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MVP는 칭찬이 아니라 불편한 진실을 먹고 자란다

1. 맘 테스트(The Mom Test): 잘못된 MVP 개발을 피하는법

by jaha Kim

창업가의 대화설계 (Founder's Talk Design)


Part 1: 진실 찾기 - 검증의 대화 (예비/초기, '0 to 1' 단계)


1. 맘 테스트(The Mom Test): 아이디어에 대한 ‘달콤한 거짓말’을 간파하는 법



1. 이 대화, 왜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가? (The Inescapable Conversation)


뜨거운 열정과 차가운 진실 사이

창업가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진다. 밤새워 만든 계획,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 이 뜨거운 열정을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본능이다. 가족, 친구, 그리고 잠재 고객에게 달려가 묻는다. "제 아이디어, 어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 주기를 원치 않기에, 혹은 잠재력을 정말 봤기에 "정말 좋은데요!", "대박 나겠어요!" 같은 응원을 보낸다.


창업가는 이 달콤한 말에 취해 몇 달, 혹은 몇 년의 시간과 돈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제품이 출시된 후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칭찬했던 그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것이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겪는 첫 번째 실패, 바로 ‘잘못된 검증’의 비극이다.


당신의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대신, 고객의 과거 행동에서 진짜 문제를 찾아내는 법

이 챕터의 핵심 원칙은 간단하다. 당신의 아이디어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묻지 않는 것이다. 대신, 고객의 삶과 그들이 과거에 특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파고드는 대화를 설계하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에 대한 칭찬은 무의미하다.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고객이 돈과 시간을 써서라도 해결하고 싶어 하는 ‘진짜 문제’에 대한 증거다.


모든 것의 시작, 그리고 조직 문화의 DNA

‘0 to 1’ 단계에서 ‘맘 테스트’는 만들 가치가 있는 제품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생존과 직결된 대화법이다. 이 대화 없이는 모든 것이 사상누각이다. 기업이 ‘Beyond 10’으로 성장했을 때, 이 대화의 원칙은 조직 전체의 문화로 진화한다. 제품 개발팀은 고객의 의견이 아닌 데이터와 과거 행동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마케팅팀은 고객의 실제 문제에 기반한 메시지를 만든다. 초기에 심어진 이 ‘진실 찾기’ DNA가 바로 회사의 회복력과 고객 중심적 사고의 근간이 된다.




2. 오해와 착각: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함정 (The Founder's Fallacy)


칭찬받고 싶은 창업가, 상처 주기 싫은 사람들

창업가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거절당할까 봐 두렵다. 동시에 자신의 비전과 제품이 얼마나 훌륭한지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이 ‘확증 편향’과 ‘거절 공포’는 “제 아이디어 좋죠?”와 같은 유도 질문을 하게 만든다.


반대로, 대화 상대방은 사회적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 그들은 당신을 실망시키거나 무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기분 좋은 거짓말, 즉 ‘ fluff’를 건넨다. 이처럼 창업가의 심리와 상대방의 배려가 만나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대화는 진실에서 가장 먼 곳으로 표류하게 된다. 이것은 정말 선의가 만들어내는 처절한 비극이다.


가장 비싼 대가, ‘달콤한 거짓말’의 비용

"내 아이디어 어때?"라는 질문이 낳는 가장 흔한 실수는 ‘거짓 긍정(false positives)’을 얻는 것이다. 이 거짓 긍정은 스타트업에게 가장 치명적인 독이다.


창업가는 존재하지 않는 시장의 수요를 확신하고 제품 개발에 착수한다. 수개월의 개발 시간, 수천만 원의 초기 자본, 팀원들의 기회비용이 모두 잘못된 신호 하나에 소진된다. 이는 단순히 자원의 낭비를 넘어, 팀의 사기를 꺾고 시장 진입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게 만드는 값비싼 실패로 이어진다. 당신이 들은 칭찬의 총합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1조 달러 비용’의 시작점이다.




