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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D Jun 25. 2019

나는 왜 질적연구를 시작했을까? 나는 어떻게 질적연구자

질적연구 잡담

나는 왜 질적연구를 시작했을까? 나는 어떻게 질적연구자가 되었는가?          


나는 분명 숫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무언가 딱 맞는 것을 좋아하고, 명확한 계산을 좋아한다. 어쭙잖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는 사람이다. 그런 나는 지금 스스로를 질적연구자라 말한다.           


나는 왜 질적연구를 시작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할 수 있다. “지도교수님이 질적연구자셔서요.”

그럼 다른 질문, 나는 어떻게 스스로를 질적연구자라 (당당하게) 말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답은 참 어렵지만 짧게 말한다면 “내가 연구자로서 혹은 세상을 탐구하는 자로서 가지는 질문에 가장 적합한 (혹은 내가 수긍하는) 답을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질적연구이기 때문에 저는 질적연구자의 시각으로 탐구하기로 결정했습니다.”이다.           


연구방법이라는 단어는 석사공부를 시작하면서 처음 듣게 된다. 물론 요즘은 조기교육이 있는 시기라(대학원도 조기교육이 있나요..) 많은 학부생들도 연구방법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지만 여튼 나도 석사공부를 시작하면서 연구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양적연구자였다. 교육(공)학 전공자로써 내가 만드는 처치(Intervention)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그렇게 나는 많은 양적연구 수업을 듣고 내 석사 논문도 양적연구방법을 채택하였다. 내가 만든 학습플래너가 학생들의 자기조절능력(행동조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공분산 분석을 통해서 밝혀냈다. T검증만 하다가 공분산 분석을 함으로서 내 연구가 가지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정말 짜릿한 학문적 쾌감을 느꼈다. 석사공부 시절 통계를 담당하시던 교수님은 “SPSS가 아닌 통계를 알아라! 어떠한 데이터에 어떠한 통계적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결정능력을 가져라.”라는 접근으로 통계수업을 하셨다. 덕분에 정말 탐구하며, 수식을 보며, 이해가 우선되는 통계공부를 했다.           


그 사이에 내 학문적 멘토님을 만나 질적연구가 무엇인지도 모르며 그분이 수행하시는 연구에 보조연구원으로 질적연구를 수행해보았다. 그때 내 머릿속의 사전에는 연구방법=양적연구로 저장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합격한 5개의 대학 앞에서 나는 내가 끌리는 5개의 대학중 교육공학에서는 인지도가 가장 낮은 테네시 대학교를 선택했다. Social Justice를 강조하는 교육공학 그것하나에 끌렸던 것 같다. “학습환경 및 교육연구”라는 이 전공은 교육공학 연구에 있어서의 질적연구적 접근, 사회문제에 대한 교육의 역할 등을 탐구하는 교수님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질적연구에 노출되었다. 물론 첫 학기에는 해오던 연구방법을 이어 통계수업을 수강신청해서 들었다.           


대학원의 모든 수업은 관련주제에 대한 독립적 연구수행이 필수 과제로 동반되었다. 그 과제 수행을 위한 세부과제 중 가장 먼저하는 것은 바로 “연구문제”를 기술하는 것이다. 내가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현상)을 찾는 것, 내가 “문제”로 인식하는 (교육)현상을 찾는 것, 그 현상을 탐구하기 위한 연구질문을 만드는 것, 그 작업을 매 수업마다 수행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내가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다수 보다는 소수에 관심이 있었고, 완벽하게 통제되는 상황보다는 맥락이 활동하는 실제 상황을 탐구하고 싶었고, “무엇” 보다는 “어떻게”, “왜”라는 질문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질적연구를 본능적으로 끌려하는 사람이구나.           


연구방법의 선택은 지도교수의 연구방법, 학문적 영역의 특성, 사회문화적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학위를 논문 쓰기를 넘어 연구자로서의 연구방법의 선택은 그러한 것들은 아주 미세한 영향을 줄 뿐이다. 연구방법의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나”이다. 연구를 수행하는 자도 나이고, 그 연구방법을 통해 수행된 연구결과를 출판하는 것도 타인에게 설명하는 것도 나이기 때문에 연구방법은 나 스스로에게 납득이 되는 (최소한 나 스스로는 그 논리를 인정하는) 연구방법이여야 한다. 논문쓰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들을 만나 이야기 하다보면 그들의 상황을 듣고 또 듣다보면 그 원인이 (교수님과 의견차가 나는 원인이, 연구가 재미없는 원인이, 논문의 진도가 안 나가는 원인이) 바로 자신에게 적절한 연구방법을 선택하지 않음에 있음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들에게 질문한다. “왜 그 연구방법을 선택했는가에 대해서 ‘많이 쓰이는 방법이라서요’가 아닌 너의 이유를 말해줘.” 내가 왜 그것을 탐구함에 있어 그 연구방법을 선택했는지를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비록 의견은 다르더라도 너의 논리에는 고개를 끄덕여야 한다.           


연구문제가 선정이 우선인가? 연구방법 선정이 우선인가? 우문일 수도 있다. 주제별로 적합한 연구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방법의 선택이 나의 개인적 끌림(혹은 본능)이라고도 설명하는 나는 이미 내가 가진 연구방법적 시각을 가지고 현상을 바라보기에 연구문제가 이미 그 연구방법적 모양을 가지고 기술된다. 나는 질적연구자의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고, 그 시각으로 연구문제를 발견하고, 기술한다. 연구를 배워갈 때는 각각의 연구방법을 시도해보면 좋을 것이다. 그것이 반복된 후에는 자신만의 연구방법을 찾길 바란다. 나는 누군인가? 나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이 질문이 자신만의 연구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위의 질문은 질적연구의 시작함에 가장 어려운 과제인 자신의 인식론과 존재론을 명시화 하는 것과 관계가 된다. 질적연구 수행에 있어 가장 필요한 활동이지만 내겐 가장 어려운 활동이었다. 이거 하다가 질적연구를 포기할뻔했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나는 어떻게 질적연구자가 되었는가?” 양적연구에 대한 바른 배움이 있었기에 그 이해를 바탕으로 질적연구에 대해 공부했다. 그리고 그 배움의 결과에 알게 되었다. 나는 질적연구가 맞는 사림이구나! 참 심플한 답이다. 스스로가 납득하는 실플한 대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양적연구방법, 질적연구방법을 하나하나 공부해보길 바란다. 양적연구공부를 한다고 SPSS 활용기술만을 습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질적연구를 한다고 사례연구 챕터를 다 배웠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변수별 어떠한 양적연구기법이 적합한지 설명하는 그 표를 이해하고,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 연구를 수행하는 방법인 인식론, 존재론을 힘들어도 적어보길 바란다. 그 후에 “유명한”, “지도교수님이 하라고 하셔서”가 아닌 자신만의 근거로 자신의 연구방법을 말할 수 있길 바란다.           


이 글에서 감히 건방지게 “평균의 거짓말을 알기에 질적연구자가 되었습니다.”라는 건방진 표현은 하지 않겠다. 나는 질적연구를 통해 학문영역에 나아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문장들을 더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되었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나를 질적연구자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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