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연구에 대한 이해
시작되는 초기 질적연구자들을 위해
“시작되는 초기 질적연구자들”이라.. 그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추측은 사실상 쉽다. 아마도 그들은 1) 대학원에 처음 입학해서 연구방법론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이거나 2) 석사 논문으로 질적연구방법론의 채택은 고민 혹은 채택 당해(?) 수행해야 하는 이들일 것이다.
연구방법론이라는 것 자체가 대학원을 입학하며 연구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이들이 그때부터 싸우는 단어임은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정보, 뉴스를 통해서 언급되는 연구, 여러 가지 광고에서 활용하는 연구들은 다 양적연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질적연구”는 굉장히 낯선 개념일 확률이 높다.
석사과정을 하며 연구방법론 수업(양적연구에 대한 내용 80%, 질적연구 20%)을 들으면서 질적연구에 대해 들었던 생각은 “한 분야의 고수, 대가, 내공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연구구나.”였다. 그때는 질적연구를 “어떤 이(연구자, 저자)가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기술하는 연구”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질적연구는 젊은 학자들은 못하는 (실제로 한다고 하면 공격을 많이 당하는) 연구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서 깊이 있는 질적연구방법론 수업만 6개(교육학과, 지리학과, 광고학과에서 다 들어봄)를 듣고, 참 많은 질적연구 프로젝트를 참여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질적연구 학회에 참석하여 그곳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질적연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이 글에서는 초기 질적연구자들을 위해 내가 이해하는 질적연구를 정리해보려 한다. 물론 나도 아직 초기단계의 질적연구자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옆자리 짝꿍이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에게 “나는 이렇게~~”라고 말하는 느낌으로 질적연구에 대해 몇 가지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1. 질적연구 당신이 수행해도 됩니다.
“개인적 해석”보다는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로 질적연구를 이해하자.
질적연구를 연구자를 중심으로 설명한다면 (조금 극단적으로 설명한다면) 개인(또는 집단) 연구자가 현상에 대해 연구자 중심의 해석이다. 이러한 연구자 중심의 이해를 가지고 본다면 질적연구는 Level 1의 연구자가 수행하기는 어려운 연구방법이다. 하지만 난 이렇게 질적연구를 보는 것은 눈감고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은 일부분만 과장하여 보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존 교수님들이 연구를 처음 시작하는 석사생 또는 박사생들에게 “네가 어떻게 질적연구를 하니?”라는 피드백을 싫어한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질적연구의 진짜 의미는 그 목적으로 기술하자면 “현상 또는 사건에 때한 깊은 이해”이기 때문이다. 즉, 연구자 개인적인 해석인가를 따지는가를 떠나, 연구자의 나이를 떠나, 연구자의 수준 여부를 떠나 탐구하고자 하는 대상과 목적이 “심층된 (나아가 특정한 접근을 통한) 조사와 이해”가 필요한 경우이는 질적연구를 연구방법론으로 선택할 수 있다. 즉, 질적연구를 나의 연구에서 연구방법으로 선택하는 기준은 연구의 목적이여야 하고, 연구목적에 의해 질적연구의 채택이 타당하다면 당신이 질적연구의 대가가 아니라 할지라도 질적연구를 채택한 것에 당당하게 말해도 된다.
2. 질적연구도 과학적인 연구방법이다.
질적연구를 수행한 논문 심사에서 “일반화를 어떻게 시킬 것이냐?”라는 질문은 세상에서 으뜸가는 우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질문보다는 연구의 신뢰도를 물어야 한다. 앞서 질적연구를 “개인적 해석”이라고만 보는 시각으로 인해 질적연구가 가장 많이 공격 받는 것은 신뢰도이다. 개인적 해석이라는 측면은 오해는 아니다. 양적연구의 명확한, 반박할 수 없는 숫자의 증거에 비해 질적연구는 연구결과에 대한 연구자의 해석이 주요 산출물이다. 그러니 이런 염려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세계에는 정말 많은 질적연구자가 있다. 질적연구의 역사를 언제부터 설명할지 모르겠지만(Denzin 선생님이 쓰신 Handbook of Qualitative Research에 그 시초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긴 있다.) 여튼 엄청 오래되었다. 그 역사와 수 많은 학자들에 의해 질적연구의 신뢰도를 확보하는 수많은 기법들이 마련되었다. 질적연구를 공부해보면 알겠지만 숫자만 없다 뿐이지 질적연구의 수행은 단계별 더 많은 고민과 설명이 필요하다. 참여자를 어떤 전략을 통해 어떻게 구성했는지, 인터뷰 문항이 편향되지는 않았는지, 연구자는 자신의 분석적 시각을 설명하였는지, 분석(해석) 결과에 대해 말한 자의 컴펌을 받았는지, 자료의 유형과 양이 현상을 설명하는데 충분한지.. 정말 많은 것을 따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제대로 한편의 논문을 써본 이는 질적연구를 절대 쉬운 연구, 주관적인 연구, 과학적이지 않은 연구라고 말하지 않는다. 질적연구의 신뢰도 확보 전략만 보더라도 가장 대표적인 삼각검증은 물론이거니와 credibility(다양한 자료 유형 수집, 동료 검증, 직접 인용), dependability(각 분석방법이 제안하는 절차에 따른 분석, 질적데이터분석 소프트웨어 활용한 일관된 분석), authenticity(연구대상의 맥락 및 환경정보 수집, 설명, 반영)를 높이기 위한 수 많은 전략들이 개발되어 있다. 질적연구는 Scientific한 연구방법이다.
