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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니제 May 01. 2019

인도로 가는 관문 (4)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갈 수 X습니다

수요일에 저녁에 면접을 보고난 뒤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물론 합격 여부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합격하게 되면 회사 사정상 급하게 인도로 넘어와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2개월간 함께 일한 동료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갑작스럽게 필리핀을 떠나게 되면 그 친구들이 내 일을 모두 떠맡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결과가 나기 전에 그 친구들에게 현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기로 결심했다.


면접을 봤던 이야기를 하자, 두 한국인 동료들이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다. 나는 혹여나 합격하여 필리핀을 떠나게 되면, 출국 전날 쏘피텔 스파이럴 뷔페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동료들은 그 날부터 내가 철썩 붙기를 기도하기 시작했고, 매일 스파이럴 뷔페 노래를 불렀다. (당시, 쏘피텔 스파이럴 뷔페는 필리핀에서도 손꼽히는 어마어마한 그런 고오급 뷔페였다.)




토요일 오전, 여느 때 처럼 늦잠을 자고 있었는데, 인도에서 걸려오는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인사팀 채용담당자는 유선을 통해 나에게 합격 여부를 알려 주었다.


당.신.은
우.리.와
함.께


.
.
.
있.습.니.다.


합격 소식을 듣고 나서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그 직후에 인사 담당자가 내게 해준 한 마디는 나를 쫄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다음주 수요일,
한국 본사로 들어와 서류를 받으셔야 합니다. 



자, 그래 합격은 잘 되었다. 좋다. 그러나 앞으로 내게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 둘 해결해야 한다.

수요일 한국 본사로 들어가려면, 월요일에는 필리핀을 출국하는게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토요일 오전이다. 오늘도 내일도 출근을 안한다는 말이다. 으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 어떻게 해야된단 말인고ㅠㅠ



다음 이야기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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