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문,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회사의 기둥을 찾는 것

5. 자문을 요청하는 법: 이름이 아닌 지혜를 구하는 대화법

by jaha Kim

창업가의 대화설계 (Founder's Talk Design)

Part 1: 진실 찾기 - 검증의 대화 (예비/초기, '0 to 1' 단계)


5. 자문을 요청하는 법: 이름이 아닌 지혜를 구하는 대화법



"자문은 화려한 장식이 아닌, 회사의 기둥을 찾는 것이다"


1. 피할 수 없는 대화 (The Inescapable Conversation)


'화려한 장식'을 채우듯 자문가를 모으는 실수

초기 창업가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투자 유치 자료(IR) 한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 유명인의 이름을 모으는 데 집착하는 것이다. 마치 멋진 장식장에 '화려한 장식'을 수집하듯, '아무개 대표', '전직 임원' 같은 타이틀을 채워 넣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름뿐인 자문가'는 회사가 정말 필요로 하는 핵심적인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비즈니스가 겪는 처절한 문제에 깊이 공감하지 못하고, 결국 몇 달에 한 번 안부나 묻는 사이로 전락하기 쉽다.


자문, 초기 단계의 생존조건이며 성장 단계의 레버리지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시간과 지분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다. 이름값 때문에 섣불리 지분을 내어주고, 의미 없는 미팅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회사의 생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 대화는 단순히 '도움'을 요청하는 수준을 넘어, 회사의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성장을 견인할 '전략적 파트너'를 영입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0 to 10 & Beyond: 지혜의 레버리지

'0 to 1' 단계에서 제대로 된 자문가는 창업가가 미처 보지 못한 치명적인 함정을 피하게 해주는 '셰르파'와 같다. 그리고 회사가 'Beyond 10'으로 성장하면, 그들은 더 넓은 네트워크와 깊은 산업 통찰력으로 스케일업의 변곡점을 만들어주는 '조력자'가 된다. 이 대화 설계는 초기 단계에서는 생존을, 성장 단계에서는 기하급수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지혜를 빌려오는 기술이다.




2. 오해와 착각: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함정 (The Founder's Fallacy)


창업가의 불안감과 인정 욕구가 부르는 착각

왜 우리는 반짝이는 이름에 끌릴까? 그 본질에는 창업가 내면의 불안감과 '임포스터 신드롬'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나 비전이 맞다는 것을 외부의 권위 있는 이름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심리적 갈망이다. "이런 대단한 사람도 우리 편이다"라는 생각은 불안한 마음의 위로가 되지만, 사업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스스로를 속이는 대화의 함정

이런 심리 상태는 자문가를 만났을 때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바로 스스로를 미화하거나 과도하게 축소하는 것이다. 좋은 인상을 주려고 잘 된 지표만 부풀려 말하거나, 반대로 동정심을 얻기 위해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자문가는 사업을 진단하러 온 '의사'와 같다. 정확한 진단은 솔직하고 꾸밈없는 정보에서만 나올 수 있다. 괜한 미화나 축소는 결국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질 뿐이다.


'이름뿐인 자문가'가 초래하는 치명적 비용

이름만 빌려주는 자문가를 영입했을 때 발생하는 비용은 단순히 지분 희석에 그치지 않는다.


- 시간 낭비: 그들의 스케줄에 맞춰 불필요한 보고 자료를 만들고, 핵심을 겉도는 대화에 시간을 쏟게 된다.

- 기회비용 손실: 정말 필요했던 '실전적 조언'을 얻을 기회를 놓치고, 잘못된 방향으로 리소스를 투입하게 만들 수 있다.

- 팀 사기 저하: 팀원들은 자문가의 공허한 조언에 냉소적으로 변하고, 리더의 판단력에 의문을 품게 될 수 있다. 이는 보이지 않는 가장 큰 비용이다.




