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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단단한 동맹을 위한,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대화

4. 공동창업자와 반드시 해야 하는 4가지 합의

by jaha Kim

창업가의 대화설계 (Founder's Talk Design)

Part 1: 진실 찾기 - 검증의 대화 (예비/초기, '0 to 1' 단계)


4. 공동창업자와 반드시 해야 하는 4가지 합의



"불편한 대화, 그러나 가장 단단한 동맹의 시작"


1. 피할 수 없는 대화 (The Inescapable Conversation)


우리는 친구니까 괜찮을 거라는 착각

스타트업의 여정은 결혼과도 같다. 특히 공동 창업자와의 관계는 그 어떤 관계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팀, 특히 친구 사이에서 시작된 팀들은 가장 중요한 대화를 피한다. "우리는 서로를 믿으니까", "나중에 잘 되면 그때 얘기하자"와 같은 생각으로 지분, 역할, 돈, 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다. 이것은 신뢰의 표현이 아니라, 시한폭탄의 스위치를 누른 채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 스타트업 실패 원인 1위가 '시장의 부재'라면, 그 뒤를 바짝 쫓는 2위는 바로 이 '공동 창업자 간의 갈등'이다.


신뢰는 '명시적인 합의'에서 완성된다

이 대화의 핵심 원칙은 서로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너무나 아끼고 이 파트너십을 오랫동안 지켜나가고 싶기 때문에 진행하는 것이다. 진정한 신뢰는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우리는 이런 원칙으로 함께한다"는 명시적인 합의 위에 세워진다. 불편한 주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솔직하게 조율하는 과정이야말로, 다가올 폭풍우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단단한 배를 만드는 과정이다.


모든 계약의 초석, 그리고 리더십의 첫 시험대

'0 to 1' 단계에서 이 대화는 회사의 법적인 기반(주주 간 계약)을 다지는 초석이자, 창업팀이 진짜 '팀'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시험대다. 이 어려운 대화를 성공적으로 마친 팀은 어떤 위기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 자산을 얻는다. 'Beyond 10'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때 정립된 원칙은 리더십 팀의 의사결정 방식, 보상 철학, 그리고 조직 전체의 투명한 소통 문화의 근간이 된다.




2. 오해와 착각: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함정 (The Founder's Fallacy)


낙관주의 편향과 갈등 회피 본능

창업가는 본질적으로 낙관주의자다. "우리는 성공할 거야"라는 믿음이 너무 강한 나머지, 실패나 갈등과 같은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꺼린다. 특히 창업 파트너가 오랜 친구일 경우, 돈이나 지분 같은 '비즈니스'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우리의 우정을 해칠 수 있다는 '갈등 회피' 심리가 강력하게 작용한다.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결국 "그때 왜 이런 얘기조차 안 했을까?"라는 후회로 돌아온다.


침묵의 대가: 회사의 공중분해

이 대화를 미루는 실수는 조용한 암살자와 같다.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회사가 조금씩 성장하거나 첫 번째 위기를 맞았을 때, 잠재되어 있던 기대치의 불일치가 폭발한다.


"나는 밤새워 일하는데 너는 왜 9시에 퇴근해?"

"나는 초기 아이디어를 냈으니 지분을 더 받아야 해!"

"이 중요한 결정은 왜 나랑 상의도 없이 해?"


이 같은 갈등이 터져 나온다. 그 결과는 의사결정의 마비, 팀의 분열, 감정싸움으로 인한 자원 낭비, 그리고 결국에는 회사의 공중분해다. 당신의 침묵이 회사의 사망 선고가 될 수 있다.




3. 대화의 재설계: 핵심 원칙과 프레임워크 (The Core Principle & Framework)


핵심 원칙: 가정과 기대를 사실과 합의로

이 대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나다. "서로의 머릿속에만 있던 '암묵적인 기대'를 꺼내어 '명시적인 합의'로 전환하는 것." 진정한 신뢰는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우리는 이런 원칙으로 함께한다"는 구체적인 약속 위에 세워진다.


