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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공작소 May 06. 2018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중에서  빌려온 제목

#1
요즈음 처럼 오븐도, 전자레인지도 갖추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울 엄마는 간식으로 온돌 방바닥 열기와 찜통을 이용하며 빵을 만들어 주곤했다.
 언제 부터인가는 빵을 먹을 때 마다 독특하고 달콤한 향이 빠지지 않았었는데 그것은 바닐라 향 이었다.
울 엄마는 남대문 시장 쇼핑에서 바닐라 에센스를 득템했던 것!
신세계를 발견한 듯  이 빵 저 빵 투입 된 바닐라 향기는 내  몸 세포 어딘가에 알알히 저장 되어 있다가 추억으로 때때로 툭툭  튀어 나오곤 한다.
그것은 투박한 옥수수나 감자같이 끈끈하며 따뜻하기도 하고 물 건너온 바닐라 에센스 같이 강하기도 하다.

#2
이영자의 서리태 콩물이 유행이다.
마트에 가보았더니 품절이란다. 티비 영향력 참 대단하다. 하긴 나도 찾았으니. ^_________^
어렵게 구입한 서리태 콩을 소금 넣어 물에 넣고 삶다보니 추억하나 또 고개를 든다.
엄마는 백태, 일명 메주콩을 자주 삶으셨다.
콩을 푹푹 무르도록 삶고는 우리에게 절구에 넣어 빻으라고 주문을 했다.
소금 넣고 삶은 콩은 별 다른 것 첨가하지 않아도 맛났지.
서로 먹겠다고 싸우다가 저녁 준비하던 엄마한테 빗자루로 엉덩이를 맞은 적도 있다.
절구로 빻은 메주콩은 반찬이 되어 상에 올랐디.
콩떡장.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요리책을 살펴봐도 찾을 수가 없다. 우리 엄마 창작품인지 두 분다 이북분이시라 북한 음식인 것인지 아직 의문이다.
어릴 땐 메주 뭉그러뜨려 놓은 것 같아 싫어하고 먹지 않던 반찬을 지금은 내가 만들어 내어 놓고 있다.
처음 아이들은 동그랑땡인 줄 알고 입에 넣었다가 놀라서 퉤퉤 뱉기도 했다. 아이들이 남겨 놓은 콩떡장을  물에 찬밥을 말아  그 위에 얹어 먹는다.
엄마 생각 난다


#3
아빠는 미군부대를 들락이는 일을 하셨다.
한국식 영어를 써가며 미군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 당시 보기 힘든 이국적인 음식을 맛 보기도 했다.
햄버거, 피자, 바나나,  멜론, 아보카도...
지금은 마트에 흔하게 진열 되어 있는 아보카도가 그 땐 알 수 없는 맛없는 미지의 무언가였다.  수류탄 같기도 하고 썩은 멜론 같아 보이기도 했다.
바나나 처럼 맛있을 줄 알았는데 베어 물어보곤 낯선 맛에 구석에 밀쳐 두고 호들갑스럽게 서로 먹으라며 떠 넘기곤 했다.
아보카도가 시중에 많이 돌아다녀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떨이로 파는 아보카도가 눈에 들어와 몇 알 집어 들고 왔다.
얼마전 티비로 에릭이 만들던 아보카도 비빔밥을 만들어 보리라 생각하며.
"네가 그 때 그 수류탄이구나. 이렇게 먹는 거 였구나. 그 때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 ^^"

아보카도 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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