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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 Yeong Jo Jan 05. 2021

밤길을 걷다 보면

feat. 생각나는 몇 가지 이야기

요즘 들어 퇴근 후에 집 근처 하천 둑방길을 산책하거나 조깅을 종종 한다. 물류센터가 많은 외곽 지역이라 인적이 드물고 가로수 불빛은 짙은 그러데이션처럼 어두컴컴하다. 굉장히 겁이 많은 타입이기에, 뒤에서 인기척이 들리면 일찌감치 두 발소리인지 자전거 소리인지 확인을 하곤 한다. 둑방길을 걷다 보면 물류센터들을 연결하는 중간 사이즈의 송전탑이 길 따라 많이 있다. 철골 구조라 어두운 저녁이면 가까이 가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 힘들 정도다. 그래서인지 송전탑 중간과 꼭대기에는 빨간 불빛이 계속해서 깜빡이고 있다. 


과연 송전탑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지나가는 자동차, 비행물체, 행인을 위한 것인지 걷는 와중에 잡생각에 빠졌다. 예전에 탈무드를 보면 어두운 밤길에 장님이 호롱불을 들고 지나가는 이야기가 있다. 

행인은 " 눈도 보이지 않는데 왜 불을 들고 가세요?" 란 말에 
"맞은편 사람이 부딪히지 않게하기 위해 불빛을 들고 다닙니다." 

는 이야기로 끝이 났다. 우리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송전탑 불빛이나, 탈무드에 나오는 장님처럼 상대방을 위해 무언가 '배려' 해야 할 때가 많다. 돌이켜보면 송전탑이나 탈무드 장님처럼 남을 위하는 행동이나 표시가 결국 자신을 위함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친절, 배려, 감사 표시, 매너, 이타심 등 송전탑의 불빛처럼 우리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이나 행위를 꿋꿋하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앞을 못 보지만 남을 배려하기 위해 호롱불을 들고 가는 장님처럼, 사소한 배려와 상대방을 생각하는 작은 행동이 메아리처럼 서로에게 다가올 것이다. 2021년 새해, 첫 주이다. 어두운 길을 걷다 바라본 송전탑 깜빡이는 불빛처럼 남을 위해 배려하는, 곧 나와 모두를 위한 생각을 더 해보는 한 해가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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