프레임워크: 공동 창업자 얼라인먼트 4대 의제


1. 소유권 (Ownership):

초기 지분 결정: 지분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과거 기여도(아이디어, 자본), 미래 기여도(역할, 시간)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

지분 분배와 회수: 회사를 나가게 되었을 때 어떻게 지분을 회수할 것인가? 스톡옵션으로 지분을 한 번에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보통 4년) 동안 기여에 따라 점진적으로 소유하게 하는 조항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2. 역할과 책임 (Roles & Responsibilities):

직책: 누가 CEO(대표이사)인가? CTO, COO 등 각자의 직책과 역할을 명확히 한다.

의사결정: 어떤 영역(제품, 기술, 영업, 재무)의 최종 결정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 의견이 다를 때 최종 결정은 어떻게 내릴 것인가?


3. 헌신 (Commitment):

시간과 노력: 풀타임인가, 파트타임인가? 주당 몇 시간의 근무를 기대하는가?

재정: 각자 언제까지 무급으로 일할 수 있는가?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4. 출구 전략 (Exit Scenarios):

자발적 퇴사: 한 명이 회사를 떠나고 싶을 때, 그의 지분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해고: 다른 파트너의 기여가 현저히 부족할 때, 어떻게 내보낼 수 있는가? 그 조건은?

인수합병 (M&A): 회사를 매각할 기회가 왔을 때, 어떤 조건이면 동의할 것인가?




4. 실전 플레이북: 당신의 대화를 디자인하라 (Design Your Talk)


대화의 핵심 키워드 뽑아내기

이 대화의 목표는 서로의 가정을 사실과 합의로 바꾸는 것이다. 대화의 나침반이 될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기대치를 정렬하라: "나는 이 회사에 무엇을 기대하고, 당신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라: "만약 우리 중 한 명이 그만두고 싶다면? 만약 회사가 망한다면?"

의사결정권을 명확히 하라: "최종 결정이 필요할 때, 누가 어떤 권한을 가지는가?"



핵심 질문 & 표현 가이드


관계를 망치는 대화(The Bad):

- "우리 지분 얘기 좀 해야 할 것 같아." (너무 직접적이고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다.)

- "네가 요즘 일하는 걸 보니, 우리 역할에 대해 얘기 좀 해야겠어." (비난의 뉘앙스가 담겨있다.)


신뢰를 쌓는 대화(The Good):

- "나는 우리가 정말 오랫동안 함께 성공적으로 이 회사를 이끌고 싶어.

그러려면 우리가 친구 사이를 넘어, 파트너로서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지금 명확히 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중에 사소한 오해로 우리 관계가 틀어지는 게 더 싫거든.

지분이나 역할처럼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우리 관계와 회사를 지키기 위해 오늘 터놓고 이야기해 보는 게 어떨까?" (코멘트: 대화의 목적이 '내 이익 챙기기'가 아니라 '관계와 회사의 성공'임을 명확히 하여 상대방을 안심시킨다.)



예상 질문 & 답변 전략


- 상대의 예상 질문: "우리 사이에 뭘 이런 것까지 얘기해? 일단 제품 만드는 데나 집중하자."

- 당신의 답변 전략: "네 말에 전적으로 동의해. 우리가 100% 제품에만 집중하려면, 바로 이런 문제들이 나중에 우리의 발목을 잡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필요해. 이 대화는 1시간이면 끝나지만, 여기서 얻는 마음의 평화와 집중력은 앞으로 1년 이상 갈 거야. 이걸 미리 정리해 두는 게 오히려 제품에 더 집중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상황 시나리오

기술 담당 A와 사업 담당 B, 두 친구가 3개월간 함께 서비스를 준비했다. A는 초기 아이디어를 냈고, B는 외부 활동과 초기 사용자 인터뷰를 도맡아 했다. 이제 첫 투자를 받기 직전, 둘 사이엔 아직 아무런 서면 합의가 없다.


