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을 대표가 지는 조직이 안 돌아가는 이유

A sudden thought(갑자기 든 생각)

by jaha Kim

『 왜 능력자는 창업에 실패하는가?』


04. 대표의 책임감이 팀을 무능하게 만든다: '책임의 조각'을 건네라



대표가 모든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이 팀을 위한 배려일까?


대표의 책임감이라는 무게

어느 늦은 밤, 강남의 어느 사무실에서 만난 한 대표님은 깊은 한숨과 함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애들은 참 착한데,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 의식이 없어요. 결국 마지막엔 제가 다 책임져야 하죠." 그는 팀원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모든 외부의 비판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실패의 책임을 기꺼이 홀로 감수하는 리더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리더의 숭고한 어깨가 넓어질수록, 팀원들은 그 뒤에 숨어 성장의 기회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리더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팀원들은 '내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지대'를 발견하게 되고, 이는 곧 조직 전체의 사고 정지로 이어집니다.


대표의 책임감이 만드는 직원들의 무기력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너희는 시키는 대로만 해." 참으로 숭고하고 멋진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 선언이 떨어지는 순간, 팀원들의 성장은 멈춥니다. 리더가 책임을 독점하는 것은 배려가 아니라, 사실상 팀원들이 가져야 할 ‘사고의 무게’와 ‘결정의 근육’을 빼앗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책임이 대표 한 명에게만 쏠려 있는 조직에서는 '우리'의 일은 사라지고 '대표님의 일'만 남게 됩니다. 결국 팀원들은 비효율적인 '수행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사실, 책임의 모호함은 혼란을, 실행의 경직은 도태를 부른다


'명확한 책임'과 '유연한 실행'이라는 두 축

기업의 조직력이 강해지려면 '명확한 책임'과 '유연한 실행'이라는 두 축이 단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짊어지려는 대표는 본의 아니게 이 두 축을 모두 무너뜨립니다.


대표가 "내가 챙길게"라고 말하는 순간, "이거 누가 책임지지?"라는 질문이 사라집니다. 결국 아무도 하지 않거나,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책임은 실종되고 업무의 누락과 중복이 생겨납니다.


명확한 책임자가 없으니 모든 결정은 대표의 입만 바라보게 됩니다. 논의는 길어지고,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지나갑니다. 특정 개인(대표)의 역량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팀원이 늘어나도 조직은 스케일업(Scale-up)할 수 없습니다.




책임은 조각처럼 명확하게, 실행은 드로잉처럼 자유롭게


역할과 책임은 조각처럼 날카롭고 명확해야 한다

창업과 사업이라는 혼돈의 바다에서 팀이 길을 잃지 않으려면,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가에 대한 정의는 마치 날카로운 칼끝으로 새긴 '조각'처럼 선명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책임진다"는 말은 사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책임의 경계가 모호하면 업무는 누락되거나 중복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의 눈치만 살피는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리더의 진짜 실력은 모든 짐을 직접 드는 힘이 아니라, 각 팀원이 가져가야 할 '책임의 조각'을 정교하게 깎아 그들의 손에 쥐여주는 설계의 능력에서 나옵니다. 내 몫이 무엇인지 명확히 아는 팀원만이 비로소 오너십이라는 무거운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자유롭고 드로잉 같은 실행을 허용하는 대담함

명확한 경계 안에서만 실행의 유연함이 유효합니다. 책임이 조각처럼 단단하게 정의되었다면, 그 안에서 움직이는 실행의 방식은 마치 하얀 도화지 위의 '드로잉'처럼 자유롭고 유연해야 합니다.


많은 리더가 책임과 유연함을 양립할 수 없는 가치로 오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입니다. 내가 책임질 영역(Boundary)이 명확할 때, 팀원은 비로소 그 안에서 온갖 실험과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얻습니다.


"이 지표의 성장은 네 책임이다"라고 조각해 주었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색을 칠하고 어떤 선을 그릴지는 팀원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리더가 실행의 방법론까지 간섭하기 시작하면, 팀의 실행력은 경직되고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스타트업다운 민첩성'은 영원히 사라집니다.


지붕은 비를 막아주지만, 팀을 강하게 만드는 건 젖어보는 경험이다

우리는 흔히 팀원들을 비로부터 보호하는 '우산형 리더'가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우산은 리더가 팔을 뻗어 들고 있을 때만 기능하는 일시적인 도구일 뿐입니다. 리더가 없어도 팀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각자가 비바람을 견딜 수 있는 자기만의 집을 짓게 해야 합니다. 실패했을 때 대표가 혼자 수습하고 결과만 좋게 포장해 전달하지 마십시오. 때로는 실패의 쓴맛을 팀원과 함께 나누고, 그 책임의 무게를 직접 느껴보게 해야 합니다.


넷플릭스가 최고의 인재들에게 엄청난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라"는 엄격한 책임을 요구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고통스러운 결정의 순간을 공유할 때, 팀은 비로소 무능한 수행자 집단에서 유능한 문제 해결사 군단으로 진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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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가 필요 없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대표의 제일 중요한 책임이다


'성자'가 되지 말고 '조직 설계자'가 되어라

결국 리더의 마지막 임무는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는 영웅적 서사에서 내려오십시오. 대신 누가 어떤 일을 책임지는지 팀원 모두가 나침반처럼 공유하게 하고, 그 틀 안에서 마음껏 지도 위를 그려나가도록 판을 짜주는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 '무엇(What)'을 조각하고 '어떻게(How)'를 열어두라: 목표와 책임 영역은 리더가 조각가처럼 정교하게 정의해 주십시오. 하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은 팀원이 자유롭게 드로잉 하도록 허용하십시오.


✓ 투명하게 위기를 공유하라: 책임은 고통스럽지만 성장의 필수 연료입니다. 리더가 혼자 감내하던 위기 상황을 공유하고, 팀원들이 스스로 '결정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하십시오.


✓ 나의 불필요함을 증명하라: 리더가 없어도 의사결정이 내려지고 성과가 나는 '매뉴얼'과 '문화'를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으십시오.


25년 동안 제가 목격한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끝에는 늘 이 진리가 있었습니다. 리더의 성실함이 실무가 아닌 시스템 설계에 닿을 때, 그리고 리더의 책임감이 팀원의 오너십으로 전이될 때, 조직은 비로소 진정한 성장을 시작합니다. 당신의 유능함이 팀을 망치지 않도록, 이제 당신의 손에 든 무거운 책임을 팀원들에게 나누어 주십시오.





"리더의 진정한 실력은 '내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가'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는가'로 증명됩니다."


이제 '모든 것을 책임지는 영웅'의 옷을 벗으십시오. 대신 누가 어떤 일을 책임지는지 팀이 분명히 알게 하고, 그 틀 안에서 자유롭게 결과를 내도록 돕는 '위대한 설계자'가 되십시오. 책임은 명확하게, 실행은 유연하게. 이 두 축이 단단히 설 때 당신의 조직은 비로소 작지만 강한 팀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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