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당신은 하루를 어떻게 여는가

 평소엔 이것의 이유에 대해 잘 느끼지 못했다. 늘 SNS를 달고 살았다. 나는 주로 온라인 채팅을 하고, 내가 쓴 페이스북 게시글 댓글에 대댓을 달거나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를 올리며 SNS를 이용하곤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 2교대 근무를 오래 하면서 몸이 피곤해지고 퇴근 후에 잠만 자면서, 자연스레 수면시간 외의 개인 시간 부족으로 여유를 가지지 못했더니 평균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떨어진 컨디션 상태 덕분에 제목과 같은 이유를 몸소 깨달을 수 있게 되었다.




 SNS로 대화하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교대근무 전에는 늘 최소 80% 이상의 에너지가 충전된 상태이므로 느끼지 못했지만, 교대근무를 하면서 늘 50%를 겨우 웃도는 정도의 에너지로 카카오톡,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DM으로 소통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피로를 느꼈다. 이러한 활동들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 이상의 피해를 준다. 이 글을 쓰기 직전에도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조승연 씨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휴대폰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영상을 보고 왔다. 이틀 전에는 '책 읽는 사기꾼', 일명 '책사꾼'이라는 유튜버가 일어나자마자 카카오톡 메신저에 답장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다는 주장과 그 근거를 제시하는 영상을 봤다. 이렇듯 대부분 어느 정도의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거나 여유 있게 사는 사람들, 그리고 일상 교정 전문가와 뇌 과학자들은 기상 직후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하루를 좌우하고 그 하루가 모여 개개인의 인생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나 같은 경우 "주주야야비휴"로 3조 2교대 근무를 했는데, 이 시기에는 평소와 달리 책도 읽히지 않았고, 글도 잘 써지지 않았다. 몸이 힘드니까 시간이 생기면 정신을 보듬기보다 몸부터 쉬게 하기 바빴다. 시간이 나면 피곤해서 잠을 잤고, 참아왔던 스트레스를 푸느라 놀면서 멘탈 케어를 항상 뒷전으로 미루었다. 그러다보니 떨어진 '정신적 면역'은 계속 날 힘들게 했다. 이런 상태로 SNS와 메일을 확인하고 일일이 답장하는 것은 시간대에 상관없이 정신을 보듬거나 몸을 더 쉬게 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을 늘 빼앗고 예상보다 큰 감정 소모를 불러일으켰다.


 그렇다고 답장을 해야하는 메시지에 대충 답하거나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 주변의 40~50대 어른들은 간혹 단답만을 하시거나 ㅇㅇ 혹은 ㅇ만 보내시는 분들이 있다. 몇 번은 이해하고 넘어가는 편이지만, 항상 이렇게 보내시면 나도 사람인지라 기분 나빴고, 답장을 성의 있게 보내기 싫어질 때가 많았다. 이렇게 답장할 거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카톡 같은 SNS 채팅의 대부분은 확인만 하고 무시해도 되는 메시지가 아니다. 메일처럼 나중에 답할 수 있거나 답장할 필요가 없는 경우면 괜찮지만 보통은 답장을 신경 써서 해야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기상 직후에 카톡을 하지 말라는 거다.


 필요에 따라, 혹은 몸이 피곤하고 정신이 없는 경우면 답장을 대충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내 몰골이나 정신적인 상황을 알 수 없다. 게다가 메시지로는 말하고 싶은 부분을 아무리 말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은 힘들고 지쳐도 그 이유를 굳이 말하기 싫어서 내 감정과 달리 늘 재밌는 텐션으로 대화를 하곤 한다.


 격식을 갖추어야 할 상대는 힘들어도 꾸역꾸역 최대한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답장을 보낸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메시지의 특성상 똑바로 전해도 잘못 이해하거나 상대방이 본인 할 말을 전송하면서 내가 했던 말이 그대로 화면 위로 밀려 올라가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최대한 하나의 말풍선에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한번에 보내는 편이다.


 메신저는 대면하지 않고 글로만 소통하기 때문에, 글에서 전해지는 느낌으로 상대의 감정을 읽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움직이거나 재밌는 이모티콘을 구입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에게는 상대방이 글 문체로 기분을 짐작케 하는 부담을 간단한 이모티콘으로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모티콘조차도 대화 상대에 따라 쓸 수 없을 때도 많다. 이모티콘을 남발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도 단답으로 대화하는 것만큼이나 큰 비호감을 사게 된다. 이렇듯 직접 말을 할 때 상대방의 표정과 말투에서 전달되는 정보가 있는 것과 달리 비언어적 표현의 전달이 불가능한 SNS 메신저에서는 평소보다 말을 더 조심해서 해야 하고 집중해야 하는 단점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된다. 


 게다가 그 시간이 기상 직후라면, 일어나자마자 관계에 따른 복잡한 감정과 기억을 꺼내서 답장해야 하므로 자면서 정리된 뇌의 램(RAM) 공간을 바로 소모하게 된다.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빈도만 줄여도 하루의 사용 가능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다른 일을 처리 하는 데에 있어 효율과 당일 컨디션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현대 사회에서 SNS 사용을 아예 끊는 것은 세상과의 단절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는 온라인 메신저의 이용 시간대를 정해 놓거나, 최소한 기상 직후 몇 시간 만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기상 후에 샤워하거나 밥을 먹고나서, 직장에 도착해서, 출근길 중에 한번 정해서 확인하거나 아니면 오전에는 아예 사용하지 않다가 점심시간에 한번 확인하는 게 좋겠다. 이렇듯 카톡과 기타 SNS 사용시간을 만들어 지키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 되리라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앞으로의 살아갈 날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