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분다. 창밖의 나뭇잎들이 얇은 종잇장처럼 햇살에 투명해져 간다. 바람이 불어오면 투투는 바람을 느끼려는지 턱을 들고 킁킁거리다가 몸을 부르르 턴다. 투투가 몸을 부르르 털어낼 때마다 털은 우수수 떨어지고아빠는 연신 훌쩍 거리며 재채기를 수없이 해댄다. 콧물이 흘러 대화를 이어갈 수 없는 지경이다. 청소기 하나는 결국 수명이 다해 멈추었고 예비로 둔 청소기도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하루에 7~10번 청소를 하는데 그때마다 조그만 녀석의 몸에서 무슨 털이 그리 많이 나오는지 놀라울 뿐이다.
단 한 번 몸을 흔들었을 뿐인데
한 번 청소한 투투의 털
"히익~~! 아이고~, 세상에~~"
청소를 하는 아빠의 비명이다. 요즘 알러지가 심해진 아빠는 틈만 나면 청소를 하는데 온 집안 구석구석 온통 투투의 털이다. 투투가 많이 다니는 길목이나 공간엔 더 많은 털이 떨어져 있다.떨어진 투투의 털 분포를 보면 가족들이외출한 후에 혼자 남은 투투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도알 수 있다.
가족들이 외출한 후의 투투는 아마도 안방문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현관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안방에서 현관까지 오가는 길에 떨어진 털은 균일하게 많다. 털은 안방 문 앞과 소파 위에 가장 많이 떨어져 있는데 아마 그 장소에서 투투가 주로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안방 앞에서 아빠, 엄마의 부재를 생각하며 엎드려 냄새를 맡다가 밖을 내다볼 수 있고 대문 열리는 소리가 잘 들리는 소파 위로 올라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을 자다가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대문소리에 귀를 쫑긋거리기도 했을 것이다. 때로 발로 몸을 긁적였나 보다. 뭉터기 털이 여기저기에 빠져있다.
10월로 접어들자 투투의 털 빠짐은 더욱 심해졌다. 바야흐로 투투의 겨울채비가 시작된 것이다. 걸어가기만 해도 털이 빠지는 통에온 집안을 털투성이로 만들어놓는다. 한 번 빗어주기만 해도 한 웅큼의 양이 나온다. 신기한 것은 아빠의 재채기와 콧물은 여전한데 엄마는 달라졌다. 알러지 증상이 현저히 줄어서 재채기를 하지도 않고 콧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처음 투투가 집에 왔을 때를 생각하면 큰 변화다.그동안 열일한청소기는 폐기되었고시원찮은 차이슨을 쓰던 엄마는 열받아서 진짜 다이X을 샀다.(아, 차이슨... 고소하고 싶다)
투투야, 네 덕분에 엄마가 다이X을 샀어. 근데 너의 털은 인간적으로? 견적으로? 아무튼 털이 너무 빠지잖니!그러다 네 몸의 털이 모두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 그럴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말라고? 으이그~~
겨울 채비를 하느라 투투는 여름을 난 털을 털어내고 나무들은 잎을 떨군다. 엄마는 다가오는 겨울 준비를 위해 무엇을 덜어내야 할까? 투투야, 갸우뚱 거리지만 말고 좀 알려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