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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아닌, 이유를 가진 창업자는 멈추지 않는다

7. 파운더 스토리: "왜 당신인가?"에 답하는 법

by jaha Kim

창업가의 대화설계 (Founder's Talk Design)

Part II. 자기정의하기 - 설득과 결속의 대화(초기~성장, '0 to 10' 과정의 핵심)


7. 파운더 스토리: "왜 당신인가?"에 답하는 법



"당신의 스토리가 당신을 이 문제를 해결할 '선교사(Missionary)'임을 증명하게 하라"


1. 이 대화, 왜 피하고 싶고, 왜 피할 수 없는가? (The Inescapable Conversation)


"내 이야기가 사업과 무슨 상관이죠?"

이전 챕터에서 우리는 데이터를 드라마로 바꾸는 법을 배웠다. 투자자는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에는 곧바로 다음 질문이 떠오른다. "알겠습니다. 시장도, 문제도, 해결책도 다 좋은데, 왜 하필 '당신'이 이 일을 해야 합니까?" 이것은 창업가가 가장 피하고 싶어 하는 질문 중 하나다. 많은 창업가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겸손하지 못하거나, 사업의 본질과 관련 없는 사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시장분석 뒤에 숨고 싶어 한다.


투자자는 아이디어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한다

하지만 투자자는 스프레드시트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베팅하며, 그 베팅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바로 '사람'이다. 특히 모든 것이 불확실한 '0 to 10' 단계에서 투자자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이 창업가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이 문제를 끝까지 해결할 사람인가?"라는 확신이다. 당신의 파운더 스토리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가장 강력한 대답이다. 이 대화는 당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어난 '운명적인 존재'임을 증명하는 과정이며, 회사가 'Beyond 10'으로 성장할 때 최고의 인재들이 당신의 비전에 합류하게 만드는 강력한 구심점이 된다.


'용병'인가, '선교사'인가

베테랑 투자자들은 창업가를 두 부류, '용병(Mercenary)'과 '선교사(Missionary)'로 나누어 본다. '용병'은 시장의 기회만을 쫓는 창업가다. 그들은 더 크고 쉬운 기회가 보이면 언제든 지금의 사업을 포기할 수 있다. 반면 '선교사'는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를 가진 창업가다. 투자자들은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시장이 얼어붙고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끝까지 버티고 길을 찾아내는 사람은 언제나 '선교사'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당신의 파운더 스토리는 당신이 단순한 '용병'이 아닌, 이 문제에 운명을 건 '선교사'임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다.




2. 오해와 착각: ‘좋은 게 좋은 거’라는 함정 (The Founder's Fallacy)


'업적 나열'과 '스토리'를 혼동하는 함정

"왜 당신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많은 창업가들은 자신의 이력서를 읊기 시작한다. "저는 A 대학을 나왔고, B 회사에서 C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습니다." 이것은 업적 나열이지 스토리가 아니다. 이런 사실들은 당신이 '유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당신이 왜 '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사람'인지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듣는 사람은 당신의 과거 업적과 현재의 사업 사이의 필연적인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당신의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동화되지 못한다.


진정성 없는 영웅담의 비극

또 다른 흔한 실수는 자신의 과거를 과도하게 미화하거나 극적인 영웅 서사로 꾸며내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수백, 수천 명의 창업가를 만난 사람들이다. 그들은 꾸며낸 이야기와 진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을 본능적으로 구분한다. 어설프게 포장된 스토리는 오히려 당신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역효과를 낳는다. 실패의 경험을 숨기거나, 모든 것을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처럼 말하는 순간, 당신은 투자자와의 신뢰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균열을 만드는 것이다. 투자자가 당신의 스토리에서 찾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당신과 문제 사이의 '진짜 연결고리'다.




3. 대화의 재설계: 핵심 원칙과 프레임워크 (The Core Principle & Framework)


핵심 원칙: 당신의 스토리가 당신을 '선교사(Missionary)'로 증명하게 하라

파운더 스토리의 목표는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살아온 모든 경험이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명처럼 선택된 '선교사'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당신의 개인적인 고통, 남들이 보지 못한 독특한 관찰, 수년간 쌓아온 전문성이 어떻게 이 사업의 시작점으로 이어졌는지 그 필연성의 점들을 연결할 때, 투자자는 당신을 단순한 '용병'이 아닌, 끝까지 신뢰할 수 있는 '선교사'로 인식하게 된다.


