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속도전은 졌다, '방향전'으로 승부하라
솔직해져 봅시다. 우리 팀 3년 차 대리, 아니 갓 들어온 신입 사원들이 AI를 다루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새로운 AI 툴이 나오면 그날 밤 바로 써보고, 다음 날 아침이면 "팀장님, 이거 써보니까 3시간 걸릴 거 3분이면 되던데요?"라며 결과물을 들이밉니다. 그들의 습득 속도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그 앞에서 10~15년 차인 당신은 어떤가요? 프롬프트 강의를 찾아 듣고, 주말에 유튜브를 보며 따라 해 보지만, 솔직히 버겁습니다. '아, 나는 이제 늙은 건가. 저 빠른 친구들에게 먹히는 건 시간문제겠구나.'
20년 차 전략가로서 냉정하게 진단을 내려드리겠습니다. 맞습니다. 당신은 '속도전'에서 졌습니다. 새로운 툴을 배우고 적응하는 속도에서, 디지털 네이티브인 그들을 이길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진 것은 '기능(Function)' 싸움이지, '비즈니스(Business)' 싸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전투에는 두 가지 병사가 필요합니다. 총을 빨리 쏘는 병사와, 어디로 쏠지 정하는 장교입니다.
2030 젊은 직원들은 'AI 네이티브'입니다. 그들은 AI라는 기관총을 자유자재로 다룹니다. 그들에게 "더 빨리 해"라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속도로 달리고 있으니까요.
그들과 똑같이 AI 툴을 배워서, 그들보다 더 빨리 결과물을 뽑아내려고 경쟁하시겠습니까? 그건 사령관이 병사보다 총 빨리 쏘겠다고 참호 속에서 낑낑대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이 있어야 할 곳은 참호가 아니라 '지휘 통제실'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AI로 만든 결과물들을 보십시오. 화려하고, 빠르고,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15년 밥을 먹은 당신의 눈에는 보일 겁니다.
"그런데... 이 전략 이거 우리 브랜드 톤이랑 안 맞잖아?"
"논리는 완벽한데, 회사의 기존 거래처에서 싫어할 포인트가 여기 숨어있네."
"빠르긴 한데, 지금 시장 상황이랑 타이밍이 안 맞아."
이게 바로 '방향(Direction)'입니다. 속도(Speed)는 AI와 젊은 세대의 무기지만, 맥락을 읽고 궤도를 수정하는 능력은 오직 수많은 실패와 경험을 축적한 당신만의 무기입니다.
명심하십시오. 방향이 틀린 상태에서의 빠른 속도는, 성과가 아니라 '가속화된 재앙'일 뿐입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전력 질주하는 페라리만큼 무서운 건 없습니다. 그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꺾어줄 사람은, AI 툴을 잘 다루는 신입이 아니라 산전수전 다 겪은 당신입니다.
이제 역할(R&R)을 다시 정의합시다.
✓ 2030 (AI Operator): 엑셀러레이터. AI 툴을 활용해 압도적인 속도로 초안(Draft)과 대안들을 쏟아낸다.
✓ 4050 (Insighter): 스티어링 휠. 그들이 쏟아낸 결과물 중 '진짜'를 골라내고, 비즈니스의 목적지에 맞게 방향을 미세 조정(Fine-tuning)한다.
젊은 직원들이 "팀장님, AI로 시안 10개 뽑아왔습니다!"라고 할 때, "나도 해볼게"라며 마우스를 뺏지 마십시오.
대신 뒷짐을 지고 모니터를 보며 이렇게 말하십시오.
"속도 좋네. 그런데 우리 회사의 올해 전략 키워드가 '신뢰'잖아? 3번 시안의 톤을 7번 구조에 입히면 딱 맞겠는데? 그렇게 수정해서 10분 뒤에 다시 보자고."
이것이 AI 시대, 리더가 일하는 법입니다.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타자 속도가 느리다고, 최신 툴 이름을 모른다고 당신의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AI 덕분에 당신은 귀찮은 '손발 노동'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이제 그 시간을 '지도'를 보는 데 쓰십시오.
"지금 우리 팀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저 빠른 속도가 우리를 낭떠러지로 데려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 질문을 던지고 방향을 지시하는 것. 그것이 100m를 9초에 뛰는 젊은 천재들 위에서, 그들을 진짜 승리로 이끄는 '어른의 경쟁력'입니다.
자, 이제 핸들을 잡을 준비가 되셨나요? 그렇다면 다음 화에서는 그 핸들을 꺾을 때 필요한 내비게이션, 즉 '당신의 실패 경험'을 어떻게 데이터로 바꾸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 화 예고]
PART 2. [Methodology] 경험을 데이터로 바꾸는 기술
04화. 당신의 실패는 '기억'이 아니라 비싼 '데이터'다 : 성공담은 운이지만 실패담은 과학입니다. 당신의 흑역사를 가장 비싼 자산으로 복구합니다.
*이 글은 현재 제가 탈고 후 퇴고(Revision) 과정에 있는 도서 『더 인사이터』(가제)의 원고 중 핵심 내용을 선별하여 브런치에 먼저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theinsig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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