3. 대화의 재설계: 핵심 원칙과 프레임워크 (The Core Principle & Framework)


프레임워크: 맘 테스트 3단계


1. 배경 설정 안하기: 명심하라. 당신의 아이디어를 절대 먼저 말해서는 않된다. 대화의 목적이 ‘시장 조사’나 ‘특정 분야 전문가의 조언’ 구하기임을 명확히 하여 상대방이 당신을 돕는다는 심리적 위치에 서게 한다.

2. 과거 파헤치기: 상대방의 삶에서 당신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존재하는 영역으로 대화를 유도한다. 그리고 그 문제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과거 경험, 행동, 감정에 대해 묻는다.

3. 진실 신호 찾기: 상대방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시간, 돈, 노력을 쓰고 있는지 확인한다. 이것이 진짜 문제가 존재한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 즉 ‘진실의 신호’다.




4. 실전 플레이북: 당신의 대화를 디자인하라 (Design Your Talk)


대화의 핵심 키워드 뽑아내기

나침반을 설정하라. 이 대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디어 칭찬’이 아닌 ‘문제 검증’이다. 상대방이 미래를 예측하게 하는 대신, 과거를 회상하고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게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이 대화를 지배할 핵심 키워드는 다음의 세가지다.


✔ 과거 행동 : "최근에 ~했던 경험(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했던)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어요?"

문제점 : "그 과정에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해결 시도 : "그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보셨나요?"


이 세 가지 키워드는 대화가 옆길로 새거나 상대방이 의견을 말하려 할 때마다 본질로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나침반이 된다.


핵심 질문 & 표현 가이드


① 피해야 할 질문 (The Bad):

- "제 아이디어 어때요?" (의견을 구하는 순간, 대화는 끝이다.)

- "보통 ~하지 않으세요?" (유도 질문은 원하는 답만 들려준다.)

- "이런 기능이 있다면 쓰실 건가요?" (미래에 대한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거의 맞지 않는다.)


② 본질을 꿰뚫는 질문 (The Good):

- "최근에 [특정 문제] 때문에 불편했던 경험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코멘트: 상대방을 과거의 구체적인 경험 속으로 데려간다.)

-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시도해 보셨어요?"(코멘트: 진짜 문제라면 반드시 해결 시도를 했을 것이다. 이것이 진실의 신호다.)

- "그 방법(기존 해결책)의 어떤 점이 가장 별로였나요?"(코멘트: 여기서 당신의 제품이 파고들 시장의 기회가 보인다.)

- "혹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돈을 써보신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얼마까지 써보셨어요?" (코멘트: 고객의 지갑이 열리는 문제인지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상황 시나리오

당신은 ‘반려동물을 위한 자동 급식기’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다. 최근 강아지를 입양한 지인과 커피를 마시며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싶다.


ⓐ 액션 플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대화 목표 재설정: ‘내 아이디어 칭찬받기’가 아니라 ‘반려동물 사료 주는 과정의 문제점 파악하기’로 목표를 바꾼다.

오프닝 멘트 준비: "요즘 강아지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시겠어요. 제가 요즘 반려동물 시장에 대해 알아보고 있는데, 혹시 강아지 키우면서 힘든 점은 없으세요?" (아이디어를 숨기고 일반적인 주제로 시작한다.)


ⓑ 핵심 질문 리스트업:

- "혹시 장시간 외출하거나 여행 갈 때 사료는 어떻게 챙겨주세요?"

- "그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이거나 불편했던 점은 뭐였어요?"

- "그걸 해결하려고 어떤 방법을 써보셨어요? (예: CCTV, 호텔링, 지인 부탁 등)"


ⓒ‘진실의 신호’ 탐색:

상대방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돈이나 시간을 썼는지 (호텔링 비용, 비싼 CCTV 설치 등) 확인한다.


예상 질문 & 답변 전략

- 상대방의 함정 질문: "혹시 뭐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도 있어요?"

- 당신의 전략적 답변: "아직 구체적인 건 아니고요, 이 분야의 어려움부터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서요. 아까 외출할 때 사료 주는 게 신경 쓰인다고 하셨는데, 그 얘기 좀 더 자세히 해주실 수 있으세요?" (아이디어 공개를 회피하고 다시 문제로 대화의 초점을 돌린다.)


