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질문은 지난 번 캐나다 해외취업 강연에서 내가 받았던 질문 중에 하나였다. 내가 캐나다 해외취업에 대한 여러 팁들 중 포트폴리오를 항상 준비해놓을 것을 권장하기로 답변하는 과정에서 받은 질문이었다. 취업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도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었다. 조심스럽게 예상하건데 저 질문을 하는 분들의 경우 대부분 '문과생', '사무직', '대학생'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상경계열 출신이고, 대학생 때 똑같이 포트폴리오에 대해 저런 생각을 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당시만해도 포트폴리오를 크게 강조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매번 관리하고 있고,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서 나만의 콘텐츠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내가 참여했던 이벤트나 프로젝트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틈만 나면 다른 직장인 친구들이나 학생들에게 꾸준히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강연에서도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고, 저 질문에 최대한 핵심들을 요약해서 알려드리려고 했다. 그리고 강연 이후, 이 포트폴리오가 왜 중요한지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 아티클에서는 왜 포트폴리오가 중요한지, 그리고 나같은 문과생들이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지 공유하도록 하겠다.
"나의 경험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나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해진 이유를 현재 사회의 경제적 상황에서 찾았다. 대한민국 현재 경제적 상황은 이미 고도 성장기가 지나버린 저성장 시기에 놓여있다. 그 증거로 대기업에서 그동안 전통적으로 유지해오던 공개채용(일명 공채)을 폐지하고 전면 수시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 동안은 경제가 고속 성장을 하니 사람들을 한꺼번에 많이 뽑을 필요가 있었고, 그 사람들을 가려낼 절차로 공채, 필터링 도구로서 소위 말하는 취업 스펙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저성장 시기에 접어들면서 지금은 그 패러다임이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업은 지원자들에게 취업 스펙보다 그 업무에 왜 적합한 지 차별성을 물어보기 시작했고, 그 차별성을 지원자의 과거 이력을 통해 알아내고자 한다. 최근 기업에서 도입하고 있는 구조화 면접이라는 것이 바로 지원자의 과거 경험/경력을 구체적으로 파고들어 직무 적합성과 회사 적합성을 판단해내는 방법이다.
즉, 단순히 '내가 어떤 경험을 했다!'가 아니라, '내가 한 경험은 어떤 프로젝트이며, 여기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으며, 그게 직무랑 이러저러한 연관이 있다.'라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경험을 정리하는데, 포트폴리오가 가장 확실하고 좋은 콘텐츠인 것이다.
저성장 시기 공채 제도에서는 이 포트폴리오는 조금이라도 더 직무 관련성이 있는 지원자를 가러내는 일종의 필터링 도구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수시채용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나의 전문성과 지식의 깊이, 꾸준함, 그리고 가치관을 보여주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단순히 취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던, 1인기업을 시작하던 말이다.
캐나다에서는 콜드 메일(Cold Mail)이라고 지원자가 채용 공고가 없더라고 회사 이메일이나, 링크드인 등을 통해서 먼저 연락해서 자신의 이력과 경력을 통해 구직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실제로 이게 잘 먹힌다.) 인맥 네트워크를 통한다면 이력서만으로도 인터뷰의 기회를 잡을 수 있겠지만, 만약 내가 아무런 연고가 없는 기업에 지원한다면 이력서만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이럴 때 이력서와 함께 잘 만들어둔 포트폴리오를 하나 제시하면, 그 포트폴리오 하나만으로도 나의 경력을 시각화해서 보여줄 수 있고, 더욱 경쟁력 있고 전문성 있는 지원자로 비춰질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이나 개발자, 건축과가 아닌 문과생은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할까?
"경험, 기록, 분석, 그리고 결과값"
문과생들의 경우에는 어떠한 특정 작품이나, 코드 등을 제작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는지 많이 어려워한다. 대신 조별과제나 대외활동, 동아리, 공모전, 아르바이트 경험을 많이 하고, 이 경험들을 자소서에 많이 쓰게 되는데, 나 역시 저런 경험들과 몇몇 프로젝트들에 참여했었고,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다. 개인적으로 내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면서 정립한 나만의 방식은 이렇다.
경험, 기록, 분석, 그리고 결과값
그렇다면 저 키워드들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차근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1. 경험
본인이 대학생 때부터 참여했던 모든 경험들을 끄집어내본다. 이 경험에는 단순한 아르바이트 경험부터 크게는 공모전이나 프로젝트까지 정말 살면서 참여했던 경험들을 모두 나열해본다. 그리고 최신 날짜순으로 정렬한다. 만약 아직 본인이 경험이 별로 없거나, 아직 대학생이라면 앞으로 하고 싶은 경험들을 정리해볼 것을 권장한다. 미래 희망 진로를 결정했다면 그 진로와 관련된 경험이 최우선이고, 차순위로는 본인이 해보고 싶었던 경험들을 정리하고 구체화시킨다.
2. 기록
위에서 정리한 경험들을 모두 빠짐없이 기록한다. 글, 사진, 동영상 등 본인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들을 동원하여 그 경험의 과정들을 기록하는 것이 좋다. 이 때 문과생들에게 있어서 SNS야말로 이 경험들을 기록하는데 최적의 플랫폼일 것이다. 영상 콘텐츠라면 유튜브, 글쓰기에 자신이 있다면 브런치, 사진에 자신이 있다면 인스타그램, 만약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하면 된다.
3. 분석
위 경험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그 경험과 나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해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해당 경험/프로젝트의 목표와 당시 팀 구성, 진행 과정들을 분석하고, 거기서 내가 수행했던 역할과 업무, 목표 달성에 가장 중요하게 기여했던 킬링 포인트들을 분석해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4. 결과값
그 과정을 통해 해당 경험/프로젝트가 어떠한 목표를 달성했고, 어떠한 결과를 창출해냈는지 도출해내야 한다. 예를 들면, '유튜브 채널 조회 수 00만 뷰 달성', 'ㅇㅇㅇ공모전 입상', 'ㅇㅇ출판사와 출판 계약 체결' 등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납득할만한 결과를 제시해줘야 한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를 어떤 플랫폼을 통해 관리를 해야할까? 가장 좋은 것은 뭐니뭐니해도 자기만의 전용 웹사이트가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기인만큼 파워포인트보다는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나의 경력을 제시해주는 것이 더욱 임팩트가 있고, 전용 웹사이트이다 보니 플랫폼의 영향을 덜 받고, 한 번 구축해놓으면 관리가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웹사이트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포트폴리오 관리에 가장 좋은 도구는 바로 노션(Notion)이다. 사용자가 원하는대로 형식을 구축할 수 있고, 시각화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쉽게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Notion 홈페이지
더 쉽게 포트폴리오 관리를 시작하고 싶다면, 네이버 블로그를 추천해주고 싶다. 브런치와는 다르게 블로그 개설에 승인을 받아야할 필요가 없고, 네이버 아이디만 있으면 쉽게 개설이 가능하다. 네이버 블로그 카테로기를 적절하게 구성하여, 본인만의 포트폴리오 블로그로 만들 수 있고, 본인 분야에 대한 포스팅을 지속적으로 올리면 인플루언서가 될 수도 있고, 여러 제안이 들어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나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나의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과정을 가져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