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응, 인정”이라는 뜻으로, 동의를 구하는 말과 그에 동의한다는 표현이다. 한 때, 이런 말이 굉장히 유행했었는데, 나는 이 유행어만큼 좋고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신조어(혹은 새로운 문화)도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인정하는 태도만큼이나 좋은 태도도 없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에 대한 기본적 예의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상대의 삶과 생각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인정’은 예의를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라 할 수 있고, 인정할 줄 아는 태도를 예의만큼이나 중요하게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는 자세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데에 이롭다. 살아가기도 바쁜 상황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진다는 것은 고시생이 연애하며 공부해서 결혼과 합격을 동시에 잡는 것에 비벼볼 정도로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지, 주변의 상황이나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한 노력은 자신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진심으로 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힘들다면, 그전에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받아들이는 연습부터 해보자. 이를테면, 자신의 단점을 힘들게 극복하려고만 하지 말고 우선 그 단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내 무릎과 허리까지 안 좋아지는 데에 가장 큰 원인이 된 심각한 평발을 갖고 있다. 이런 내 단점은 모델로써 다이어트와 몸매를 가꾸기 위한 운동을 지속하고, 스트레스를 축구로 풀었던 내가 더이상 스트레스를 축구로 풀 수 없게 했다. 그리고 계속 몸매 관리를 위한 운동을 한다면 무릎과 허리, 발목은 갈수록 망가질 것이었다. 그렇다고 모델을 하려면 운동을 안 할 수도 없었다. 대안으로 수영을 해봤지만 장소의 제약과 다른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모델을 포기하게 되었는데, 모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진만 했다면 지금은 아마 빠른 걸음 걷기도 못 했을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조금만 뛰어도 하루 종일 발목과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파서 지금은 바빠도 잘 뛰지 않는다.
몸을 생각해서라도 모델을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은 여러 번 했지만, 병원에서 덜컥 허리디스크 진단까지 받고는 정말로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을 때, 난 그것을 한동안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힘들어했다. 하지만, 어차피 내 손을 벗어난 일이고 더 이상 꿈을 향해 나아가는 데에 있어 통제권을 내가 쥘 수 없었기에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서 무뎌졌다' 라기보다 힘들지만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고, 덕분에 다른 진로를 생각할 여유가 생겨 이젠 괜찮아졌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고칠 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감정 컨트롤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내가 화를 내면 안 되는 상황에서 화가 날 때도, 화를 참으려고만 하면 더 스트레스가 쌓인다. 하지만, 먼저 "내가 지금 ~때문에 화가 나는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자신의 감정을 먼저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이면, 심각한 스트레스까지 받는 상황은 면할 수 있고, 전보다 쉽게 화가 풀리기도 한다.
우울하고 슬플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슬프고 우울할 때 그 감정이 지속되면 '나'라는 존재가 그 감정과 같아진다. 결국 우울함이 내가 되어가는 것이다. 나아가 시간이 더 지나면 그런 감정을 당연시 여기게 된다. 이럴 때는, 한 없이 우울하고 슬퍼지고, 나만 슬프게 사는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내가 우울하구나, 내가 슬퍼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가 된다.
이렇게 인정하는 태도가 익숙해지면 사소하지만 기분 나쁠 수 있는 일도 무난하게 넘어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친구와의 마찰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세상살이가 한결 편해진다. 사소하고 시끄러운 일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크고 묵직한 일에 집중하여 성과도 높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그래서개인적으로는 인정하는 태도만큼이나 좋은 태도도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