3. 대화의 재설계: 핵심 원칙과 프레임워크 (The Core Principle & Framework)


핵심 원칙: 막연한 '커피챗' 요청을, 해결하고 싶은 '하나의 문제'로


이 대화의 목표는 상대방의 명성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갖지 못한 경험과 지혜를 빌려와 문제 해결의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화의 설계를 "조언 좀 구하고 싶습니다"에서 "우리가 가진 OOO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신의 XXX 경험이 필요합니다"로 전환해야 한다.


프레임워크: 'ASK' 모델로 정보를 설계하라


1. Acknowledge & Align (존중과 연결): 상대방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왜 그에게 연락했는지 진정성 있게 설명한다.

2. Specific Problem (구체적 문제): 해결하고자 하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문제를 제시한다.

3. Key Request (핵심 요청):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도움을 요청한다.




4. 실전 플레이북: 당신의 대화를 디자인하라 (Design Your Talk)


대화의 핵심 키워드 뽑아내기

명확한 문제 정의: 현재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구체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예: "B2B SaaS 초기 고객 3곳 확보 전략")

구체적인 요청: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문가에게 '정확히' 어떤 도움을 원하는가? (예: "유사 산업군 고객사 C 레벨 미팅 주선", "가격 정책 모델링에 대한 1시간 워크숍")

상호 가치 제안: 자문가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 (지분, 자문료, 새로운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 유능한 인재들과의 네트워킹 등)


핵심 질문 & 표현 가이드


① 피해야 할 의미없는 질문 (Bad):

- "대표님, 시간 되실 때 커피 한잔하며 조언 좀 구할 수 있을까요?" (막연하고, 상대방의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

- "저희 사업, 괜찮을까요?" (모호함의 극치. 이런 질문은 상대방에게 어떤 통찰도 줄 수 없다.)


본질을 꿰뚫는 질문 (Good):

- "대표님께서 과거 A사에서 초기 B2B 시장을 개척하신 경험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저희가 현재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혹시 시간을 내주시어 저희의 '가격 정책'에 대한 의견을 주실 수 있을까요?"

(상대방의 전문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존중하며, 명확한 주제와 시간 제한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표현)

- "대표님의 강연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특히 선점, 연계, 확장이라는 전략의 키워즈는 저희에게 정말 주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대표님 편하신 시간에 자문을 구 할 수 있을까요?"

(상대방의 강의를 언급하며 칠요한 자문의 명확한 주제와 방법을 제시하는 표현)

- "저희 사업의 수익 구조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 어디라고 보시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호한 평가를 구하는 대신, 명확한 논점을 제시하여 구체적인 피드백을 유도하는 질문)


③ 자문을 120% 흡수하는 마음가짐:

자문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태도'이다. 아래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1. 감정적 방어를 그만둔다: 전문가의 비판은 '당신'이라는 개인이 아닌 '사업의 논리'를 향해 있다. 날카로운 지적에 "그게 아니라요..."라고 방어하기보다 "왜 그렇게 보셨나요?"라고 되묻는 태도가 진짜 통찰을 낳는다. 비판이 아닌 '추론'을 듣는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2. 가혹한 코멘트를 선물로 여긴다: 아이디어에 대한 가혹한 피드백은 인신공격이 아니다. 미처 보지 못한 사업의 약점에 대한 '경고등'이다. 듣기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보다, 아프더라도 진실을 말해주는 사람이 진짜 아군이다. 상대를 원망하지 말고, 그가 짚어준 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3. 조언은 '의견'이지 '결정'이 아니다: "그분이 괜찮다고 했다"라는 말처럼 위험한 의존은 없다. 자문은 결정을 돕는 '거울'이지, 당신을 대신하는 '대리인'이 아니다. 미팅이 끝난 후 "그의 조언을 실행할까?"를 고민하기 전에, "그의 조언을 통해 내가 무엇을 새롭게 보고, 어떤 새로운 의사결정의 기준을 알게 되었는가?"를 기록해야 한다. 최종 결정의 책임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예상 질문 & 답변 전략


상대의 예상 질문:

"흥미로운 문제네요. 하지만 제가 지금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내기 어렵습니다."