- 상대방의 달콤한 칭찬: (어쩌다 아이디어를 말해버렸을 때) "와, 그 아이디어 정말 좋네요! 대박날 것 같아요!"

- 당신의 반응 전략: "감사합니다! 그렇게 좋게 봐주시니 힘이 나네요. 혹시 아이디어를 더 완벽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실 수 있을까요? 이 아이디어가 해결하려는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최근에 불편했던 경험 한 가지만 더 말씀해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칭찬을 우아하게 받아넘기고, 다시 과거의 구체적인 문제로 대화를 전환한다.)


결정적 주의사항:

다시한번 말하지만 아이디어를 미리 말하지 마라 대화 초반에 당신의 아이디어를 공개하는 것은 모든 것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사람들은 당신의 아이디어를 듣는 순간부터 비평가 모드가 되어 당신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한다. 대신, 고객의 과거 경험과 감정에만 집중하라.




5. 거인들의 대화: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Case Studies)


에어비앤비(Airbnb)의 탄생:


문제에서 시작한 대화. 2007년,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월세를 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마침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디자인 컨퍼런스 때문에 도시의 호텔이 모두 예약 마감된 상태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아파트 거실에 에어 매트리스 3개를 놓고, 'Airbed & Breakfast' (에어베드와 아침식사)라는 이름으로 웹사이트를 급조해 홍보했다. 그들은 "우리 아이디어때요? 남는 공간에 에어 매트리스를 놓고 아침을 주는 거죠."라고 묻지 않았다.


(컨퍼런스 주변에서 숙소를 못 구해 헤매는 디자이너에게) "혹시 주무실 곳을 찾고 계신가요? 이 근처 호텔은 전부 예약이 꽉 찼다고 들었어요."

디자이너: "네, 맞아요. 정말 난감하네요. 혹시 아시는 곳이라도 있나요?"

브라이언 체스키: "저희 아파트 거실이 비어있긴 한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집에서 주무시는 건 어떠세요? 에어 매트리스지만 잠자리는 마련해 드릴 수 있고, 아침도 간단하게 드릴게요. 호텔보다는 훨씬 저렴하게, 80달러에 해드릴 수 있습니다. 어떠세요?"


브라이언은 아이디어를 평가해달라고 묻지 않았다. 대신 상대방의 구체적인 문제('잘 곳이 없다')를 확인하고, 즉시 해결책('우리 집에서 자라')과 가격('80달러')을 제시했다. 이는 '의견'을 묻는 대화가 아니라, 실제 '거래'를 제안하는 대화이다. 디자이너가 여기서 지갑을 연다면, 그것이 바로 진짜 수요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6. 즉시 실행 가능한 체크리스트와 다음 단계 소개


Takeaway & 행동 강령

사람들에게 당신의 아이디어를 좋아하냐고 묻지 마라. 그것은 그들의 의견일 뿐이며, 대부분 당신을 위한 거짓말이다. 대신 그들의 삶에 대해 물어라. 당신이 해결하려는 문제가 그들의 삶에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라.



맘 테스트 대화 체크리스트 (치트 시트)

[ ] 나는 내 아이디어를 말하지 않고 대화를 시작했는가?

[ ] 나는 미래가 아닌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

[ ] 나는 의견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과 사실에 대해 묻고 있는가?

[ ] 나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많이 하고 있는가?

[ ] 상대방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시간/노력을 쓴 증거를 찾았는가?


심화 학습 & 다음 단계


관련 자료 추천

책 (필수): 롭 피츠패트릭(Rob Fitzpatrick) 저, The Mom Test이 챕터의 모든 영감은 이 책에서 나왔다.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아티클: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의 "고객 개발(Customer Development)" 관련 블로그 포스트들.


다음 챕터로의 연결

‘맘 테스트’를 통해 고객에게 진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문제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일까?


다음 챕터에서는 시장의 타이밍을 검증하는 대화, "왜 지금인가? (Why Now?)"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창업자의대화설계 #맘테스트 #MVP검증 #고객인터뷰 #린스타트업 #고객개발 #실패하지않는MVP #좋은질문 #스타트업 #창업가 #프로덕트매니저 #TheMomTest

https://brunch.co.kr/brunchbook/leader-talk


keyword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