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경험은 늙지 않는다, AI 시대가 인간의 경험이 필요한 이유
얼마 전, IT 업계에서 나름 '전설'로 통하던 40대 중반의 마케팅 임원 A님을 만났습니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독 어깨가 처져 있었습니다. 커피가 다 식도록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털어놓은 고백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대표님, 솔직히... 쪽팔려서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겠습니다. 어제 신입이 챗GPT로 뽑아온 글러벌 사업 기획안을 봤는데, 제가 일주일 밤새 고민한 것보다 낫더군요. 단 30분 만에 만들었답니다. 순간 제 20년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저 이제... 짐 싸야 할 때가 된 걸까요?"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저는 짙은 공포를 읽었습니다. 비단 A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제가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10년 차 팀장, 20년 차 임원분들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화려한 AI 기술 앞에서, 우리가 피땀 흘려 쌓아 온 경험은 그저 '낡은 데이터' 취급을 받습니다. "이제 경험은 짐이다", "AI 못 쓰면 도태된다"는 협박 같은 뉴스들이 매일 쏟아집니다.
하지만, 저는 20년 차 전략가로서 단언합니다. 그 불안은 거대한 '오해'입니다.
당신의 경험이 쓸모없어진 게 아닙니다. 단지 그 경험을 AI 시대에 맞게 '사용하는 법'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제가 펜을 든 이유는 명확합니다. 당신의 지난 시간이, 그 치열했던 야근과 고민의 밤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니, 오히려 AI 시대이기에 당신의 그 묵직한 경험이 '가장 비싼 자본'이 될 수밖에 없음을 논리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지난 25년간 수많은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며 한 가지 기이한 역설을 목격했습니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깊이'는 더 비싼 값을 부르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AI는 1초에 100만 건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데이터 행간에 숨겨진 '사람의 미묘한 욕망'을 읽어내거나, 수치로는 설명되지 않는 '시장의 공기'를 감지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 AI는 확률을 계산할 뿐 '책임'을 지지 못합니다.
결정적인 순간, AI가 쏟아낸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책임은 내가 진다, 이 방향으로 가자"라고 결단할 수 있는, 뱃속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야성적 직감(Gut Feeling)'. 이것은 코딩으로 짤 수 있는 알고리즘이 아닙니다. 오직 당신이 온몸으로 부딪히며 축적해 온 '시간의 두께'와 '시행착오의 총량'에서만 나오는 고유한 자산입니다.
그러니 부디 당신의 지난 시간을 의심하지 마십시오. 문제는 당신의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단지 그 귀한 경험들이 머릿속에 '추억'이나 '무용담'처럼 엉켜 있어, 필요할 때 꺼내 쓰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그 묵직한 경험 덩어리를 AI 시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로 환전(Exchange)하는 것뿐입니다.
이 연재는 단순한 'AI 사용법' 강의가 아닙니다. 당신의 지난 시간을 가장 강력한 '지적 무기'로 바꾸는 변환 기술(Conversion Technology)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것을 '인간판 데이터 포밍(Data Forming)'이라고 부릅니다.
사막에 묻힌 원유는 그 자체로는 자동차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반드시 정제 과정을 거쳐야 비싼 휘발유가 됩니다. 당신의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낡은 과거를 정제하여, 미래를 꿰뚫는 '인사이트(자본)'로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는 이 글들을 통해 독자님께 세 가지를 약속드립니다.
1. 위로가 아닌 증명: "괜찮다"는 막연한 위로 대신, 당신의 경험이 왜 기술보다 우월한지 논리적으로 증명하겠습니다.
2. 도구가 아닌 본질: 프롬프트 한 줄 베끼는 법이 아니라, AI를 압도하는 '생각의 설계도'를 그리는 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3. 실무가 아닌 전략: 실무자의 손기술이 아니라, 판을 읽고 움직이는 '설계자(Leader)'의 시야를 드리겠습니다.
이제 어깨를 펴십시오. 젊은 세대가 '빠른 손'을 가졌다면, 당신에게는 '깊은 눈'이 있습니다. AI가 '답'을 찾을 때, 당신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그 깊은 눈으로 AI라는 파도를 타고 넘는 법을 연습해 봅시다. 이 여정이 끝날 때쯤, 당신은 적어도 당시의 경험을 쌓은 분야에서는 불안한 생존자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인사이터(Insighter)'로 서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럼, 이제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2025년 12월 자하(自河) 드림
[다음 화 예고] 01화. 챗GPT를 '비서'로만 쓰시나요? 당신은 지금 대체되는 중입니다 : AI 시대, 당신의 경험이 가장 비싼 자본인 이유를 증명합니다.
*이 글은 현재 제가 탈고 후 퇴고(Revision) 과정에 있는 도서 『더 인사이터:AI 시대의 경험 경쟁력』(가제)의 원고 중 핵심 내용을 선별하여 브런치에 먼저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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