3. 연구방법론과 연구방법은 다르다.
질적연구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질적연구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접하는 오류가 연구방법론과 연구방법의 구분이다. “어떤 방법론을 채택하셨나요?”라고 물으면 “인터뷰요.”라는 답을 자주 듣는다. 연구방법론은 접근, 방향, 시각이고 연구방법은 전략, 도구이다. 인터뷰는 해당 연구가 가진 연구에 대한 접근이 아닌 데이터 수집을 위한 방법(도구)이다. 그렇기에 연구방법 기술 섹션에서 해당 연구의 접근, 연구방법론적 접근을 기술해야 한다. 단순히 인터뷰를 활용했다. 비교분석을 이용했다는 이 연구가 활용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전략이지 연구에 대한 접근이 아니다. 사례연구, 네러티브, 현상학, 근거이론, 문화기술지 이들이 대표적인 연구의 접근이다.
4. 질적연구 명서가 주는 함정이 있다.
가장 유명한 질적연구 서적은 무엇일까? 질적연구 세계에는 바이블 같은 책들이 몇 권 있다. 그 중 하나가 크레스웰 선생님의 Qualitative Inquiry and Research Design: Choosing Among Five Approaches이다. 질적연구 기초 수업에서 교재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책 중 하나이다. 이 책은 한국어로도 번역되어서 질적연구를 시작하는 이, 수행하는 이들에게 알찬 이해를 제공한다. 나 역시 이 책의 도움을 정말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함정이라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섯 연구방법의 설명과 프레임에 갇힌다는 것이다. 일단 이 책은 질적연구의 기초적 이해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방법론은 정말 그 핵심만을 제시하고 있다. 즉, 각 연구방법 중 하나를 나의 연구방법으로 채택하여 활용하기에는 이 책이 주는 이해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상학 연구만 해도... 이 책에 대한 이해(현상학의 정의와 특징)를 가지고 ‘그래, 내 연구목적과 유사해! 나의 연구방법은 현상학이야’하고 선택했다가는 연구자 혼자만 주장하는 현상학이 될 것이다. 책 한권 읽은 사람이 세상에서 젤 무서운데 한 권의 책이 일정 분량을 소모해 설명하는 연구방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구방법을 선택한다면 “왜 그 연구방법을 선택했나요?” 질문 앞에서 얼굴이 붉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더불어 질적연구의 접근는 다섯 개가 넘는다. 더불어 다섯 개의 접근 또한 그 안에서 다른 접근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질적연구의 이해를 위해 활용하되 이해를 바탕으로 선택한 자신이 채택하고 싶은 연구방법에 대한 심화된 학습이 요구된다.
5. 사례연구는 쉬운 연구방법론이 아니다.
앞선 주제에서 말하고자하는 것 중 하나가 “연구방법론의 정의가 그 방법론을 다 설명하지 않는다. 각 방법론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필요하다.”이다. 사례연구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사례연구는 아마 질적연구 방법론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연구방법이고, 그렇기에 사람들이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과연 그럴까? 쉽게 생각해서 “내가 몇 명을 인터뷰하기에 그게 사례이기에 나는 사례연구를 채택한다.”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은 사례연구 채택의 근거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사례연구도 그 결이 다양하다. 사례연구의 이론을 적립한 대표적인 학자들에는 Yin, Merriam, Stake가 있다. 이분들은 공통적으로 사례연구를 말하지만 이들은 다른 인식론적 접근을 가지고 사례연구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Stake는 구성주의 입장에서 사례연구를 설명하였고, Yin 탈실증주의적 측면에서 사례연구를 설명한다. 즉, 사례연구 안에서도 그 접근법이 다를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논문에서 “나는 사회적 구성주의자적 입장에서 본 연구를 수행하고, 해석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연구방법 기술 세션에서 사례연구에서 가장 유명한 Yin 정의를 가져와 사례연구를 설명하였다. 이때 교수님의 피드백 “사회적 구성주의적 입장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왜 Yin을 인용했죠?”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깊이 알수록 어렵다. 하지만 어려운만큼 더 잘 탐구할 수 있고, 해석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다.
이 글은 여기서 줄이고 다음 주제로 “연구방법론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는 질적데이터 분석 방법”과 “질적연구에서의 테크놀로지 활용”을 작성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