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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 Yoon Yi Dec 20. 2015

나의 사업 일기 - 6

정부 지원 사업, 사기꾼 탄생

1

"하하하. 이럴 수가..."

"얼... 이럴 수가..."

"돈이닷! 돈이닷! 돈, 돈, 돈"


당시 정부 지원 사업에 막 눈을 뜬 나는 온통 돈이 하늘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처음이 어렵지 몇 달을 반복하고 익숙해지면 몇몇 분야를 빼고는 세상 전부가 노가다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었다.



2

"그래서 초기 예비 창업가 일때는 말야, 여기서 000 정부지원금을 타고, 000 공모를 해서 상금을 타고, 000 재단, 000 협회, 000를 이용해서 자금을 이용하면 돈 한푼 안들이고 할 수 있어."

"..."

"그래서 그 돈을 기반으로 해서 3개월 정도 유지를 해, 그리고 매출은 00를 이용해서 00만원 정도를 만들어, 그런 다음, 또 00기관, 00기관을 이용해서 자본을 000 만들지."

"..."

"그런 다음 해당 년도에 매출기록을 00를 만든 다음 블라블라~ 만약 실패해서 약 00만원이 빛으로 생긴다? 그러면 00제도, 00기관, 00방법을 동원해서 00서류를 준비해서 빛을 전부 탕감해. 그런 다음 블라블라~"

"... 사기꾼이냐?"


한 때 나에게 저런 시절이 있었다.

짧기는 했어도 부인할 수 없는 시기였고, 지금은 전혀 방향이 다른쪽으로 선회되었기에 여기에 가감없이 적을 수 있다.


당시엔 솔직히 마음의 불편함을 전혀 못 느끼고 아주 신나있었다.



3

약 2개월을 정부 지원사업과 자금 흐름에 대한 공부를 진행하고나서 우리나라에서 편법(엄밀히 말해서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최소 내게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빛도 자산이야! 그리고 너 실제로 사업가, 기업들이 채무가 평균적으로 00% 잡혀있다는 건 알고 있어?"

"아~ 놔~ 그래도 빛이잖아. 싫어, 싫어. (절래~ 절래~)

"그래서 우리가 아직도 노예로 살고 있는거야. 저기를 봐!(선임을 가르키며) 저분이 바로 회사에 오랜 시간동안 세뇌당해서 젊은 시절을 반납하고 남은 건 튀어나온 배 밖에."

"얏! 너 이새끼~"

"ㅌㅌㅌ"


그래도 혼자 망하긴 싫었는지 가까운 친구들을 사업에 끼워넣고자 온갖 화술과 마술(?)로 그들을 섭외하기 여념이 없었다.


결과론적으로 그들의 소심함이 그들을 살렸다.


아니면 내 마법력이 약했던지.



4

지금 생각해보면 꽤 많은 공모와 지원사업을 추진했으며(물론 현재 지원받고 있는 것은 올바른 정신일 때 추진했던 결과물이다) 결과는 너덜해질정도로 처참했다.


난 솔직히 10군데 지원하면 8할은 성공할 줄 알았다.


"아~ 씨~ 왜 맨날 1, 2차에서 탈락하냐고? 뭔가 쇼를 보여줘야 하나? 막 마술을 좀 보여주면..."

"니가 사기꾼 같이 생겼잖아~ ㅋㅋㅋ"

"칫! 그래도 배 나온 얌생이보다 사기꾼이 될래~ ㅋㅋㅋ"

"(선임) 둘다 야근이다."

"(시무룩)..."



5

이 곳에 올리기는 어렵지만, 정부 지원 사업이 전부인 집단이 꽤 있다.

몇 곳은 집적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가했고, 그들 중에는 분명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분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항상 그렇지만 반대쪽도 만만찮다.


"재윤씨는 센스가 있으니까 충분히 가능해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흐뭇)"

"그래서 말인데, 이게 지원금을 쓰는 부분에서의 편법을 이야기해 주자면 쏼라~ 쏼라~"

"네네, 오호~ 그런게 또 있어군요. 하하하. 멋집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만나시면서 계획을 이야기해보죠."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랬다.

솔직히 그 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난 그 당시엔 지금 기준으로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지 않았다.



6

그날이었다.


신논현 커피숍에서 노트북으로 한참 사업계획서를 쓰고, 몇 군데 공모에 참가하고자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문서작업을 하던 그 날.

우연히 창 밖을 봤는데 열심히 거리를 청소하는 아저씨를 봤다.


환경 미화원.

작업복을 입고 있으셨으나 온갖 오염과 지침으로 고된 얼굴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고 계신 그분을 봤다.


동시에 몇 달전 도시락 사업때문에 노숙자 같은 생활을 한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난 그때, 무엇을 이루기 위해서 그토록 치열하게 살았던가?'

'어떤 열정과 순수함이 그 때 나를 깨웠는가?'

'지금 하는 일이 넌 행복한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날이었고, 약 2시간동안 난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



7

"저기... 재윤이가 아무래도 또 다시 도시락 사업하려나 봐요. (걱정, 걱정)"

"(선임) 응? 왜?"

"저기, 저기..."

"하하하~ 안녕하세요. (노숙자 방문)"

"(선임) 얼... 야~ 좀 씻고 다니라구~"

"저기, 죄송한데 제가 주식회사, 법인 세울려고 하거든요. 자금이 필요한데 주식 좀 사주시겠어요?"

"(친구)(선임) ㅌㅌㅌ"


난 정부 지원 사업은 당분간 내 플랜에서 버렸고, 대신 투자금을 마련하기위해 고분분투했으며 동시에 지인들이 모두 다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멋지지 않은가?


최소한 당위성 있는 마음의 위안은 없었으니 말이다.


남자라면 명분에 죽고 명분에 사는 것이다!


명분없는 사업은 이미 죽은 것이다!

하하하! (으쓱~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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