 발견하고, 내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고, 부모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일순간 마치 그들은 서로를 매우 가까운 존재로 느낀다. 깊은 교감. 라이프쉐어가 주는 마법이다. 




10주 과정을 함께 끝낸 <라이프쉐어 다이빙 클럽 ME>



"어떻게 공부를 하지 않고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요?"


라이프쉐어 프로그램은 앞으로 다시 볼 일 없는 외국인 여행객들과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시간이 지나 한국 사람들이랑 하는 캠프로 발전하면서도, 많은 기업 파트너들과 함께 일하면서도 라이프쉐어는 일부로 철저히 경험주의, 현장중심을 고지했다. 그래서 처음엔 이 이야기를 들을 때 살짝의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커뮤니티에서 휴식하길 원한다. 그리고 많은 서포터들이 라이프쉐어의 제품을 펀딩하면서 또 다른 곳으로 밀도 있는 시간들을 각자의 가정으로 친구들 사이로 옮기고 있다. 라이프쉐어가 만들어가고 있는 세계관에 점점 더 큰 책임감을 느끼는 시점이다.  


그리고 다행히 그간 2년 6개월이란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와 붙이는 공부가 무척 재미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커뮤니티가 개인이 흔들리기 쉬운 이 세상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우리가 무엇에서부터 흔들리면 안되는지를 더욱 분명히 알 시기이다. 그래서 앞으로 팀원들과 함께 계속 공부를 해나갈 예정이다. 물론 만드는 사람이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가끔씩은 우리도 딱지를 떼고, 히피로 돌아가 낮잠을 자고 늦은 밤까지 불을 피우고 라이프쉐어를 하는 즐거움을 놓지 않을 것이다. 휴식의 고수가 되어 우리 함께 라이프쉐어 커뮤니티에서 수평어로 인사를 건내자. 


"안녕, 오늘 네 마음은 어때?"





[ 와디즈 펀딩 D-1 ] 라이프쉐어 대화카드 1.5세대 / 다이빙 노트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37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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