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지식노동'의 종말, 이제는 '통찰노동'이다
혹시, 이런 습관을 가지고 계시지 않나요?
최신 트렌드 기사를 보면 에버노트에 스크랩한다.
업계 보고서를 다운로드해 폴더별로 예쁘게 정리한다.
회의 시간에 팩트(Fact)를 틀릴까 봐 자료 조사를 완벽하게 한다.
그리고 퇴근길에 뿌듯해하며 이렇게 생각합니다. "오늘도 공부 많이 했네. 나는 성장하고 있어."
죄송하지만, 찬물을 좀 끼얹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정보를 찾고, 정리하고, 전달하는 것'이 전부라면, 당신은 성장하는 게 아닙니다.
AI에게 대체될 준비를 가장 성실하게 하고 계신 겁니다.
많은 분들이 억울해하십니다. "대표님, 저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공부했는데요?"
네, 압니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피터 드러커가 말한 '지식노동자(Knowledge Worker)'의 시대에는 그게 정답이었습니다. 많이 아는 것이 곧 힘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제 '아는 것'은 힘이 아닙니다. 검색창에, 아니 챗GPT에게 물어보면 3초 만에 나오는 것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닙니다.
냉정하게 인정합시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고 요약하는 능력에서 인간은 AI를 이길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박사 학위 하나로 평생을 먹고살았습니다. 지식의 반감기가 길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어제 배운 코딩 지식이 내일이면 낡은 것이 되고, 오늘 아침의 뉴스는 저녁이면 쓰레기통으로 갑니다.
정보가 부족한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문제인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 아직도 머릿속을 '도서관'처럼 만들려고 하시나요? AI는 지구상의 모든 도서관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지식을, 더 정확하게, 더 빠르게 인출해 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도서관 사서(Librarian)가 아닙니다. 그 수많은 정보 파편들을 엮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편집장(Editor)이 되어야 합니다.
AI는 "무엇(What)"인지는 기가 막히게 압니다. "현재 미국의 금리가 몇 % 야?", "최근 소비 트렌드가 뭐야?"라고 물으면 즉시 답합니다. 이건 사실(Fact)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AI가 절대 대답하지 못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게 우리한테 무슨 의미지? (So What?)"
✓ AI (지식노동): "환율이 1,480원으로 올랐습니다." (Fact 전달)
✓ 인간 (통찰노동): "환율이 올랐으니, 다음 분기 원자재 매입에 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현재 재고와 수입 타이밍을 고려해 보유재고의 양을 줄이고, 구매 빈도를 짧게 가져가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Meaning 창조)
보이시나요? 앞의 문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정보 전달입니다. 하지만 AI에게는 결정적인 결핍이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그 사실이 우리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이유(Why)'와 '의미(So What)'를 도출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뒤의 문장은 현재의 맥락(Context)을 읽고, 우리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정의하는 '의미 부여(Sense-making)' 능력입니다. 지식노동은 '정보를 모아 실행하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새롭게 정의해야 할 '통찰노동(Insight Work)'의 본질입니다. 지식노동의 시대가 가고, 바야흐로 '통찰노동(Insight Work)'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Insighter's Note] 지식노동자 vs 통찰노동자
✓ 지식노동자 (Knowledge Worker): 정보를 수집, 가공, 전달하는 사람. '정답'을 찾는 데 집중하며, AI에게 가장 빨리 대체될 위험군입니다.
✓ 통찰노동자 (Insighter): 정보에 맥락을 입혀 '해석'하는 사람.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것이 AI 시대의 새로운 인재상입니다.
과거에는 "일단 실행해(Just Do It)"가 미덕이었습니다. 하지만 AI라는 초고속 실행 도구가 생긴 지금, 방향 없이 무작정 달리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속도는 AI에게 맡기십시오. 당신은 그 속도가 향해야 할 '좌표'를 찍어야 합니다.
수많은 데이터 중에서 무엇이 중요하고(Signal), 무엇이 버려야 할 소음인지(Noise)를 구별하는 능력. 그리고 흩어진 점들을 연결하여 "이것은 기회다"라고 선언할 수 있는 해석력.
그것이 바로 통찰노동자, 즉 '인사이터(Insighter)'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당신의 명함에서 직함을 지우고 상상해 보십시오. 나는 정보를 나르는 배달부인가요, 아니면 정보에 가치를 입히는 요리사인가요?
10년 차, 20년 차가 된 당신이 AI 앞에서 작아지는 이유는, 여전히 20대 때 하던 '지식노동'의 관성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텍스트는 몇 초 만에 복제할 수 있지만, 당신이 온몸으로 살아낸 30년의 시간은 그 어떤 기술로도 복제할 수 없습니다. 암기력과 순발력 같은 '유동성 지능'은 20대에 정점을 찍고 하락하지만, 판단력, 통찰력 같은 '결정성 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은 40~50대 이후에 절정을 맞이합니다. 당신의 나이 듦은 '지혜(Wisdom)'로 발효되는 과정이며, AI 시대에 조직의 '방향타'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 낡은 옷을 벗으십시오. 당신은 더 이상 지식을 쌓는 학생이 아닙니다. 쌓아둔 지식과 경험을 엮어 세상을 읽어내는(Sense-making)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 통찰력이라는 게 타고나는 거 아닙니까?"라고 묻고 싶으신가요? 아닙니다. 통찰은 재능이 아니라 '기술'입니다.
다음 화부터는 AI라는 페라리의 핸들을 잡기 위해, 속도전이 아닌 '방향전'에서 승리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다음 화 예고]
03화. 속도전은 졌다, '방향전'으로 승부하라 : 100m를 9초에 뛰는 AI 앞에서, 인간이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게임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현재 제가 탈고 후 퇴고(Revision) 과정에 있는 도서 『더 인사이터』(가제)의 원고 중 핵심 내용을 선별하여 브런치에 먼저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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