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집은 거실 창을 열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숲을 느낄 수 있어요. 나무 향이 나요.
고요함. 선선한 바람을 타고 느껴지는 나무 향. 적막함을 뚫고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지금 사는 집을 살 때 중요하게 여겼던 것들이 몇 가지 있었어요. 남향인지, 맞바람이 부는 평상형 집인지, 주차는 편한지, 학교나 병원, 극장은 가까운지...
거실을 봤을 때 산이 보여서 좋았어요. 그래서 계약했어요. 보자마자 충동적으로.
부동산에 눈이 밝은 사람은 재개발 예정 지역을 샀겠지만, 저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싫어해서... 현재를 즐겁게 살자 주의라, 제가 가진 예산 안에서 무리되지 않는 걸 선택하곤 합니다. 번쩍이는 새 아파트는 아니지만, 저는 여전히 만족하고 있어요.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내일은 토마토 화분 분갈이를 해줄 거예요. 저는 지금 베란다 창가에 나와있고, 창가에 둔 토마토 화분을 집 안으로 들이는 중이에요.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컵에 심어져 있던 토마토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서 뿌리가 많이 뻗었어요.
토마토 씨앗이, 어느새 껍질을 뚫고 밖으로 뻗어져 나온 뿌리가, 하필이면 속이 잘 보이는 투명한 곳에 담겨있는 바람에... 더는 자랄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좁아진 걸 알게 되니, 보고도 무시하긴 어렵네요.
사람의 마음도, 누군가와의 소통도 그렇게 쉽게 보고 느끼면 좋으련만. 그럼 또 재미없겠죠?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