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그림책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는 곰이 여러 친구들과 손을 맞잡고 강을 따라 모험을 완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곰과 친구들은 모험을 끝낸 후 강의 하구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그들은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은 영원히 그곳에 머물렀을까.
강물의 감촉은 까맣게 잊은 채 각자의 동굴로, 각자의 숲으로 돌아갔을까.
또 다른 물줄기에 몸을 던졌을까.
그 후 몇 번의 강물을 더 만났을까.
나는, 지금 몇 번째 강줄기 위에 있는 걸까.
존경하던 상사의 갑작스러운 퇴직을 지켜본다. 그는, ‘이 강물의 여정은 끝났으니 이제 그만 뭍으로 나가라’는 메시지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떠나기 전, 강물에 남아 여정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을 살핀다. 자신이 떠난 뒤에도 강물은 찰나의 멈춤도 없이 저만치 흘러갈 것이란 걸 그는 이미 안다.
30년의 세월을 네모난 박스에 욱여넣고 집으로 돌아간다. 고요한 집. 물의 감촉이 사라진 피부를 매만지며 스스로 기척을 내본다. 짙게 내려앉은 적막을 마주한 후에야 깨달았을지 모른다. 남겨진 건 그들이 아니라 ‘나’였다는 것을.
수없이 많은 물줄기를 따라 굴곡을 겪은 어른들에게, 이미 강의 하구에 도달한 어른들에게, 이 이야기는 어떤 뒷맛을 남길까.
나의 상사는 한동안 물을 그리워하며 길을 잃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수많은 물길을 헤쳐오며 뼈에 단단히 새겨둔 ‘동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가 결국 자신만의 새로운 물길을 찾아낼 것이라는 걸 안다. 그것이 크든 작든, 혹은 길든 짧든 간에.
우리 인생에는 언제나 타야 할 강이 있다는 것을 이 귀여운 그림책을 보며 깨닫는다. 그 강물은 생각지 못한 때에, 생각지 못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때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의 곰을, 비버를, 오리를 떠올리며 나도 물살에 다시 한번 몸을 맡겨보겠노라 다짐해 본다. 곁을 지켜준 이들의 손을 꼭 잡고, 언젠가는 다다를 광활한 바다를 꿈꾸며.
어딘가에서 본 문장이 떠오른다.
"그로 인해 멋진 일이 벌어질지도"
어느 날 어느 때
새로운 물길에서
혹은 드넓은 바다에서
우리가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곰이 강을 따라갔을 때 | 리처드 T. 모리스 | 소원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