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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

국밥 먹다가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 행복할 수 있다. 그래야 “아까 ~했어야 했는데” 같은 찝찝한 후회가 남지 않는다. 난 5년 전에 생긴 발바닥의 사마귀를 4년동안 방치하고 1년 전부터 치료중이다. 이런 저런 치료를 다 받아보고 최종적으로 한의원 치료를 하는 중인데, 효과를 보고 있다.




사마귀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해운대에서 국밥을 먹고 왔다. 식당은 분수 쇼가 펼쳐지는 해수욕장 바로 앞 큰길에서 조금 들어가면 나오는 골목길에 테라스를 두고 있다. 근처에 규모가 큰 국밥집들이 많아서 이 곳엔 사람이 없다. 덕분에 여유롭게 테라스에 앉아서 국밥을 먹을 수 있었다. 테라스는 커피나 브런치와 어울린다는 상식이 깨져버렸다. 국밥과의 조합도 최고였다. 오히려 독특해서 더 즐거웠다고 할 수 있겠다. 일부러 사람 많은 식당에는 안 가려고 골목골목 헤매면서 들어온 곳이었다. 감사하다.


이 골목 저 골목 드나들며 풍성해진 바람이 상위에 달랑 놓인 국밥을 더 풍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 바람을 맞으니, 밥맛도 훨씬 좋게 느껴졌다. 덕분에 가게의 음악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음악과 바람과 국밥. 그리고 그늘에서 바라보는 햇살 내리쬐는 대로변을 담은 골목.

잠시 내가 있는 '순간'에 집중하고 감사했을 뿐인데 다른 세상이 열렸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는 정말 별거 없는 것 같다.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는 멀리 있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이렇게 가까이 있는 행복을 찾아내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열심히 살아야 휴식 중에도 감사함을 느끼고, 뜻밖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아까 한의원에서 사마귀 진료를 받으면서 내가 느낀 이상한 징후에 대해 적절하게 물어보지 못했다면 “아, 이걸 물어봤어야 했는데”하며 후회했을 것 같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하지 않았다면, 그때의 햇살과 음악 그리고 바람, 국밥이 주는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고 잠만 더 잤을 거 같다.


국밥을 다 먹고나서는 도보 2분 거리의 해운대 해수욕장에 왔다. 시원한 파도소리와 바다 냄새는 거의 천연 소화제다. 뭐 실제로 소화가 안될 때, 바다에 온다고 소화가 될리는 없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가슴이 뻥 뚫린다는 말이다. 배는 채우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마음을 비우고 있노라면, 비웠음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을 비우려면 순간을 느끼고, 자신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을 매번 확보해야 한다. 그런 시간이 나에겐 아침 시간이다. 일어나서 커피포트에 전원을 올리고 물이 끓는 동안 칫솔을 입에 물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기 위한 샤워를 한다. 그리고 차를 마시며 독서를 하고, 글을 쓰다가 산책을 다녀온다. 그리고 다른 일을 시작하기 전에 명상을 한다.


스스로가 대견스러운 일이 많은 요즘, 그래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더 행복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스스로에게 칭찬해주는 것도 자존감을 높이는 괜찮은 방법 같다.


보통은 멀리 있는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열심히 산다. 그렇게 하면 당장의 내 노력은 보상받을 수 없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사는 것은 투자한 노력이 하루 안에 결과로 돌아온다. 이게 목적지까지 더 재미나게 갈 수 있는 방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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