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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즐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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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Oct 08. 2023

미니벨로를 샀다!

즐라해요!


수영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자고 했다.


"자전거? 더워서 싫어."   

"아니, 타야 돼."

"왜?"

 "자기가 회장이니까." 

"뭐???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야??"

"자전거는 000으로 사." 

"그건 또 왜?"

"그거로 통일하기로 했어."

"자전거 안 탄다니까. 게다가 회장은 누가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뭐? 독재니? 요즘 독재가 유행이야?" 

"응, 그러니까 자기가 회장해."

"아니, 이 사람들이...." 

"키득키득키득"


이렇게 나는 평균 58세인 자전거 동호회 회장이 되었고 등 떠밀려 자전거도 사고 말았다. 자전거 사러 가서 키득키득, 고글 고르며 키득키득, 엉뽕 보며 또 웃고 타다 넘어져도 키득키득,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첫 번째 나의 미니벨로는 내 부실한 체력이 문제였는지 도대체 잘 나가지 않았다. 같은 기종을 산 친구는 문제없이 잘만 타는데 나는 힘들었다. 구입업체에 가서 정비를 꼼꼼히 했는데도 문제가 느껴졌다. 할 수 없이 한 단계 위의 새 기종으로 다시 구입했다. 유압식 브레이크에 기어가 10단이고 중량 11.5kg으로 가벼워서 접고 펴는데도 어렵지 않다. 웬만한 언덕도 슝~ 잘 넘는다. 저질 체력인 몸이 문제지 자전거는 훌륭하다. 앞서 구입한 자전거는 남편에게 반 강제 당근을 했다.


나의 미니벨로 블루-매디슨 SE 10 - 청평 가는 북한강


회원 6인은 무슨 가입 조건인 양 같은 브랜드의 빨강, 파랑, 하늘, 검정, 민트, 회으로 구매를 했다. 자전거를 보며 서로 키득거렸다.

"왜 자전거만 봐도 웃는 건데?"

"몰라. 걍 웃겨. 근데, 회장님, 오늘 처음 타는 거 맞아요?"

"맞아요."

"근데 어떻게 저 내리막을 내려올 수 있어? 난 내려서 걸어왔는데."

"뭐래니? ^^ 저 내리막 경사는 5도도 안 돼. ㅋㅋㅋㅋ 그래서 무사히 자전거 타겠니?"


다행히 우리 회원 중엔 코치님이 계신다. 자전거 라이딩을 제안했고 경험과 체력에서 월등한 분이다. 자전거에 대한 이해와 구조에 대한 도움뿐 아니라 라이딩 코스의 안내, 올바른 자세 교정 및 적절한 체력 안배 등을 코치하고 이끌어 준다. 명실상부 동호회의 자랑이자 기둥이다.


자전거를 끌고 가는 일부터 어색했던 회원들이 이제 20km는 까짓꺼, 하며 몸 가볍~, 아니 무겁게 헥헥거리지만 웃으며 간다. 양수리에서 양평으로, 물의 정원에서 청평 방향으로, 남양주 팔당댐으로 씽씽 페달을 밟는다. 서로 응원하고 감탄하며 새로 입문한 자전거 라이딩을 예찬한다. 회원들은 얼굴만 봐도 자꾸 웃는다.

"왜 웃는 건데??"?

"뒷모습이 웃겨!!"

"뒷모습이 어때서?"

" 다리가 X자야."

" 이해해 줘. 조상님 탓이야." 

"ㅋㅋㅋㅋㅋㅋ"


라이딩의 마무리이자 백미는 수영이다. 땀으로 젖어 뜨끈뜨끈하고 끈적이는 몸을 샤워한 후 "풍덩"하는 순간은 희열 자체다. 이 순간의 기쁨은 너무 순수해서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순수 기쁨의 세계에 몸을 담그는 것 같다. 그 순간은 희로애락 중의 온전한 "락"이다. 이 "락"은 순도 100%의 기쁨이다. 라이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환희다. 페달을 밟는 두 다리가 뻐근해지며 숨이 서서히 차오르는 통증과 함께 온전히 제 몸을 움직여 얻는 동력은 고통과 동시에 땀을 흠뻑 흘리게 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그 후의 수영은 라이딩의 수고와 고통, 자유로움을 온전한 "락"으로 완성하는 기막힌 의식이다. 땀에 절고 뜨거워진 몸을 물속에 "풍덩"하며 들어가는 순간을 위해 기꺼이 더 많이 땀을 흘리고 페달을 밟는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내가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즈음에야 나는 자전거가 선사하는 새로운 세계로 첫발을 디딜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따금 자전거를 타다가 왼쪽 가슴에 손을 대어 빠르고 고르게 뛰는 심장의 진동을 확인하곤 한다. 숨을 더 들이마시기 위한 가쁜 호흡, 심장과 맥박의 소리를 듣는 일."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 강민영 )


규칙적인 일상에서 놓여난 은퇴 이후의 삶은 자칫 일상이 무기력해질 수 있다.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그저 흘러가게 놓아둔다면 시간의 중력을 거스를 수 없다. 막상 직업전선에서 놓여나니 흘러간 시간을 더듬느라 더 피로해지기만 했다. 인생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중요하다고 여겼던 가치들이 가벼워졌다. 새 마음을 세우기 위해선 새로운 몸이 필요하지만 마음만 먹어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변화를 원한다면 행동해야 한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현재의 몸이다."(자전거 여행, 김훈)

"작은 변화가 일어날 때 진정한 삶을 살게 된다."(톨스토이)


평생 숨쉬기 운동만 하던 사람이 자전거를 타다니 주변의 평가를 보태지 않더라도 스스로 놀랍다. 만일 스트레스로 힘들거나 일상이 권태롭다면, 무더운 삼복더위를 이기고 싶다면, 어제의 언짢은 일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건강을 위해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하시라. 최고의 피서고 최고의 비타민이며 회복제이다.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가 김훈 선생의 <자전거 여행>인데 자전거를 탄 후 다시 읽으니 그 의미가 전과 다르다. 이 책을 다시 귀하게 읽는 것도 자전거 라이딩이 주는 또 하나의 기쁨이다.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 몸의 일이어서..." (김훈, 자전거 여행)



우리의 미니 벨로들


 (자전거 매거진 <즐라해요!>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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