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추웠던 겨울 토익
정말, 너무나도, 진짜로 오랜만에 토익 시험을 봤다. 1월 9일 새해 첫 토익 시험이었다. 캐나다에 가기 전에 봤던 토익 시험이 마지막이었으니, 4년 만에 다시 토익 시험을 본 것이다. 토익 시험을 본 이유는 사실 별거 없다. 서류 전형에 어학 점수를 써야했기에 점수를 따놔야했고, 또 4년 전에 비해서 얼마나 토익이 달라졌고, 또 내가 달라져 있을지 궁금해서였다.
반은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나머지 반은 약간의 부담감도 있었다. 4년 동안 캐나다에서 취업까지 하고 왔으니 토익 정도는 손쉽게 고득점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시선도 있어서, 웬만하면 실수 없이 잘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해커스 토익 1000제 3'을 사서 토익 모의고사 4회 정도를 풀어보고 시험장에 가기로 했다. 나머지는 1월 말에 시험을 또 볼 것이기 때문에 남겨놓기로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토익은 2016년으로 막 신토익 유형으로 바뀐 시점이었다. LC 파트 3는 3명의 화자가 대화하는 지문이 추가되었고, 자료 유추 문제가 추가됐었다. RC 역시 파트 6가 지문당 4문제로 늘어나고, 파트 7에 삼중 지문 문제가 추가됐다. 그 때도 딱히 고득점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캐나다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토익을 한 번 봐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을 보러 갔었다. 물론 절대 대충할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에, 강남 해커스 학원에 가서 한 두달 동안 수업을 들으면 공부를 빡세게 하긴 했다.
그래서 그 때 나온 점수가 920점이었다. 인증샷을 찍어놨어야 했는데 잊어버려서 지금 너무 후회중이다.(하하...) 사실 저렇게 높은 점수가 나오리라는 확신은 없었다. 감과 상식으로 유추해서 찍은 문제들이 꽤 있었는데, 운 좋게 많이 맞았던 것 같다. 아무튼 그 고득점이 나온 경험 덕분에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900점 이상을 획득하고 싶었다. 해커스 1000제 3을 구매한 이유도 실전 토익보다 훨씬 난이도가 있다는 후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땠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확실히 실전 토익보다 해커스 교재가 훨씬 어렵다. LC 보기도 한 번 더 꼬아놓았고, 특히 자료 유추 문제는 단편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절대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하게 유추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더 어렵게 느껴졌다. RC는 파트 7이 상당히 어려웠다. 어려운 이유는 바로 지문의 길이 때문이다. 실전 토익하고 비교하면 확실히 해커스 교재의 파트 7 지문들이 길이가 월등히 길고, 뒤로 갈수록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는 'Indicated~~', 'Suggested~~', 'Imply ~~' 문제들만 주구장창 나온다.
토익 고득점을 목표로 하는 학생, 취준생, 직장인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커스 토익 1000제 3을 추천해주고 싶다. 이 교재로 800 후반대가 무난하게 나온다면, 실전에서는 900 점대는 노려볼 만 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1월 9일날 본 실전 토익 후기는 어땠을까? 가장 먼저 확실한 것은,
매우 추었다. 진짜로.
현재 토익 고사장은 시험 전 날, 시험 당일 두 번 방역 작업과 환기를 하도록 되어있다. 시험 시작 전에 창문과 교실 문을 열어서 1차 환기를 했고, 시험 중에 한 번 더 환기 작업을 했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LC 시험 중에도 히터를 켜놓은 채로 시험 진행을 했었다. 그런데도 엄청 추웠다. 마킹을 하는데 손가락이 얼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손을 수시로 풀어줘야만 얼지 않을 것 같았다. 하필이면 또 날씨가 영하 10도여서 더욱 그랬었던 것 같다.
LC 파트는 해커스 교재로 공부할 때는 크게 어려운 것이 없었다. 확실히 캐나다에서 4년 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오니, 이전보다 듣기가 훨~~씬 잘 들렸다. 정말 체감할 수 있었다. 특히 신토익 유형은 이전보다 구어체 문장과 실제 대화 분위기를 더욱 많이 출제하는 경향이었기 때문에, 그 상황들 자체가 익숙한 나에게 어려울 것은 크게 없었다. 아 물론 포인트 하나를 놓치면 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큰 걱정 없이 시험장에 갔는데, 이게 웬걸?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는게 아닌가?
시험 방송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았던 잡음이 본 시험이 시작되니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대화의 포인트 부분에서만 절묘하게 말이다. 그게 파트 2부터 점점 거슬리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소리가 점점 커질 때마다 웅웅거리는 특유의 중앙 방송 시스템 덕분에(?) 컴퓨터 스피커로는 느끼지 못한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내가 시험을 본 고사장의 후기를 보니, 이런 문제를 나만 느낀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같은 문제로 인해 해당 고사장을 비추천한다는 댓글들이 달려있었다. LC 풀기에 좋은 고사장을 선택하는 것도 토익 고득점에 은근히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RC 파트는 크게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게 이번 시험의 핵심이었다. 어려워 보이지 않는 척 포장을 해놓고, 수험생들을 낚을 함정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즉, 낚시성 보기들이 꽤 있었다는 말이다. 아예 추론을 해야지만 풀 수 있는 문제들도 있었고 말이다. 반면에 지문 자체는 굉장히 평이했다. 비지니스 환경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지문들이었고, 해커스 교재보다 지문 길이도 상대적으로 짧은 것들도 많아서 지문 읽는 시간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 새해 첫 토익 시험이고, 4년 만에 처음 본 토익 시험이고, 그리고 예상보다 찍은 문제들도 꽤 많아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쯤되면 토익 시험을 아예 공영화 시켜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접수비가 44,500원인데 공부하는 시간, 결과 기다리는 시간, 공부하는데 투자하는 시간, 그럼에도 온 대학생, 취준생들이 꼭 봐야하는 시험인 점을 감안하면 너무 비싼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에 첫 토익 시험을 본 여러분들!
모두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