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는 글

by 전주영

24절기는 정말 신기합니다. 처서가 지나자마자 바람의 결이 달라졌어요.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잘 지내고 계신가요?


겨울의 끝자락 희미한 봄 내음이 느껴지던 날, 제주의 귤밭이 보이는 식당에서 브런치팀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입엔 나뭇잎을 물고 양볼을 붉게 붉힌, 눈은 빼꼼 가렸지만 내면은 흔들림없이 당당해보이는 여성이 그려진 레이블의 이탈리아 내추럴와인 'Bandita'를 곁들여 이른 저녁 식사를 하던 중이었어요. 브런치작가 심사를 통과했다는 메일을 읽으니, 태양이 작렬하는 유타 주의 어느 사막에서 얼음이 동동 띄워진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마신 것처럼 깊은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초록빛 귤밭 사이로 햇살과 달빛이 서서히 어우러지던 순간, 제 안에서 새로운 전주영이 태어났습니다.


서른네 편의 글을 쓰면서, 처음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브런치작가 전주영입니다.


첫 글을 발행하고 랩탑과 휴대전화를 번갈아 사용하여 틈틈이 브런치를 들여다보며, 어떤 사람이 내 글을 읽을까, 어떤 마음으로 읽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들떴던 마음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조회수가 올라가면 신나고, 라이킷을 눌러준 사람은 누군지 한참 들여다보기도 하고, 발행일마다 들려주시는 독자님께는 내적 친근함을 느끼며 손을 번쩍 들어 아는 체하고 싶은 마음이, 응원의 댓글 앞에선 간지러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모니터를 바라보며 웃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2월의 어느 날, 브런치에 글쓰기 시작하여, 가슴 설레던 봄과 싱그러운 여름을 지나 어느덧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의 문턱 앞에 섰네요. 글을 쓰며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과 숨기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 고민하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민망한 마음에 검은 천으로 이야기를 살짝 가려 글을 쓰면 여지없이 조회수가 적어져, 낙담하던 날도요. 어디까지 나를 드러내야 할까. 어느 깊이까지 나를 드러낼 수 있을까. 이건 글 쓰는 사람의 평생 고민이겠지만, 아직 숨겨놓은 이야기가 많으니, 어떻게 드러낼지는 차차 고민을 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3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한 편씩 글을 발행하며, 반년이 지나는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약속을 지켰으니, 제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셀프 쓰담쓰담)



저는 내일 한국을 떠나, 2주간 하와이에서 체류합니다.

먼저 빅아일랜드로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오아후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러 천문대로, 붉은 용암을 보러 밤의 화산공원에 갈 계획을 세웠습니다. 빅아일랜드와 오아후의 길을 많이 걷고, 아침이면 소금기 담긴 공기를 깊숙히 들이쉬며 요가 수업을 듣고, 반짝이는 해변가에서 달리기도 하고, 모래사장에 누워 온몸으로 바람을 느낄 거예요. 길을 걷다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이 들리면 춤을 추고,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아껴두었던 책을 읽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서핑을 할 예정입니다. 드넓은 바다, 파도에 몸을 맡기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보낼 수 있을까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면, 이전의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한국을 떠날 때의 나와,

모험을 마치고 돌아올 때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까요?



이전처럼 하와이에서도 화요일마다 글을 발행할까, 혹은 생각나는 대로 기록을 남겨둘까 고민을 하다, 가서 결정하자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지면으로 작은 양해를 구해봅니다.


9월 한 달은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글을 써볼까 해요.

짜임새 있는 글이 될 수도 있고, 매끄럽지 않은 작은 퍼즐 조각 같은 글이 될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순간 흐르는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에는 발행한 글이 부끄러워, 예고 없이 삭제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새로운 모험 앞에 함께 해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글을 남길 수 있을 듯합니다.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매주 화요일 들여다 봐주시는 독자님께 감사드리며, 9월 한 달도 잘 부탁드립니다. 10월엔 이전과 같이 매주 한 편씩 글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부슬비가 내리는 8월의 마지막 화요일,

풍요로운 가을을 기다리며



전주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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