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대하는 세 가지 태도에 대하여
운전을 못하다 보니 택시를 주로 이용한다.
택시 기사님께서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목적지 도착시간이 확 늘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상황에서의 기사님의 태도는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아니, 네비가 이렇게 헷갈리게 알려주면 어떡해?"
일단 혼자서 막 짜증 낸다. 가끔 "아이 썅!" 욕을 섞기도.
그러다가 아차 싶었는지 그때서야 나한테 말을 건다.
"아유, 손님 네비가 이상하게 알려줘서 다른 길로 와버렸네요"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하신다.
20분 넘게 더 걸려서 목적지 도착하면, 본인도 피해자인 듯 억울한 말투로 이렇게 말씀하신다.
"에휴, 시간이 더 오래 걸렸으니 원래 나오는 금액만 받겠습니다. 만오천 원만 주세요."
난 부글부글 끓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내려서는 살포시 카카오 기사 평점 최하점을 누른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네비 도착시간이 확 늘어난 걸 확인하고는,
"손님 아유, 제가 실수로 잘못된 길로 와버렸네요. 죄송해서 어쩌죠?" 라며 계속 미안해하며 안절부절.
한참 걸려 목적지에 도착해서 하시는 말씀.
"손님,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저 때문에 늦었으니 딱 원래 나오는 금액만 받겠습니다. 만오천 원만 결제하겠습니다."
너무 미안해하시니, "괜찮습니다" 말씀드리고 내린다.
시간이 늦어져서 짜증 나긴 하지만, 불쾌한 느낌은 그다지 없다.
2번과 거의 같은데, 목적지 도착해서 달라진다.
"손님, 제 잘못으로 시간 허비하셨으니 너무 죄송해서 제가 택시비는 안 받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또 원래 나오는 금액만 달라하시겠지' 생각하던 차, 기사님의 말씀을 듣고는 되려 내가 미안해지고 진심이 느껴져서 말씀드린다.
"기사님, 그래도 원래 나오는 금액만큼은 결제할게요"
"아 정말 괜찮습니다. 제 잘못인데요."
"기사님 안 받으시면 제 맘이 더 불편해요. 결제해 주세요."
"아.. 불편하신가요? 그럼 만원만 결제하겠습니다"
"아뇨, 원래 만오천 원 정도 나오니 그렇게 결제해 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택시에서 내려서는, 내 허비된 시간이 존중받았다 느껴져서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좋더라.
카카오앱 열어서 기사평가 별 5개 입력 완료.
여기서 다시 느끼는 '잘못을 했을 때'의 지혜.
1, 2번 기사님은 자신의 실수를 0으로 되돌리는 데 집중했다.
즉, 더 나온 요금을 받지 않고 원래 나올 금액만 받음으로써, 이 상황을 ‘없던 일’로 만들려고 한 것.
하지만 이미 내 시간은 낭비되었고, 그들의 사과와 할인 제안은 그저 손실을 메우기 위한 의무적인 방어로 느껴져 불쾌할 수밖에.
하지만 3번 기사님의 대응이 내 마음을 완전히 움직인 이유는, 단순히 택시비를 안 받겠다고 해서가 아니었다. 그분은 나에게 ‘선택권’과 ‘존중’을 온전히 돌려주었던 것.
"제 잘못이니 돈을 안 받겠습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상황의 칼자루를 나에게 넘겨주었고,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한 '피해자'가 아니라, 기사님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너그러이 용서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가 된 것이 핵심이다.
내가 오히려 "원래 금액은 내겠습니다"라고 말하게 된 것은, 그분이 내게 보여준 존중에 대한 나의 응답인 것.
생각해 보면 3번 기사님은 비즈니스의 본질을 아는 분 같다.
그분은 15,000원을 ‘손실’로 처리한 게 아니라, 나의 ‘기분 좋은 경험’과 ‘만점 평점’, 그리고 ‘자신의 직업적 평판’에 ‘투자’한 셈이다. 또한 자신의 크다면 큰 실수를 그 어떤 광고보다 효과적인, 최고의 고객 경험 마케팅으로 제대로 만들어버린 거니까.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