당신의 답변 전략:

"물론입니다, 대표님의 시간을 뺏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이 문제와 관련된 핵심 내용을 A4 1장으로 정리해서 보내드려도 될까요? 잠시 훑어보시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혹은 이 문제를 상의할 만한 다른 분을 추천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저희에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5. 거인들의 대화: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Case Studies)


성공 사례: 리드 호프먼(Reid Hoffman)과 에어비앤비(Airbnb)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플레이어-코치'형 자문가다. 에어비앤비 초기, 브라이언 체스키가 방향성 때문에 고민에 빠졌을 때, 그는 막연한 격려 대신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조언을 던졌다.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Forget 1,000,000 users, focus on making 100 users love you."

"백만 명의 사용자는 잊고, 100명의 유저가 당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라"

이 한 문장은 에어비앤비가 초기 시장에 안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이름이 아닌 '지혜'를 팔았고, 창업가의 문제에 깊이 '개입'했다.




6. 즉시 실행 가능한 체크리스트와 다음 단계 소개


Takeaway & 행동 강령

"당신의 이름이 아닌, 당신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커피챗'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한 30분'을 요청해야 한다.


지금 당장 시작할 3가지 대화 플레이

1. 회사가 지금 당면한 가장 큰 문제 1가지를 명확하게 정의한다.

2.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경험을 가진 사람 3명을 리스트업한다.

3. 그들에게 보낼 'ASK 프레임워크' 기반의 요청 이메일을 작성해본다.


체크리스트 (자문가 영입 대화 전)

[ ]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명확하고 구체적인가?

[ ] 왜 '이 사람'이어야만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 ] 원하는 도움(역할)이 구체적으로 정의되었는가?

[ ] 원하는 시간과 노력의 수준(Commitment)이 명확한가?

[ ] 그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안을 준비했는가?


심화 학습 & 다음 단계


✔ 책(도서):

-『벤처딜 (Venture Deals)』 / 저자: 브래드 펠드, 제이슨 멘델슨. 벤처 투자 계약의 모든 것을 다루지만, 특히 이사회와 자문단의 역할 및 구성에 대한 챕터는 자문가와의 관계를 구조화하는 데 법률적, 전략적 기초를 제공한다.


✔ 블로그 & 웹 매거진 (Blogs & Web Magazines):

- First Round Review: 실리콘밸리의 유명 VC인 First Round Capital이 운영하는 웹 매거진이다. "How to Find and Build a World-Class Board of Advisors"와 같이, 특정 주제에 대해 매우 깊이 있고 실용적인 아티클을 정기적으로 발행한다.

- 최앤리 법률사무소 / 법무법인 디라이트 블로그: 국내 스타트업 전문 로펌들의 블로그이다. 자문 계약 시 필요한 법률 상식, 스톡옵션 및 지분 부여 시 주의점 등 당장 실무에 적용해야 할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저널 & 아티클 (Journals & Articles)

- Harvard Business Review (HBR) 아티클: "What the Best Mentors Do" 와 같은 아티클을 통해, 좋은 자문 관계의 심리학적, 경영학적 원칙을 배울 수 있다. 단순한 팁을 넘어 관계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다음 챕터로의 연결

이렇게 외부의 지혜를 성공적으로 빌려왔다면, 이제 그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의 비전을 믿고 돈을 투자해 줄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다음 챕터에서는 투자자 앞에서 우리의 데이터를 단순한 숫자가 아닌 매력적인 '드라마'로 바꾸는 대화 설계법을 다룰 것이다.


#스타트업 #창업자의대화설계 #자문가영입 #어드바이저 #네트워킹 #성장전략 #초기창업 #경영자문 #지분설계 #멘토십 #Founder #StartupAdvisor

참고: https://brunch.co.kr/brunchbook/leader-talk


keyword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