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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 실패

계획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수많은 선택으로 이뤄진 삶을 살면서 아무 계획도 없이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계획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하다못해 오늘 저녁에 누구와 무얼 먹을지에 대한 생각도 계획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계획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양한 변수로 인하여 계획이 틀어질 때가 많다. 아까의 예시로 이어가면, 메뉴가 변경되거나 식당이 바뀔 수 있다. 같이 밥 먹는 사람이 바뀌거나 약속이 취소되어 혼밥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계획엔 오히려 변수가 안생기면 이상하다.


나도 처음엔 글을 이렇게 계속 쓸 수 있을지 몰랐다.(이제 1년째 매일 쓰는 중) 아직 글을 많이 쓴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이 쓰고 있다. 난 평소 생각을 깊게 자주 한다. 그 덕분에 머릿속에 애물단지가 되어 가득찬 생각들을 종류에 맞게 분류하고 버릴 건 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었다. 11개월이 지나고 있는 지금 시점에 써놓은 글이 좀 많아졌고, 이 글들을 혼자만 보면 안될 것 같았다. 혼자 해왔던 생각들로 혼자 정리한 것이기에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지내게 될 위험성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페이스북에 올리다가 지금은 이렇게 인스타에 올리는 중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지 3달이 지나자, 책 한권의 분량이 되었다. 그래서 출판을 해보고 싶은 욕심에 투고도 꽤 해봤다. 여러 개의 거절 메일을 받았다. 당시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그냥 해볼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투고했다. 지금은 아직 내가 출판할 실력이 안된다는 것은 안다. 그래도 난 계속해서 책을 낼 수 있을 만한 실력을 키우기 위해 투고용 원고를 작성 중이다.


계획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계획이 없으면 실행이 없고, 실행이 없으면 성공은 물론, 실패도 없다. 실패할 수 있는 기회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실패가 없으면 배우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실패를 하고 난 뒤에, 그것을 과정으로 만드느냐 실패로 만드느냐는 끝에 달린 것이다. 계속 시도하고 있는 한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글을 쓰던 초반과 달리 지금은 글을 쓰는 목적이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내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10만 명 정도의 회원들이 활동하는 자계감 커뮤니티를 만들어내는 것이 지금 목표다. 아직도 출판을 하기엔 미흡한 실력이라도, 거절을 많이 당해 보면서 내 글의 수준이 많이 낮은 것을 인지했고, 더 잘 쓰고 싶어서 다른 분들의 글을 찾아 읽으며 모자란 부분을 조금씩 채우기 시작했다.


아무리 깨지더라도 계획은 세워야 하고, 목적에 따라 다른 계획들이 필요하다.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성취하기 쉽고 작은 계획을 세워서 꾸준히 성공하는 게 좋다. 반면, 발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는 계획은 조금 무리해서 세워도 된다. 그런 계획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계획은 누군가에게 쳐 맞고, 다시 상황에 맞는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목표보다 조금 높은 곳을 바라보며 임계치를 넘어가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장 발판” 말이다.


누구나 쳐 맞기 전까진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쳐 맞고 난 후에, 좀 더 밀도 있고 성공 확률이 높은 길을 제시하는 계획으로 수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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