프레임워크: 창업가-시장 적합성(FMF: Founder-Market Fit) 3요소

당신의 스토리가 '왜 당신인가?'에 답하려면, 아래 세 가지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1. 개인적 고통 (과거의 참을 수 없는 상처):

당신(혹은 당신 주변의 소중한 사람)은 왜 이 문제 때문에 아파했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잠 못 이룰 만큼 개인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감정적 연결고리)


2. 독특한 통찰 (시장의 비밀이나 기회):

그 고통의 과정에서, 당신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어떤 비밀이나 시장의 기회를 발견했는가? 당신의 배경(전공, 이전 경력 등)이 이 통찰을 얻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지적 연결고리)


3. 사명감 (내가 느끼는 사업의 가치):

그래서 당신은 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당신의 소명으로 삼게 되었는가? 이 일을 통해 당신이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비전적 연결고리)




4. 실전 플레이북: 당신의 대화를 디자인하라 (Design Your Talk)


대화의 핵심 키워드 뽑아내기

#그때_나는: 당신의 스토리가 시작된 구체적인 과거의 한 시점.

#나만이_아는_것: 당신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독특한 시장에 대한 통찰.

#그래서_나는: 그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행동에 나서게 된 결심의 순간.



핵심 질문 & 표현 가이드 (Talk Script & Tactics)


피해야 할 표현:

"저는 그냥 이 시장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기가 없다. 이런 창업가는 더 좋은 기회가 보이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의료 스타트업 창업가의 예시)

"저는 10년간 응급실 의사로 일하며, 매일 밤 낡은 시스템 때문에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을 봐야 했습니다. 동료들은 '원래 그런 거야'라고 말했지만, 저는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진짜 문제는 병원 밖에 있는 기술과 병원 안의 현실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저는 의사 가운을 벗고, 이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했습니다."


코멘트:

개인적 고통(환자의 죽음), 독특한 통찰(기술과 현실의 단절), 사명감(모든 것을 걸겠다)이 완벽하게 연결되어, 이 사람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이유를 누구라도 납득하게 만든다.




5. 거인들의 대화: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Lessons from the Arena: Case Studies)


사례 분석: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와 에어비앤비(Airbnb)의 디자인 스토리

에어비앤비의 사업 모델은 단순했다. "남는 공간을 빌려준다." 하지만 이 모델의 핵심에는 "어떻게 낯선 사람을 믿고 내 집을 내어줄 수 있는가?"라는 거대한 신뢰의 문제가 있었다. 여기서 브라이언 체스키의 파운더 스토리가 빛을 발한다.


그들은 어떻게 말했는가?

브라이언 체스키는 산업 디자이너 출신이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대신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회사의 본질과 연결했다.


"저는 디자이너입니다.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의 본질을 파고들어, 보이지 않는 신뢰를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사람들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업이 아닙니다. 저희는 '신뢰'를 디자인하는 회사입니다. 프로필 사진을 더 크게 만들고, 후기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고, 호스트와 게스트가 인간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모든 순간을 설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제가 지난 10년간 해왔던 일이고, 앞으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완성할 저의 사명입니다."


그의 파운더 스토리는 에어비앤비가 왜 다른 숙박 예약 사이트와 근본적으로 다른지, 그리고 왜 디자이너 출신인 자신이 이 '신뢰'의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적임자인지를 완벽하게 증명했다.




6. 즉시 실행 가능한 체크리스트와 다음 단계 소개 (Checklist & Next Steps)


Takeaway & 행동 강령


당신의 이력서를 덮고, 당신의 인생에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 장면' 세 가지를 찾아 연결해 보라. 그 안에 당신의 진짜 파운더 스토리가 있다.


체크리스트 (파운더 스토리 설계용 치트 시트)

[ ] 내 스토리는 개인적인 고통/경험에서 시작하는가?

[ ] 내 과거의 경험이 남들이 모르는 독특한 통찰로 이어지는가?

[ ] 왜 이 사업이 나에게 '일'이 아닌 '사명'인지 설명하고 있는가?

[ ] 제3자가 내 스토리를 듣고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네"라고 느낄 것 같은가?

[ ] 2분 안에 이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는가?


지식의 무기고 확장하기

✔ (해외/팟캐스트)

How I Built This (NPR): 세계적인 기업 창업가들이 직접 자신의 창업 스토리를 들려주는 팟캐스트. 모든 에피소드가 파운더 스토리의 훌륭한 교과서다.

✔ (해외/도서)

벤 호로위츠, 『하드씽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 성공 스토리뿐만 아니라, 처절한 실패와 고난의 경험이 어떻게 리더를 만드는지 보여주며 진정성 있는 스토리의 힘을 느끼게 한다.

✔ (국내/유튜브 채널) EO(이오):

국내 창업가들의 깊이 있는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창업 동기와 개인적인 스토리가 사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다음 챕터로의 연결


당신은 매력적인 회사 스토리와 진정성 있는 파운더 스토리로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제 그들은 마지막으로 당신의 '머리'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 "좋습니다. 열정과 비전은 알겠습니다. 그래서, 숫자로 증명할 수 있습니까?" 다음 챕터에서는 차가운 숫자에 뜨거운 스토리를 입혀 방어하는 "핵심 지표 심층 문답" 대화법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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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brunch.co.kr/brunchbook/leader-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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