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경험의 필요성
핀란드에는 실패의 날이 있다네?
'실패의 날'이라고 들어보았는가? 이 실패의 날이라는 심히 공휴일스러운(?) 이름을 가진 날은 실제로 핀란드에 존재하는 행사이다. 원래는 핀란드 알토대학교의 창업 동아리 알토이에스(Aaltoes)가 동아리 차원에서 진행하던 행사였는데, 이게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지자 아예 국가 차원에서 권장하는 행사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행사는 핀란드가 잘 나갈 때가 아니라, 위기가 닥치고나서야 정부에서 행사 지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핀란드에는 한 때 너무나도 잘 나가던 국민 기업이 있었다.
노키아(Nokia)
스마트폰의 등장 이전까지는 누구도 노키아의 명성에 도전할 수 없었고, 노키아의 실패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의 등장과 삼성 안드로이드폰이라는 스마트폰 양강 구도가 형성이 되면서, 새로운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노키아는 결국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노키아라는 거대 기업 하나에만 너무 편중되어있던 탓에 다른 산업 쪽에서 별다른 탈출구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고, 노키아가 그동안 걸어온 승승장구 노선 때문인지 창업을 하려고 해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한 것이 바로 이 '실패의 날'행사이다. 크건 작건 각자의 실패담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격려해주고 실패가 끝이 아니라는 사회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거기다가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자와 창업가들까지 참여하면서 이제는 단순한 핀란드 국내 캠페인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성장했다.
이걸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한국에도 창업 붐이 일어나고 있고, 각종 SNS를 통해 실패를 딛고 성공한, 혹은 목표를 이뤄낸 창업가들의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중소기업벤처부에서는 '재도전 인식개선 공모전'이라는 행사를 통해서 실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확실히 이전에 비해서 실패에 대해 한국 사회의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은 체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실패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실패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었을까? 먼저 실패에 대해 각자 정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정의하는 실패는 다음과 같다.
희망/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모든 것들
이렇게 정의하면 실패에도 참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업 실패도 있고, 취업 실패, 알바 구직 실패, 영업 실패, 연애 실패, 조별 과제 실패, 발표 실패 등등 정말 많은 실패들이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다만 사업 실패가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거기에 주목이 끌리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나 우리 주변에 실패가 많은데 우리는 왜 실패를 안 좋게 볼까?
먼저 우리나라는 학교 교육 방식부터 문제가 있다. 대입 수능이라는 목적 하나만을 가지고 5지 선다형 객관식 문제풀이 교육만을 고수해오고 있다. 5지 선다형 객관식 문제풀이가 변별력으로 보면 '매우 효율적'이긴하다. 논술이나 면접과는 다르게 주관성은 거의 배제되고, 빠르게 평가할 수 있고, 데이터화가 가능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언제나 주관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만 효율적인 것이다.
객관식 문제풀이 교육은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문제점은 바로 '오답을 찍으면 끝이다.'라는 마인드를 심어주기 딱 좋은 방식이라는 것이다. 5지 선다 중에 정답은 많아봤자 두 개 정도 이다. 그나마도 '모두 고르시오'라는 형식으로 문제가 출제되면 답은 하나로 좁혀진다. 이 정답을 찍어내면 점수를 획득하고, 오답을 찍으면 실점한다. 그리고 점수가 낮으면 '괜찮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줄어든다.
'괜찮은 대학'의 졸업장이 주는 사회적 선택권의 영향력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이것은 어느 나라를 가든 마찬가지이다. 이름있는 대학교 졸업자에게 취업 시장에서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오답을 찾지 않으려(=실패를 하지 않으려) 애를 쓰게 되고, 정답만을 찾는 주입식 교육에 매몰되어, 실패 속에서 창의성과 가능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발생하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10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자아정체성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내니 당연히 실패가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오답(실패)을 찍으면 끝이니까.
그리고 사회적으로 실패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던 것도 있다. 특히 사업 실패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참 실패한 사람에게 야박했던 것 같다. 큰 실패건 작은 실패건 말이다. 실패를 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와 믿음이라 생각한다. '나의 실패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라는 격려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보고 너무 힐난해온 것은 아닐까? 이렇게 말이다.
그러게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했어? 내가 나중에 너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결국 다 저렇게 망한다니까.
우리는 좀 더 실패라는 것을 경험해봐야 한다. 특히 어리면 어릴수록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이 나의 철학이다. 실패를 한다는 것도 결국 내성이 생기기 때문에, 어렸을 때 실패를 많이 경험할 수록 미래에 그만큼 내성이 다져진 채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 이 정신적인 내성은 단련이 된 사람과 아닌 사람은 향후 사회에서 실패를 경험했을 때, 그 정신적인 충격에서 다시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확실히 줄여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실패를 좀 더 많이 공유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평범한 실패이든 위대한 실패이든, 큰 실패이든 작은 실패이든 거기서 배울 수 있는 점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최근에 겪은 실패 두 가지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나는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기 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캐나다 워홀 살아남기>라는 글을 연재하고 그 글들을 묶어 크몽에 전자책으로 올려놓았다. 그 때가 한창 전자책 붐이기도 했고, 전자책 판매 승인이 나면서, 나는 내 글로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를 많이 했었다. 서비스 승인 날짜가 10월 쯤이었으니, 지금까지 6개월 정도 지났다. 결과는 어땠냐고?
판매횟수 0건
하나도 안 팔렸다. 나름 내 시간과 공을 들여서 경험에서 나온 액기스들을 추출해서 만든 첫 전자책이었던지라 기대를 했었는데 '안 팔렸다.' 음식점으로 따지자면 메뉴 개발과 흥행에 처참히 실패한 샘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요가 없으니까
전자책도 결국에는 상품이자 서비스다. 수요가 없는 상품과 서비스는 팔리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내가 만들고 싶다는 이유로 만들어냈고 서비스 등록을 했다. 그러면 최소한 팔릴거란 기대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나는 팔리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했으니 실망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내게 이 첫 전자책은 '실패'이다.
한국에 귀국하고 나서 10월부터 자기소개서를 쓰며 취업 준비를 해왔다. 지금까지 총 14번의 입사지원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무자비했다. 14번의 입사지원 중, 11번 서류탈락, 2번은 면접 탈락, 그리고 1곳은 아직 대기중이다. '그래도 해외취업 경험까지 있는데 금방 취업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은 큰 오산이었다. 특히 처음으로 한국 회사 면접 탈락을 경험했을 때는 충격이 꽤 컸다.
그렇다면 왜 탈락했을까? 서류 탈락은 두 가지 이유라고 생각된다. 연관 직무 경험 부족과 자기소개서. 특히 자기소개서는 지금도 공들여 써도 어렵다. 최대한 보고서 형식처럼 '결론-근거-주장'식으로 쓰려고 하는데, 이게 직무 경험이랑 잘 연결이 안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면접 탈락 이유는 적당한 답변 길이 조절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내가 본 면접은 다대일 면접이다. 다대일 면접 특징상 시간이 넉넉한 편인데, 그러다보니 답변을 할 때 나도 모르게 장황하게 스토리를 늘어놓은게 실수였다.
이렇게 나의 실패담을 공유해보았다. 우리 모두 각자의 실패담을 부담없이 공유해보는 것은 어떨까? 누군가에게는 나의 실패담이 큰 자산이 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아예 실패 공유 커뮤니티를 만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