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delot-Noellat, Vosne-Romanee 1er Cru
보이지 않는 캄캄한 진흙 속을 헤집어
손에 쥐는 것이 진주일지,
바스러진 조개껍데기일지는 알 수 없지만...
미약하나마 나는 점점 발전해나가고 있고,
그 과정만큼은 헛된 시간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
소소한 걸음에 힘을 실어주어 깊은 감사함을 느끼며
2022년 3월 햇살이 따스했던 어느 봄
Alain Hudelot-Noellat, Vosne-Romanee 1er Cru Les Suchots 2015
지역 : France>Bourgogne
품종 : Pinot Noir
테이스팅 노트
글을 써서 처음 돈을 벌었던 계절이었습니다.
경제활동이야 이전에도 경험이 있었지만,
오랜 경력 단절 끝에 손에 쥐어진 '고료'라는 것은
마음속에 생기를 불어넣는 씨앗 같은 힘이 존재했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삶을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고 싶은지
고민하며 잠을 뒤척이던 숱한 밤을 지나,
손에 쥐어진 작고 소중한 고료.
이 와인은
첫 고료로 그간 빚졌던 소중한 분께 점심을 대접하려다 만났습니다.
위들로 노엘라는 부르고뉴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도멘으로
클래식한 부르고뉴 스타일의 정수를 보여주는 생산자예요.
식사값보다 와인값이 훨씬 더 많이 나왔을... 귀한 와인.
2025년 8월 새로운 회사로 출근을 앞두고
익숙하지 않은 일에 적응할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여름,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곱씹어봅니다.
글이 막히는 순간엔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때로는 모니터 앞에서 한숨 푹푹 내쉴 때도 있지만,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합니다.
여전히 일이 재밌기도 하고요.
새 직장에서도 힘든 순간이 없지 않겠죠.
이직의 몇 가지 옵션을 두고, 최선의 선택을 했는지도 갸웃하게 됩니다.
세상에 명확한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부딪혀봐야 알 수 있는 일들이 있을 뿐이죠.
지레 겁먹고 도망치지 않도록 첫 고료를 쥐었던 기쁨과 설렘을 다시금 떠올리면서요.
무너질 것 같은 날엔 이렇게 기댈 수 있는 나무 그늘 같은 추억과 함께하겠죠.
캄캄한 터널을 지나 펼쳐진
낯선 세계 앞에서 이제 막 발걸음을 떼던 그 순간
귀한 와인과 함께 애정을 담아 축하해 주시고,
잘할 것이라 용기 주셔서 감사했어요.
다행히 첫 고료를 쥐었던 순간보다,
연봉은 꽤나 많이 올랐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