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만는
무궁화를 탄다.
가끔 친구들은 아직도 무궁화가 다녀?하는 놀라움의 표현을 하기도 한다. KTX는 다니지 않는 곳에 사는 촌 아이인 나에게 무궁화는 여전히 내게 가장 감사한 교통수단 중 하나이다.
서울행,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기차에 탔다. 내 자리에 앉아 쉬던 군인동생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옆자이에 화장실을 다녀오신 할머니가 앉으신다. 점심시간 무렵 탄 기차이기에 할머니는 여러 보따리중 하나의 보따리에서 직접 싸오신 떡, 음료를 꺼내신다. 판매용 봉지가 아닌 위생봉지에서 떡을 꺼내시는 모습을 보니 우리 할머니가 떠올랐다. 참 따스하셨던 우리 할머니를 떠올리고 있는데 옆자리의 할머니가 나를 툭툭치신다.
카스테라 하나와 싸오신 세개의 떡 중 하나를 내게 건내신다. 주름진 손으로 건내주시는 떡을 보자마자 그냥 눈물이 핑 돈다. 감사히 받아 주시는 떡은 할머니가 보는 앞에서 맛있게 먹었다.
급하게 가방을 뒤져 어머니가 서울가서 먹으라며 싸주신 약과 한봉지를 꺼냈다. 작은 약과가 가득든 약과봉지. 할머니는 한사코 괜찮다고 하신다. 꼭 가져가서 드시라고 가방에 넣어드렸다. 그제야 받으신다. 그러며 마지막 남은 떡 하나도 내게 건내신다. "저는 점심을 많이 먹고 와서 괜찮아요."하며 웃으며 사양했다.
할머니는 몇번을 만져보시며 약과를 가방 깊숙히 흘리지 않게 단단하게 넣으신다. 이 작은 과자가 할머니의 달콤한 간식이기를, 아끼는 손주, 손녀들에게 오늘 기차에서 만난 청년이 줬다며 나눌 수 있기를 바래본다.
빠른 KTX는 아니지만 오래된 무궁화호에서 나는 따스함을 느끼고 뭉클함을 느낀다. 그렇기에 난 무궁화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