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에서 날씨를 표현할 땐 맑음, 흐림, 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나는 감수성이 좀 풍부한 편이라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행복한 라이프를 추구하기에 날씨나 분위기 때문에 기분이 저조해지는 걸 내버려두진 않는다. 날씨에 얽매이지 않는 나만의 기분 전환 방법이 있다...
나는 “막걸리 한 사발 드링킹 하고싶은 날”, “가만히 틀어박혀서 책만 읽고 싶은 날”, “사진작가 코스프레 하면서 돌아다니고 싶은 날”, “그냥 생각없이 즉흥적으로만 보내고 싶은 날”, “포장마차에서 구수하고 날 것이 떠도는 분위기에서 한 잔하고, 돼지국밥으로 해장하고 싶은 날”, “책 보고, 영화보고, 대중 목욕탕 갔다가 저녁에 뜨끈한 국물에 소주한잔 하고 싶은 날”, “침대에서 하루 종일 뒹굴거리고 싶은 날”, “귤 까먹으면서 영화보고 싶은 날”, “유달리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운동까지 하고 싶은 날”, “조용하고 아는 사람 아무도 오지 않는 카페에서 혼자 커피 마시고픈 날” 등등. 주로 음식이나 술, 즐기고 싶은 활동으로 표현하곤 한다. 날씨에 따라 이렇게 하고 싶은 것들이 천차만별인 성향 덕분에 이걸 하기만 하면 쌓여있던 스트레스까지 다 날아가버린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오는데도 그냥 밖에 나가서 비 맞으며 걷다가 바다에 들어가서 놀다오고 싶은 날이다. 평소 같으면 정말 그렇게 놀고 올 텐데, 지금은 몸에 상처가 좀 있어서 그렇게 놀면 안된다. 그래서 이따가 찬물로 샤워를 하고나서 옥상에 올라가 빗소리를 들은 다음에 집에서 아무 생각도 안하고 있을거다.
평소에 아이디어가 불쑥불쑥 떠오르는 순간을 즐긴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 생각도 안하는 상태를 즐긴다. 머리와 마음이 텅 비어서 깨끗할 때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면 아주 크리에이티브 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어쭙잖아도 글을 쓰면서 머리와 마음 속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아무 것도 안하고 있으면 비로소 늘 곁에 있었지만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마주하게 된다. 내 방에서 외부로 곧바로 통할 수 있는 감사한 창문, 그로 들어오는 햇빛과 소리, 그 밖의 풍경들, 그리고 얼굴을 만져주는 찹찹한 바람과 슬며시 훑어주는 바람들. 이따금 방에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끼니때에 맞추어 전기밥솥 돌아가는 소리가 얼마나 정겨운지 모른다. 지금은 내 방에서 선풍기 소리와 빗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내가 만들어내고 있는 경쾌한 키보드 소리.
‘있음’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이를 나누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 내 글을 보면서 공감하고 내가 느낀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껴보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쓴다. 내가 잘났다고 자랑하는 게 아닌, 내가 아는 것과 느낀 것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도움되는 말들을 주고받는 게 행복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바닷가에서 놀고나서 깨끗해진 상태로 아무 생각도 안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 대안으로 찾은 찬물 샤워 후에 빗소리로 마음까지 정화하고 아무 생각하지 않겠다던 것이 결국엔 소중하고 감사한 것들을 되돌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