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왔다

by 전주영

고양이가 왔다. 이름은 염브리. 2018년 4월생, 암컷.

브리는 우리 집을 별장처럼 여기는 고양이다. 인연은 2018년 가을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충동적인 여행으로 집을 종종 비우는 나로서는 반려동물을 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탁묘(장기간 외출 시, 다른 애묘인에게 고양이를 잠시 맡기는 일을 뜻한다)를 해보는 건 어떨까였다. 결혼을 결심하기 전, 동거를 먼저 해보겠다는 마음이었달까.

고양이 카페에 ‘탁묘’라는 단어를 알림 설정해두고 고양이와의 인연을 기다렸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어린이 두 명이 살고 있어서 어린아이의 발랄함을 우려하는 애묘인들이 많아 번번이 탁묘의 간택을 받지 못하였다. 탁묘를 포기해야 하나 살짝 지치던 와중, 동네에서 탁묘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빠른 댓글과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우리 집에 오게 된 브리. 그 인연이 이어져 어느새 4년이 되어간다.

브리는 머리 크기가 작은 젖소 무늬 고양이다. 꼬리가 유난히 길고 곧게 뻗어있다. 브리는 우리 집에 오게 되면 보통 5일에서 길게는 열흘 정도를 머물다 가는데, 어릴 적부터 와서 그럴까, 몇 개월 만에 와도 마치 자기 집처럼 어색함이라곤 하나도 없이 행동한다. 게다가 혼자 있는 걸 싫어해서 우리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중문까지 마중 나와 발라당 눕곤 한다. 어서 만져달라는 뜻이겠지.

브리는 베란다 창틀에 앉아 새들을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어느 날에는 베란다 창틀에 한참 앉아있다가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길래 걱정했는데, 알고 보니 고양이 채터링(Chattering)이라고. 채터링은 사냥감을 발견한 고양이를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행동이라고 한다. 그 원인에는 호기심과 흥분감 또는 좌절감도 있다고 하는데, 새나 생쥐처럼 관심을 집중할 사냥감이 나타나면 걷잡을 수 없는 흥분과 잡을 수 없다는 좌절감이 동시에 몰려와 저도 모르게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다. 살아 숨 쉬는 사냥 본능이 DNA 속에 남아있어서 그런 걸까. 여하튼 창틀에서 애처롭게 새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가 나서서 새를 잡아주고 싶지만, 현실은 간식을 꺼내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으로 타협한다.

새끼 고양이 시절에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해 새벽에도 이리저리 뛰어다녀 잠을 못 자게 하더니, 어느덧 청년기에 접어든 고양이라서 그런지 묵직하게 오래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야행성인 본능은 어쩔 수 없는지 우리가 자기 위해 집안의 전등을 모두 끄고 방에 들어가면 따라와서 야옹야옹 울기는 하지만 이내 조용해진다. 어릴 때는 새벽에 일어나서 간식을 줘야 울음을 그치곤 했는데, 언제 이렇게 컸을까. 혼자 출입문도 열 줄 알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다양한 울음소리로 의사소통도 가능한 신통방통하고 영특한 고양이.

이번엔 네 밤만 자고 내일 돌아간다. 집에 돌아오면 중문 앞으로 달려 나와 반겨주고, 책상에 앉아 작업하고 있으면 모니터 앞에 궁둥이를 내밀어 힘을 안겨주던 고양이 브리. 내일 밤이면 브리가 집에 없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허전하다. 코로나가 어서 종식되고 브리 주인이 이전처럼 여행을 길게 자주 다녔으면 좋겠다.


브리야, 브리야, 나는 네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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