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반복! 또 반복!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는 꽤 어렸을때부터 영어 공부를 한다. 내가 영어를 처음 접했던건 바로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배운다고 하니, 정말 한국 사람은 태어난 순간부터 영어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것 같다. 태어났을 때부터 최소한 취업을 할 때까지 영어를 공부하니 우리는 약 20년 이상의 시간을 영어에 투자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영어 공부라는게... 이게 참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어렵다. 문장 구조는 물론이거니와 문화와 사고 방식 자체가 완전 다르다보니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이걸 20년 넘게 공부를 해서 수능을 보고, 토익 시험을 보고, 토익 스피킹과 오픽을 다 공부했는데도 어렵다. 여기서 더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바로,
공부를 하는데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게 진짜 사람 골때리게 만든다. 분명 매일매일 듣고 말하고 공부를 하는데 뭔가 발전은 없어 보인다. 특히 듣기와 말하기가 아마 더 그럴 것이다. 그래서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니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아는가??
그 때를 견뎌내야 한다.
모든 공부에는 임계점이 있다. 여기에는 지식적인 공부와 몸으로 배우는 기술적인 공부가 모두 포함된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몸으로 체화시키고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데는 사실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마 이런 형태일 것이다.
사실 이렇게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는만큼 실력이 가시적으로 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꾸준하게 성장하는 내 모습이 보이면 누구나 꾸준히 공부를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말이다.
이것이 현실적인 공부와 실력 향상에 관한 곡선이다. 우리의 바램과는 다르게 이 실력이라는게 꾸준히 상승하지 않는다. 중간에 기간이 얼마나 됐든 항상 저 정체구간을 겪게 되어있다. 그리고 저 정체구간을 넘어 임계점을 뚫고 나가야 성장을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저 임계점까지 가는 과정을 버텨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시간만 보낸다고 임계점까지 가는 것이 아니고 어떠한 노력을 어떻게 임팩트 있게 했는지에 따라 임계점까지 가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인이 아예 없는 곳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과 한국인만 있는 곳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다 외국인이어도 내가 공부를 안하면 제자리 걸음이고, 한국에 살아도 미친듯이 영어 공부에 매진하면 임계점을 생각보다 빨리 돌파할 수도 있다.
캐나다 어학연수 생활을 하던 때, 나 또한 저 정체구간에서 몇 달 동안을 헤어나오지 못했었다. 캐나다에서도 한국인이 거의 없는 시골 소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도 크게 변화가 없는 나의 영어 실력에 많이 답답해하고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대화를 하려고 해도 잘 들리지도 않고 막상 입을 열려고 하니 이상한 문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나중에 다시 집에 돌아와서 그 순간을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고 '내가 도대체 왜 그런 문장으로 얘기를 했지?'하는 생각에 잠도 설치고 그랬었다.
어떻게 이 정체구간을 헤쳐나가야할까 고민을 하다가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미드'였다. 수많은 미드 중에서 가장 캐쥬얼하면서 너무 오래되지 않은 미드로 'How I met your mother'로 선택했다.
이전까지 영화나 미드는 자주 봐왔지만 집중력을 가지고 심층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1시즌이라도 제대로 공부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새로운 표현은 모두 적고, 나만의 예문을 만들고, 큰 소리로 말해보고, 쉐도잉 스피킹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쓰며 공부했다.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같은 구간을 10번을 돌려보기도 하고, 한 동영상을 10번을 돌려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학교 친구들에게 대화를 하며 많이 써먹어봤다.
당시 한국 친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한국 친구들과 계속 어울리다보면 영어를 안쓰게 될 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그 친구들과 거리를 좀 두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 마디를 못할 때도 많았고, 겨우 뱉은 한 마디는 이게 제대로 맞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냈고, 잠시 한국을 1달 정도 다녀온 후, 토론토로 넘어왔다.
그 때부터 거짓말처럼 영어가 이전보다 훨씬 더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듣기는 물론 말하기에서도 어학연수 초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실력이 향상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주변 친구들이 오히려 내 영어가 많이 성장했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그 성취감을 맛본 순간부터 더욱 자신감이 붙어서 지금까지 영어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아마 내 평생 영어는 절대 놓지 않고 살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임계점을 돌파하는 순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임계를 넘어 성장을 맛본 순간, 그 때 느끼는 성취감과 자신감은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고, 내 능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다.
그러니 영어 공부를 하는 모든 이들이여! 버텨라! 그러면 언젠가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