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이별

눈에서 멀어진다면

by 연신

근래에 작별인사를 할 일이 있었다.

그때 난 여행 중이었으므로 쉬고 있던 숙소 안에서 짧은 편지를 적었다.

내가 쉬던 공간은 무척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는데 수신인이 한동안 시끄럽고 힘든 일을 겪었다는 걸 알고 있어서 사진과 함께 당신의 앞으로가 이 공간 같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편지 봉투를 봉하고 이별에 대해 생각했다. 최근에 했던 몇몇 이별들에 관해, 눈에서 멀어진다고 마음까지 멀어지진 않는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 걸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굳이 품을 들여 인사까지 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닌가. 내 편지의 수신인은 송별 식사 후 편지를 받으며 고맙다고, 하지만 이런 것까지 받으면 진짜 이별하는 것 같아서 이상하다고 했다. 우리는 어차피 언제든 볼 사이 아니냐며.


언제든 보자는 말에는 기한이 없다. 언제든 볼 수 있겠지만, 평생 안 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마치 코로나 끝나고 만나자와 같은 말인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하던 이별 인사는 굳이 그에게 꺼내지 않았다. 눈에서 멀어진다고 마음까지 멀어지는 게 아니라는 말. 눈에서 멀어진다고 마음도 멀어지진 않겠지만, 그 자리에 멈춰있을 것이다. 같은 지점을 바라보던 우리가 다른 지점을 바라보며 걸어가게 된 순간 우리의 마음은 그 자리에 멈추겠지.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 이야기만 하게 된다고 한다. 그것도 역시 마음이 그때에 멈춰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은 내 마음을 떼어 그 자리에 두고 가는 것이다. 다시 오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오게 된다면 그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서. 헨젤과 그레텔에서 길을 떠나는 남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얗게 빛나는 조약돌과 빵 조각을 길 위에 떼어두었듯이 나는 내 길 위에 마음을 떨어트리고 가는 것이다. 내가 당신과 만나면 다시 그 길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와 이별하면서 나는 내 마음을 여행 갔던 공간에 떼어두고 왔다. 내가 그 사람의 앞 날이 그 공간 같길 바란다고 했으니까, 앞을 향해 걸어갈 그와 내가 다시 만날 때쯤엔 그 공간과 같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힘든 시기라서 그런가 유난히 이별할 일이 많다. 크든 작든 이별은 이별이다. 매일, 혹은 종종 보던 사람을 몇 개월, 몇 년 볼 수 없는 것도 이별이다. 하지만 그 이별들이 다 말뿐인 이별이 되길 바란다. 눈도 마음도 떠나가는 게 아니라 멈춰있을 뿐이고 다시 만나면 일시 정지했던 음악을 재생시키듯이 조금의 공백도 없이 이어지길 바란다. 떼어둔 마음이 많을수록 나는 조금 허전하겠지만 다시 만난 당신이 그 자리를 채워줄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우리 언제든 꼭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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