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늦깍이 문과생의 스타트업 취업기>
이제는 스펙보다 경험과 역량이 중요해진 시대이다.
나의 첫 취업 준비는 2016년에 인턴 지원을 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지금 2021년과 예전 2016년의 취업 준비 과정은 그 양상이 많이 달랐었다. 당시에도 경험과 역량이 중요하긴 했지만, 스펙이 더 비중이 높은 때였다.
그래서 유행했던 말이 바로 '취업 9종 세트'였다. 취업 9종 세트에는 학벌,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경력, 사회 봉사, 성형 수술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에서는 취업 9종 스펙이 뭐였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그 영향력은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열심히 학점과 토익, 자격증 취득에 열심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러한 스펙 경쟁의 비중이 낮아지고, 이제는 철저하게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채용을 하는 시대가 왔다. 즉, 자소서를 쓸 때부터 지원하고자 하는 포지션에 맞는 스토리와 직무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개채용이 줄어들고 수시채용이 확대되면서 더욱 본격화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 감을 잘 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경험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나의 역량을 정리하는 팁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참고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 개인의 노하우이므로, 본인에게 더 잘 맞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쓰면 된다.
가장 먼재 해야할 일은 나의 인생에 대한 히스토리 타임라인을 그려보는 것이다. 주로 성인/대학생이 되고난 이후의 타임라인을 그리게 되는데, 이 타임라인 중에서 본인의 커리어나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경험들을 위주로 뽑아내줘야 한다. 나 자신을 예를 들면 나의 타임라인은 시간순으로 다음과 같다.
영어 스피치 동아리 클래스 리더
강연 기획 동아리 연사섭외 팀장
대외활동 팀장
영화관 아르바이트
인하대학교 GTEP 활동 -> 화장품 박람회 참가
캐나다 유학
캐나다 해외취업(캐나다 스타벅스, 신한은행)
여기서 다음으로 해야할 일은 경험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지원 직무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최신순으로 직장 혹은 단체 활동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정한 경험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았다.
캐나다 신한은행
캐나다 스타벅스
인하대학교 GTEP 활동
강연 기획 동아리 연사섭외 팀장(변동 가능)
타임라인과 메인 경험들이 정해졌으면 그 다음에 해야할 일은 바로 경험별로 '내가 크게 영향력을 발휘한 핵심 스토리'와 그로 인해 발생한 '성과'를 정리해야 한다. 메인 경험들일수록 보통 본인이 나름 열정을 가지고 참여한 활동들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부분에서 활약을 했고 결과가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남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인하대학교 GTEP 활동을 통해 화장품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다른 팀과 차별화하기 위한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다른 팀은 스킨케어와 헤어케어 제품 위주로 구성됐던 점과 박람회 정보 조사 결과 속눈썹 연장 제품이 메인 테마라는 점을 파악하여, 국내 속눈썹 연장 제품 업체에 직접 컨택하여 계약을 체결했다. 예상은 적중하여 현장에서 재고의 90% 이상을 판매하였고, 팀 매출 8,000달러 달성에 기여했다.
위 사례는 매우 축약된거지만 팀 매출 8,000달러 달성에 내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기여를 했는지 포인트를 강조해서 작성했다.(물론 현장 영업도 열심히 뛰었다...) 저 스토리는 내 대학생 활동들 중에서 가장 임팩트가 있었고, 가장 비지니스에 가까웠기 때문에 난 지금도 두고두고 저 경험들을 잊지 않고 잘 써먹고 있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렇게 본인이 영향력을 발휘하여 성과를 이끌어낸 스토리를 선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직무마다 강조해야할 스토리와 성과는 다르다. 마케팅/영업이라면 저렇게 계약 추진과 영업, 마케팅 활동을 통해 만들어낸 정량적 성과가 중요하고, 인사/경영지원이라면 팀원들을 어떻게 정성적으로 서포트하여 팀에 무엇을 기여했는지가 중요하다.
당시 나는 마케팅과 서비스를 중점으로 두고 스토리와 성과들을 정리했고, 자연스럽게 적극적인 추진력과 차별화 역량, 그리고 수치적 성과들을 강조하게 되었다. 아마 다른 직무에 지원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른 스토리들이 뽑힐테니, 그 점은 각자의 재량에 달려있다.
타임라인과 경험, 핵심 스토리, 성과들이 모두 리스트업 됐다면 그 다음에 해야할 일은 바로 희망 직무를 정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렇게 정리된 타임라인과 나 스스로의 성향들을 바탕으로 '마케팅과 서비스'로 희망 직무를 정했다. 운이 좋았던 것일수도 있지만, 나의 경험들과 성향이 희망 직무에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직무 선택에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핵심 스토리와 성과들이 모두 정리됐으니 이제 이 요소들을 직무에 맞게 잘 매칭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희망 직무의 필수 역량을 파악해야 한다. 예전과는 다르게 요즘은 각 회사의 직무별로 JD(Job Description)이 잘 나와있어서 직무 역량을 파악하기도 한결 수월해졌다.
마케팅과 서비스 직무에 대한 대표적인 공통 필수 역량은 크게 3가지이다. 시장 조사, 통계적 분석 역량,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역량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핵심 스토리와 성과들을 각 필수 역량에 맞게 매칭해주면 된다. 이미 정리는 다 됐으니 나머지는 이력서와 자소서 글자수에 맞게 조절해서 늘이거나 줄이면 된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예전에는 마케팅이라하면 위 공통 필수 역량에 약간의 SNS 활용 능력(블로그, 페이스북 등)만 있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마케팅 역량에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SNS 활용 능력과 그 성과가 필요했다.
문제는 내가 4년을 캐나다에 살면서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전문적으로 할 일이 없었고, 핫하게 뜨고 있던 유튜브도 잘 몰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케팅 직무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하나 정도는 내가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마케팅은 퍼포먼스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브랜드 마케팅 3가지 분야로 나뉘어지는데 여기서 내가 빠르게 공략할만한 분야는 콘텐츠 마케팅이었다. 브런치 작가로 합격을 했었고, 네이버 블로그에도 어느 정도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포토샵이나 영상 디자인은 다소 밀리더라도 글 콘텐츠와 카피라이팅이라면 빠르게 성장해서 승부를 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 당시 나의 글 콘텐츠 활용 역량은 거의 0에 가까웠다. 그러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는 나 혼자서라도 성과를 만들어내기로 결정했다.
유튜브와 블로그, 브런치를 통해서 구독자나 수익면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부하여 그대로 내 글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직전까지 오로지 글에만 집중했고, 사람들이 더 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제와 제목, 글 구조 디자인에 신경도 썼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취준생이었지만 거의 직장인처럼 생활을 했던 것 같다. 자고 밥먹는 시간 빼면 전부 글에만 집중했으니까 말이다.
처음 3개월은 정말 힘들었다. 콘텐츠 특성상 초기에는 바로 내가 원하는 효과와 반응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4개월차가 되고 6개월이 지났을 때는 나름 사람들한테 말할만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 이야기로 강연을 하고, 브런치북을 내고, 네이버 블로그는 일 조회수 2천 건까지 달성해봤다.
그 경험들을 모두 이력서와 자소서에 녹여냈고 나만의 핵심 스토리와 성과로써 써먹을 수 있게 되었다. 6개월이 결코 쉽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그 기간을 버텨낸 결과, 당당하게 스타트업에 취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만 주위를 살펴보면 우리 스스로 부족한 역량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 기회들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글은 이렇게 경험들과 핵심 스토리, 성과들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공유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경험 정리의 다음 단계인 이력서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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