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K하이닉스 #반도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용인국가산업단지
1.
불과 1년 전 2,500 정도였던 코스피가 지금은 5,000이 가까워지고 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무엇보다 AI라는 메가트랜드이고, 반도체를 통해 그 어깨 위에 탄 삼성과 SK 하이닉스의 상종가이다. 연일 이 두 회사의 주식이 우리나라 주식 시장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
반도체는 현재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계속 역대치를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만큼 반도체 산업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신경써야 할 산업 분야일 수밖에 없다. 이 맥락에서 최근 용인의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 조성과 관련된 여러 논의와 갈등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2.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두 개의 산업단지로 구성된다. 하나는 SK 하이닉스의 일반 산업단지이고 다른 하나는 삼성이 들어갈 국가 산업단지이다.
SK 하이닉스의 산업단지는 이미 2018년부터 용인시와 논의해서 차근차근 만들어왔다. 덕분에 필요한 전력과 물은 다 확보했고 이제 공장 1기에 대한 착공에도 들어갔다. 그러니 지금 문제는 삼성 반도체 공장이 들어갈 국가 산업단지이다.
3.
용인 국가 산업단지는 윤석열 정부 때 예비타당성조사도 건너뛰었고 환경영향평가도 졸속으로 이뤄진 상태에서 허가가 됐다. 그런만큼 현재 단지에 필요한 전기와 물 확보가 쉽지 않게 된 상황이다.
삼성 공장이 들어갈 국가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기는 설비용량 기준으로 약 9GW이다.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설비용량이 약 1GW이므로 원자력 발전소 9기분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 방안으로 우선 당장은 주변에 LNG 발전소 6개를 건설해서 총 3GW를 확보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약 6GW는 다른 지역에서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4.
지금 문제가 된 것은 주로 전기가 많이 남는다는 호남 지역의 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오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호남의 태양광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약 12GW이고 한빛 원자력 발전소는 약 6GW이다. 재생에너지가 12GW이니 충분하지 않느냐고 볼 수 있지만, 태양광은 햇빛이 있어야 작동하므로 설비이용률은 약 15% 정도이다. 따라서 호남 태양광에서 1시간당 가능한 전력 생산량은 1.8GWh이다. 그러니 호남 태양광 발전소는 현재 대략 1.8GW 발전소로도 볼 수 있다. 용인 국가 산단이 요구하는 양에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자료를 보면 호남 주민들이 현재 사용하는 전기량은 원자력 발전소 외의 다른 발전소들이 발전한 양으로 모두 커버가 된다. 그래서 호남의 남는 전기는 쉽게 보면 한빛 원자력 발전소의 약 6GW 분량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예전 신문 기사에서는 잉여 생산량을 4GW로 이야기했던 것도 같다. 그러니 호남에는 현재 대략 4~6GW 정도의 잉여 설비용량이 있다고도 볼 수 있겠다.
5.
한편 송전선 345kv 1회선당 약 1GW 송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송전을 할 때는 안전을 위해 약 절반으로 보낸다. 수도권 송전망은 더 복잡하고 안전 문제가 커서 더 보수적으로 1/4로 줄여서 보낸다고 한다.
그러니 호남에서 용인으로 송전선을 잇는다면 4~6개의 송전선이 아니라 그 2~3배 이상의 송전선이 필요하게 된다. 게다가 이 송전선은 수천 개의 송전탑으로 구성될 것이고, 호남에서 충남 충북을 가로지르며 수많은 도시 거주지들을 지나갈 것이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고통를 받아 항의하게 될지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향후 호남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더욱 확대되고 잉여 전기를 잘 나누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송전선이 좀 더 확충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 수는 현재 전국에 존재하는 345kv 송전선 수만큼 또 다시 까는 격이라 우선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6.
결과적으로 용인 국가 산단이 요구하는 전기량을 호남에서 끌어가는 것은 특히 송전선 문제로 꽤 무리로 보인다. 반면에 용인 국가 산단 하나 정도는 호남으로 모두 옮기더라도 그 전력량을 감당 못할 것은 없어 보인다.
당장 LNG 3GW를 써야 하는 게 여전히 별로인데, 향후 호남 지역은 어차피 태양광 재생 에너지를 지금의 4~5배 늘릴 것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정도면 LNG 3GW도 나중에 충분히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7.
현재 계획이라면 전국 전력량의 10% 분량을 또 새로 만들어 수도권에 더 몰아 넣게 된다. 수도권의 전력망이 이렇게 더 복잡해지고 과밀화되면 국가 대정전이 일어날 위험을 높인다. 한 번 대정전이 나면 반도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가 산업 전반이 전체적으로 멈추어 그 피해는 천문학적이 된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전기의 수도권 집중화 과정에서 있을 수많은 송전탑 건설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고통들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용인 국가 산단이 만들어진 과정 자체도 예비타당성조사나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부재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진행되어 흠결이 많았다. 불행중 다행으로 그 공사 진행이 아직은 토지보상도 이뤄지지 않은 초기라서 계획 변경도 당장은 어렵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8.
사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 하나씩 내용들을 정리하다보니 용인 국가 산단 하나 정도는 호남으로 옮기는 것도 좋겠다는 결론이 이어졌다.
내 글의 결론은 그냥 논리적인 판단의 결과이다. 그러니 이 글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봐줘도 좋겠다. 이 프로그램에 전제된 조건 중 혹시 잘못된 것이 있다면 물론 수정하면 되고, 또다른 변수가 있다면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은 그저 논리에 따른 알고리즘 결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팩트와 변수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