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e-Noelle Ledru, Blanc de Noirs 2015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 바쁜 12월,
교통체증이 아니라 늦게 일어나 지각한 것 같은 느낌이 강렬했던, 부스스한 머릿결을 휘날리며 식당에 들어선 똔뚜 요정이 외투 주머니에서 샴페인을 스윽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을 때... 고급 와인에 대한 갈증에 휩싸여있던 사슴은 “이게 뭐~야~아아”라며 짜증부터 버럭 내었다.
와인계의 큰손 똔뚜 요정은 기가 찬 눈빛과는 다르게 온화한 목소리로 “일단 검색을 해보라”며 귀하고 비싼 와인임을 몇 차례 알렸으나, 와인 까막눈 사슴은 ‘자신이 아는 고급 샴페인’이 아니라며 행패를 부리다...
샴페인 한 모금 마시고 조용해졌다는 이야기가 연남동에서 전해지고 있다.
Marie-Noelle Ledru, Cuvee de Goulte Blanc de Noirs Extra Brut 2015
지역 : France>Champagne
품종 : Pinot Noir
테이스팅 노트
사나운 호랑이를 웹툰계에 풀어놓아 지구정복을 꿈꾸는 ‘산타’와 세상의 어둠을 응원하며 꺼져가는 불씨마저 부채질해서 되살리는 쁘띠 부르주아 ‘똔뚜’, 그리고 뾰족한 뿔을 매만지며 계략과 음모가 샘솟는 현장에 기웃거리는 ‘사슴’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똔뚜 요정은 이날 모임의 와인 리스트를 책임졌습니다. 똔뚜는 와인계에서 회장님으로 불리는 큰손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가라앉는 마음으로 힘겨워하던 사슴은 고급 와인을 갈구하며, 요정 똔뚜에게 ‘무엇을 마실 것인지, 어서 와인리스트를 내놓아라’ 닦달했습니다. 하지만 0.1톤의 체중을 자랑하는 똔뚜 요정은 모임 당일까지 꿈쩍하지 않고 회비도, 리스트도 정해두지 않았죠.
그런 상황에서 만난 와인이 바로 이 샴페인.
초록색 병이 아주 근사한, 이름마저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는 샴페인이네요.
똔뚜가 외투 주머니에서 샴페인을 꺼냈을 땐 이 샴페인이 어떠한 샴페인인 줄 몰랐습니다. 왜냐하면 사슴은 와인을 좋아하긴 하지만, 검색은 도통하지 않는 ‘와인 까막눈’이거든요.
울적한 상황을 타파하고자, 번쩍번쩍하고 휘황찬란한 고급 샴페인을 마시고 싶은데, 처음 보는 샴페인이 나오니 실망해서 행패를 부렸습니다. 글 쓰고 있는 지금 그 당시를 더듬어 보니 매우 부끄럽네요. 똔뚜 요정의 ‘얜 뭐야...’ 싶은 눈빛이 여전히 또렷합니다.
이 샴페인은 프랑스 샴페인 지역 Montagne de Reims의 Ambonnay 그랑 크뤼 마을에서 생산되며, 유기농법을 실천하고, 낮은 수확량을 유지해 포도 품질 극대화한다고 합니다. 생산량이 적기도 했지만, 생산자인 Marie-Noelle Ledru의 은퇴 이후로 더욱 구하기 힘들어진 귀한 샴페인이래요.
제가 마신 Cuvee de Goulte는 100% Pinot Noir로 만들었고, Ambonnay의 뛰어난 떼루아를 잘 표현한 와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행패 부리던 사슴은 샴페인의 진가를 모르는 상태로 한 모금 마셨는데, 마시자마자 입안 가득 채워지는 부드러우면서 풍성한 맛과 향에 자세를 고쳐 앉습니다.
귀한 샴페인이 분명하다는 느낌이 절로 드는 맛이었달까요.
무엇보다 이날 똔뚜 요정님은 샴페인과 디저트와인 그리고 식당에서 판매하는 근사한 이탈리아와인까지 모두 계산하며, 똔뚜 요정이 세상을 구하는 빛임을 몸소 증명했습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크리스마스는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이벤트인 것이에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