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담긴 삶
중국의 사상가 장자가 주장한 개념으로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을 뜻한다. 그 대상과 마주한 주체 사이에 어떠한 구별도 없을 때 물아일체의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옛날 무협지에 보면 고도의 경지를 깨닫기 위해 폭포 아래에서 정신수양을 하는데, 주인공은 수년이 지난 후에야 깨달음을 얻고 강해져서 돌아온다. 내가 곧 자연이요, 자연이 곧 나이니, 나는 어느 하나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자연에서는 이미 이런 상태가 존재한다. 무협지에서 폭포가 등장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가 물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대기압 아래에서 정확히 0도가 되면, 물 분자는 얼음이 되고, 얼음분자는 물이 되는 고체와 액체가 공존하게 되는 지점이 도달하게 된다. 이때 자세히 바라보면, 얼음 분자 주변으로는 물이 얼음으로 변하고, 물 분자 주변으로는 얼음이 물로 변하는 두 개의 상이 서로 왔다 갔다 하며 균형을 이루는 상평형 상태가 만들어진다. 이 상태에서는 얼음이 물이요, 물이 또 얼음인 상태이니 어느 하나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다만, 이상적으로 상평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로써 단절된 닫힌계라는 상황과 순수한 물이 주어져야만 한다. 다시 위의 무협지의 상황으로 돌아가보게 되면, 산속 깊숙이 폭포아래에서 수련하는 것은 외부로부터 단절된 상황을 나타내고, 오랜 시간 수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상태로 만들었을 때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과학적으로도 올바른 접근이 아닌가 싶다.
우리 주변에서도 두 가지 상태에 중첩되어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회사에서는 유능한 직원과 가정에서의 친절한 배우자로, 예술적 감각과 운동 능력 모두 가지고 있다던지, 자기 관리도 하며 남들까지 잘 챙기며 인정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그 들을 보고 장난식으로 인간미가 없네!라고 말하지만, 만약 그들이 상평형 상태를 이루고 있다면, 정말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볼 수도 있겠다.
살아가면서 한 가지만 잘해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한다. 일 적인 부분과 그 외적인 부분 모두 다 잘해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두 모습이 서로 공존하는 상태를 만들어야 할 텐데,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자면 닫힌계와 불순물이 없는 순수함을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관계에 있어서 다른 것들은 생각하지 않고, 순수히 그것에 진실하게 대할 수 있을 때가 아닐까? 이 사건으로 인해 내가 어떤 이득과 손익을 받을 것인지 계산하지 않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옳은 일인지 판단해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우리도 상평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삶을 산다는 것은 성인으로 알려진 부처의 삶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존경받아 마땅한 삶을 사신 분들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 신 그 자체로 보인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