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순기능이랄까?
여러분에게 게임은 어떤 존재인가? 시간낭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옛날 게임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좋은 도구 혹은 매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크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없는 편이다. 어렸을 때 게임을 자주 했지만 고등학생, 대학생 때는 거의 게임을 거의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대학교 4학년 때 이 게임이 나오고 나서 다시 게임을 즐기게 되었는데 그 게임이 뭐냐면...
오버워치(Overwatch)
2016년 당시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라는 AOS 게임이 유행이었는데, 저 오버워치라는 게임이 출시되고 나서 게임 시장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때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롤을 단박에 제칠 정도로 오버워치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었다. 여기저기서 오버워치를 하기 시작했고, 덤으로 나도 친구들과 오버워치를 하기 시작했고, 상상 이상의 게임 퀄리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간간히 게임을 한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오버워치로 영어를 배울 수 있었을까?
이제부터 그 얘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예전에 브런치북에 썼듯이 나는 캐나다 Lambton College 학생으로 있을 때, 오버워치 E-Sports 팀 멤버로 활동했었던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jafoo8010/7
https://brunch.co.kr/brunchbook/jaydahee-canada
한국인이라고는 10명도 없는 도시에서, 그것도 학교에서 E-Sports 활동을 했으니 당연히 나 빼고는 다 캐나다 현지 사람들이었다. 내가 입단을 할 때 나의 티어(게임 상의 랭크/순위/등급)가 다른 사람들보다 낮았다. 한국인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더욱 미친듯이 게임에 열중했었고,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는 게임 특성상 사람들과 더욱 효율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 영어 공부는 더 미친듯이 했었다. 실제로도 게임 상으로도 말을 많이 했고, 팀원들과도 말을 많이 하면서 영어가 많이 트이긴 했었다. 그 때 당시 내가 게임을 하면서 썼던 표현들을 보면...
Okay! We gotta go right now!!
Dive to XX!! Focus on XX!!
They used all ults, so we can win next fight
XXX one!!! (피 1이라는 뜻)
대충 이런 영어들이었다. 딱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호흡이 매우 짧다. 게임이 워낙 빠르고 정신없게 흘러가니 호흡이 긴 영어는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험은 내가 영어를 공부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왜냐고??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짧든 길든 영어를 말하게 된다. 최대한 단순하고 알아듣기 쉽게.
2. 영어듣기가 된다. 그것도 실전 생활 영어로 말이다.
먼저 첫 번째! 짧든 길든 영어로 말을 하게 된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 언어라는 것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속적으로 말을 하고 듣고 반복해야 한다. 그런데 게임을 하면서 영어 쓰는 사람들이랑 짧더라도 대화를 하게 되니 영어를 말하는게 거침이 없어졌다. 게다가 게임이 급박하니 누구 하나 내 영어가 어떻든 지적하지 않는다. 오히려 때때로 아시아 사람인데 영어를 꾸역꾸역하는 모습을 보고 더 신기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영어듣기! 아까도 말했지만 오버워치라는 게임은 팀원들과 마이크로 소통이 가능하다. 즉, 내가 얘기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점이 정말 도움이 됐던게, 이 친구들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정말 미친듯이 빠르게 얘기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뭐라뭐라 얘기하는데 하나도 안들려서 도대체 이게 뭔가 싶었었다. 그런데 이것도 몇 번을 계속 듣다보니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호흡이 짧은 문장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드가 이전보다 훨씬 잘 들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Wonderful!!이었다.
이것이 어떻게 보면 게임의 순기능이 아닌가 싶다. 게임을 통해서 스스로 새로운 능력을 얻고 거기에 흥미를 느끼고 지금까지 공부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버워치는 롤과 비슷하게 게임을 진행할 때, 상대팀을 이기기 위한 전술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 입단했을 때는 이 전술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기 때문에 나의 게임 티어를 올리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내 자존심 때문에라도 티어를 올리고 싶었기 때문에, 오버워치 전술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럼 전술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 간단하다. 프로들이 게임을 하는 방송을 보면 된다. 오버워치는 오버워치 월드컵과 오버워치 리그라는 무대가 있기 때문에 프로들이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영어 중계를 보면서 공부했다.
오버워치 한국 중계와 영어 중계 모두 게임 진행 상황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해설진들의 해설은 끊기지 않고, 거침없이 이어진다. 다만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영어 중계 쪽이 훨씬 말이 빠르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쉽게 영상을 하나 첨부하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og0kxMJMLww&ab_channel=YourOverwatch
개개인에 따라서 이 중계가 빠르게 들릴수도 있고, 영어가 안 들릴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렵고 빠르게 들렸었다. 심지어 게임 용어는 또 따로 있다보니까 알아듣기가 참 힘들었다. 처음에는 그래서 키워드 위주로만 들으면서 최대한 게임 흐름만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떤 말을 하는 것인가 자막도 보고, 자막을 읽으면서 쉐도잉도 해보고 별애별짓은 다 해봤다.
그런데 이게 참 게임이라 그런지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더 집중을 하고 즐기면서 나름 공부를 했었는데, 이게 정말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즐기면서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하니 어느 순간에 실력이 눈에 띄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도 완벽히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보다는 잘 들린다. 영어 중계가 잘 들리니 그게 또 좋아서 더 공부하게 된다.
나만의 선순환 작용이 생긴 것이다.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개개인만의 선순환 작용. 게임을 하다가 소통을 해야하니 영어를 공부했고, 게임을 잘하고 싶어서 영어 중계를 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실력도 늘고 스스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미리 말하지만 나의 영어는 절대 원어민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도 더 잘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게임이라는 매체가 나의 영어 실력 성장에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오늘의 글을 딱 '게임'으로만 한정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 하나 정도는 팍 꽂힌! 흔히 말하는 '덕질'을 하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만약 본인이 영어 공부도 하는데 덕질을 하는 분야가 있다? 그러면 그 분야를 통해서 영어 공부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통해 공부를 하는게 최고의 효율과 선순환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아봐서 너무나도 추천하든 방법이다.
그러면 오늘도 여러분의 덕질과 영어 공부를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