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을 깨부수는 역사적 팩폭
나는 <사피엔스>라는 두꺼운 벽돌책을 집어 들며, 보통은 '인류의 위대한 승리 기록'이나 '인간 찬가'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 이런 기대들이 기분 좋게 배신당한다는 것이다.
또 이 책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의 통찰이 때론 차갑고 냉소적이지만 우리가 그간 당연하게 믿어왔던 '상상의 질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행복과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내가 느끼게 된 핵심적인 포인트를 4가지로 짚어보고자 한다.
1."나는 그저 거대한 시스템의 부품이었구나"
(허무함과 충격)
가장 먼저 느끼는 감정은 '인간의 특별함'에 대한 상실이다.
- 허구의 발견: 우리가 신성시하는 국가, 인권, 돈, 종교가 사실은 인류가 협력을 위해 지어낸 '상상의 질서'일 뿐이라는 분석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2."세상을 보는 안경이 바뀌었다"(지적 희열)
파편화되어 있던 세계사 지식이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꿰어지는 경험을 한다.
- 통섭의 매력: 생물학, 고고학, 경제학을 넘나드는 하라리의 설명 덕분에 "왜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은 기분을 느낀다.
- 객관적 시각: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라는 행성 전체의 관점에서 사피엔스라는 종(Species)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마치 외계인이 쓴 인류 보고서를 읽은 느낌.
3."미래에 대한 막연한 공포" (불안감)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독자들은 '사피엔스의 종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 AI와 생명공학: 이제 인류가 자연선택이 아닌 '지적 설계'를 통해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는 대목에서, "내 아이들이 살 미래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겠구나"라는 두려움을 느낀다.
- 불평등의 심화: 상위 1%는 영생을 누리는 '호모 데우스'가 되고, 나머지는 '무용계급(Useless class)'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에 서늘함을 느낀다.
4."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실존적 질문)
결국 책을 다 읽고 나면 행복과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돌아온다.
- 행복의 역설: 인류 전체는 강해졌는데 개인은 왜 더 불행 해졌는가를 보며, 현재의 물질적 풍요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 자기 성찰: 하라리가 강조하는 '나 자신을 아는 것(명상 등)'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시스템이 주입한 가치가 아닌 나의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결국 깨달은 것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함은 깨지고, 시스템의 노예가 된 현실에 씁쓸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인류의 다음 행보를 긴장하며 지켜보게 된다는 점"과 "우리는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스스로를 신으로 만들려 하고 있고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어디 있을까?"라는 것이다.
여기서 하라리의 관점대로라면. 우리는 거대한 '상상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진짜 행복을 찾는 것이 우리 사피엔스 개개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