② 액션 플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1. '신뢰를 쌓는 대화 시작' 스크립트로 미팅을 제안한다. 커피숍 같은 편안한 장소보다는, 회의실처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한다.'

2. 공동 창업자 얼라인먼트 4대 의제'를 화이트보드에 적고 하나씩 논의한다. 감정적인 논쟁이 아니라, 구조화된 토론을 진행한다.

3. 까다로운 질문 던지기: "만약 1년 뒤 내가 번아웃으로 회사를 그만둔다면, 내 지분은 어떻게 되는 게 합리적일까?", "제품 출시 방향에 대해 우리 둘의 의견이 끝까지 갈린다면,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릴까?"




5. 거인들의 대화: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Lessons from the Arena)


실패 사례: 페이스북(Facebook)의 값비싼 교훈

마크 저커버그와 에두아르도 세브린의 이야기는 공동 창업자 간 합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가장 유명하고 비극적인 사례다. 초기 페이스북의 지분 구조와 각자의 역할, 기여도에 대한 그들의 구두 합의와 암묵적인 기대는 결국 수십억 달러의 비용과 오랜 친구 관계의 파탄을 낳은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왜 말하지 않았는가?

그들의 결정적인 실수는 '명시적인 대화'를 나누고 '문서화'하는 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구두로 오간 약속과 각자의 머릿속에 있던 기대는 사업의 변곡점마다 다르게 해석되었고, 결국 신뢰의 붕괴를 가져왔다. 이는 초기의 불편한 대화를 피한 대가가 얼마나 값비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교훈이다.




6. 챕터 요약 & 체크리스트와 다음 단계 소개


Takeaway & 행동 강령

공동 창업자와의 관계에서 "설마" 하는 가정은 금물이다. 가정하지 말고, 대화하고, 합의하고, 기록하라. 오늘 나누는 불편한 대화 한 시간이, 훗날 발생할 수백 시간의 감정 소모와 법적 분쟁을 막아준다. 이것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수익률 높은 투자다.

이번 주 안에 당신의 공동 창업자와 '창업자 얼라인먼트 미팅' 일정을 잡아라. 그리고 이 챕터의 '4대 의제'를 안건으로 공유하라.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공동 창업자 대화 체크리스트 (치트 시트)

[ ] 지분 분배 방식에 합의했는가? (베스팅 조항 포함)

[ ] 각자의 역할(R&R)과 직책을 명확히 했는가?

[ ] 주요 영역별 최종 의사결정권자를 정했는가?

[ ] 각자가 기대하는 헌신의 수준(시간, 돈)을 공유했는가?

[ ] 한 명이 떠나거나 회사가 매각될 경우의 시나리오에 대해 합의했는가?


심화 학습 & 다음 단계


✔ 책(도서):

- 노암 와서먼(Noam Wasserman) 저, The Founder's Dilemmas.(한국어판 『창업가의 딜레마』) 창업가가 겪는 딜레마를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한 책으로, 특히 공동 창업자 관련 파트는 필독서다.


✔ 관련 자료:

- Y Combinator의 'Co-founder Agreement' 관련 가이드. 세계 최고의 액셀러레이터가 제시하는 표준적인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수 있다.


✔ 법률 상담:

- 이 대화를 통해 합의된 내용은 반드시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공식적인 '주주 간 계약서'로 문서화해야 한다.

- 스타트업 법률 및 등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ZUZU(주주)의 블로그와 가이드. 한국 상법에 맞는 '주주 간 계약서'의 필수 조항과 실제 작성 사례를 매우 구체적으로 제공하여, 당장 실행에 옮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음 챕터로의 연결

내부 파트너십의 기틀을 다졌다. 이제 당신의 비전을 믿고 지지해 줄 외부의 지원군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름뿐인 자문은 독이 될 수 있다. 다음 챕터에서는 이름값이 아닌, 진짜 지혜를 얻기 위한 "자문 영입 대화"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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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brunch.co.kr/brunchbook/leader-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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