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는 나에게 유난히 힘들고 서러웠던 시간이었다. 힘든 것을 느낄 새도 없이 하루하루 바쁘고 정신없었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공허함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부산과 서울을 자주 오가면서 기댈 곳 없이 버텨야만 했다. 이 악물고 버티다가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야 했던 것이다.
모델로 꼭 데뷔해서 승승장구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서울으로 처음 떠났던 날,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상황을 돌이켜 보았다. 내가 목표로 했던 것을 모두 이루진 못했지만, 난 최선을 다했다. 과거를 미화시키는 합리화 일지 몰라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마음은 편했다.
그러다가 올해 설날에 명절마다 만나는 친척 동생이 나의 소식을 그간 인스타로 잘 봐왔다며
"새해 복 많이 받아"
"새해에도 열심히 해"
"새해에는 더 좋은 결과 있길 바라"
"화이팅" 같이 또 힘내서 나아가라는 응원 대신
"고생 많이 했어, 오빠" 라는 말을 건네주었다.
'수고했다'는 말과 같은 말이지만 '고생했다'는 그 말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고, 상투적인 새해 인사말 대신 '고생 많았다'는 그 말은 내가 치열하게 버티면서 성장해온 한 해를 아름답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해 준 말이었다.
힘내, 화이팅! 열심히 해! 라는 응원보다
내가 버텨온 시간들을 인정받는 느낌이라,,
내가 해왔던 노력들을 알아주는 말 같아서,,
그 한 마디는 커튼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아침 햇살처럼 여리지만 강렬한 따스함이었다.
이 말은 지금도 떠올릴 때마다 그 동생이 생각나서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그 "고생했어"라는 말을 할 때의 표정과 따뜻했던 말투 모두 생생하게 기억난다. 이 장면은 때때로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수없이 재생되며 스스로 붙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앞으로도 스스로가 쓸모없고 한심하게 여겨질 때, 기억의 저편에서 마법처럼 튀어올라 위로가 되어주곤 하겠지,, 그래서 이젠 되도록이면 사람들에게 뻔한 응원의 말 대신에 나도 "수고 많았다"는 말을 전하려 한다.
P.s. 잠들기 전 이 밤, 오늘 하루 고생 많았습니다.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을 안고 잠에 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