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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Jun 29. 2023

새 매거진을 엮었습니다

필사하며 나누며


브런치의 fragancia(향기)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필사 모임이 있다. 일명 "따스한 필사"


구독하는 fragancia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필사 모임을 시작한다는 알림을 보았다. 뭘 필사하는 거지? 궁금해서 읽어보니 매일 저녁 일정 글이나 문장을 받아 손으로 쓰든 블러그에 기록하든 캘리로 하든 글을 필사하면 되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매일은 아니지만 시를 필사하고 있던 참이라 지평을 넓혀 보자는 생각으로 신청서를 넣었다.


회원들은 "따스한 필사 모임"을 간단히 "따스방"이라고 부른다. 카톡 초대와 함께 필사가 시작되었고 매일 저녁 배달되는 문장을 정성껏 펜으로 쓰고 간단한 그림을 곁들여 톡으로 전송했다. 나처럼 직접 쓴 글씨의 필사도 있고 블로그나 캘리그래피의 글들도 속속 올라왔다. 같은 문장과 질문인데 각기 다른 글씨와 질문에 대한 답을 읽는 재미가 생각보다 컸다. 회원들은 올라온 필사에 일일이 댓글을 달고 자신들의 공감과 칭찬, 격려와 생각 등을 '따스하게' 나누었다. 서로의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수용하는 개방된 태도가 회원들에게 공통으로 발견되었다. "따스방"을 운영하는 운영자의 탁월한 덕성이 필사를 통한 교류를 돕고 있었다. 방장님의 댓글은 박애 그 자체다.


처음엔 그저 필사려니 했다. 헌데 이 따스방 참가분들 보통이 아니다. 보통이 아니라 함은 참여 회원들이 지닌 매력 때문이다. 멀리 스페인에서 참여하는 분부터 나름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블로거, 시인, 캘리그래퍼, 출판 작가,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작가님들. 필사든 독서력이든 일상의 감성력이든 그 저력들이 남달랐다. 나는 26기부터 참여했는데 이미 그 전부터 참여하여 돈독한 우정을 다지는 분들도 계셔서 온라인 카톡방의 나눔은 말 그대로 따스했다.


따스방의 매력을 열거해 보자. 


1. 예쁜 말과 격려, 진심어린 공감과 유대감 - 엄지척은 기본이다. 가히 "따스방"이다.


2. 좋은 음악과 풍경, 일상을 나누고 공유하는 마음 - 보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풍경이나 마음을 울리는 음악 등을 공유한다. 좋지 않은 것이 없다.


3. 엄청난 이모티콘의 향연 - 정말 엄청나다. 따스방의 이모티콘 활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내 생전 이모티콘에 대한 욕망이 이리 불타오를 줄 몰랐다. 아, 현란하고 의미 적절한 모티콘들이여! 방장님 뿐만이 아니다. 각자의 이모티콘들이 회원들의 감정을 가감없이 전달하며 빵빵 웃게 한다. 따스방 회원님들은 아실 것이다. 본인들의 이모티콘이 얼마나 따스방을 따스하게 하는지를.


4. 질문들 - 필사 끝에 붙는 질문은 필사의 꽃이다. 필사문마다 질문이 하나씩 주어지는데 필사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매일 이 새로운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그런데 이 질문들이 마음을 울리고 건드린다. 자신을 돌아보고 과거의 시간을 정리하게 하고 때론 치유하며 지금 현재의 삶을 긍정하게 한다. "당신이 조심하는 말은 무엇인가", "비혼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사람의 본성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와 같은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질문, "당신이 애용하는 시 한 구절은?", "밤 산책의 경험을 나누어 달라"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질문도 있다. 이 중 기억나는 질문은 "사람을 믿느냐"란 것이다. 


주어지는 질문 앞에서 어느 날은 벅찬 질문에 말문이 막혔고 어느 날은 쏟아내듯 답을 했으며 어느 날은 감정을 숨겼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필사에서 받은 질문들이 아까웠다. 여유를 가지고 내 감정과 생각과 경험을 천천히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따스방에 공유한 나의 대답들은 모두 다듬지 않고 즉흥적으로 쓴 것들이었고 더불어 받은 필사문도 한 번 지나친 내용들이어서 다시 음미하고 싶어졌다. 이 매거진을 따로 엮은 이유이다. 내가 언제 그 많은 책을 읽을 것이며 그 많은 문장과 질문을 대할 수 있을까. 훌륭한 문장을 만나는 일도 행운이었지만 주어진 질문들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내 정서와 태도를 다시 한 번 성찰하도록 이끌었다. 


이 매거진에서 필사의 문장과 함께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을 구독자님들과 나누고 싶다. 부족하지만 제 멋에 쓰는 글쓰기인지라 부끄러움을 접고 발표를 마음 먹으니 또 다시 즐겁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필사의 내용과 질문을 한 번 생각해 보시면 유익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한다. 매거진을 보실(보실거쥬?) 따스방 회원님들의 "꺅~~"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글을 다듬을 시간이다. 새로운 글쓰기에 마음이 들뜨고 있다.


매거진 구독자님들께 머리 숙여 미리 감사드립니다!


<이 매거진에서 글감으로 쓰인 문장과 질문들은 fragancia(향기) 작가님이 운영하는 "따스한 필사"에서 제공 받은 것임을 알려 드립니다. 또한 소소한 그림들은 핀터레스트의 자료를 바탕으로 그렸다는 것 또한 아울러 고지합니다. >



매거진을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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