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사의 몽골 생활기
몽골, 울란바토르에 온지 두 달이 되어간다.
여행도 아니고, 출장도 아니고, 은퇴 후 정착을 위해 온 것도 아닌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이곳에서의 경험을 위해 온 것이기에 몽골의 문화를 관찰자가 아닌 참여자로서 경험하고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대학은 월급을 두 번 나눠서 준다. 매달 5일과 20일!
왜 이렇게 나눠주는 거지? 미국 스타일의 격주 시스템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몽골 지인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의 개인적인 의견) 몽골 사람들은 저축의 개념이 따로 없어서 한번에 주면 그때 다 써버린다. 그래서 나눠서 주는 것이다 라고 말해주었다. 이 말이 몽골 문화를 대변하지는 않겠지만.. 이곳에 와서 경험한 바로는 정말 그런거 같긴하다.
대학 직원들 월급이 약 80만 투그릿이다. 브랜드가 특별히 없는 겨울 신발이 10만 투그릿이다. 신발 하나사면 월급의 1/8이 나간다. 한인 식당 밥 한끼가 1만 투그릿이다. 한국으로 치면 80만원 월급 받으며 한끼 만원짜리 식사를 하는 것이다. 그들보다 나은 월급은 받는 나도 부담스러 못가는 이마트에 어떻하다가면~ 몽골 사람들 뿐이다. 이런 모습을 관찰하며 우리가 가진 경제개념과 이들이 가진 경제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여하튼 월급은 2주에 한번씩 받는다. 자~~ 그럼 이 월급을 어떻게 받느냐!!
바로... 바로... "현금 수령"이다.
5일, 20일 교수를 비롯한 교직원들은 학교 본과 1층의 원무과의 작은 창 앞에 서서 월급을 현금으로 수령한다. 모두가 기다려온 월급날이기에 때로는 줄을 서서 월급을 수령하는 모습도 연출된다. 본관에 대부분의 교실이 위치해 있기에 지나가는 학생들 사이에서 교수들이 줄을 서서 월급을 받고, 월급액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은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월급 수령은 꽤 오랜시간이 걸린다. 왜냐하면 우리 학교는 하루 3번 지문체크를 하는데 그 지문체크 결과에 따라 지각시 1분당 100투그릿의 월급을 깍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때문에 창문 앞에서 때아닌 언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번 수령날에 내가 얼마의 월급을 받는지 확인하고 그 종이에 싸인을 한 뒤, 바로 옆 창문의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계신 곳에 그 종이를 내밀면 아저씨가 현금을 현장에서 주신다.
교수들의 월급이 한국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비용보다 낮은 이곳이기에 수령하는 돈이 큰 돈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오고가는 복도 중앙에서 돈 뭉치를 받는 것이 여간 어색한게 아니다. 받은 뒤, 양복 안 주머니에 돈을 구겨넣는다. 퇴근 전까지!! 안전하게 지켜내자!!
이렇게 월급을 받는 것이 이색적이기도 하지만 그 경험은 한번으로 충분하기에 은행으로 받을 수 없느냐고 물어 보았다.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은행으로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라고 한다. 대학 인사팀의 허락(?)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다행히 학교에서 주요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덕분에, 해외에서 온 직원이기 때문에 인사과 직원분이 나에게 허락의 종이를 출력해 주셨다. 이제 은행에 가서 어카운트를 개설해야 한다.
이제 난 은행으로 받을꺼야라고 하니 다른 직원분이.. "넌 그럼 이제 월급 엄청 늦게 들어오겠다."라고 한다. 아 그렇구나!!
액수가 얼마이든 월급날은 행복하다.
액수가 얼마이든 월급이 늦게들어오면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