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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 Apr 19. 2024

소쩍새가 우는 밤

투투 이야기


노트북을 덮자 발밑에서 자고 있던 투투는 벌떡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꼬리를 흔든다.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하는 행동이다. 엄마는 짐짓 물을 마신다, 책상을 정리한다 하며 엄한 짓을 하고 그런 엄마를 따라다니며 투투는 조바심을 친다. 꼬리를 흔들며 "아으으~응~" 소리를 내더니 급기야 하품을 해댄다. 짓궂은 엄마는 그제야 "나갈까?" 하고 투투는 빙글빙글 돌며 귀를 눕힌 채 휑하니 현관으로 간다. 인내심을 발휘하며 얌전히 줄을 착용하는 투투.

 

잠자기 전 배변산책은 보통 엄마의 일과가 끝나는 10시경이다. 비가 오는 날이 아니면 30분~ 50분 정도 동네를 걷는다. 투투는 이 밤산책을 좋아한다. 사람도 없고 다른 개들도 마주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아주 착한 모습으로 서두르지 않고 냄새를 맡고 볼 일을 본다. 허공에 턱을 치켜들고 흠흠 거리다 혀를 살짝 빼물고 엄마를 보는 투투 얼굴은 너무 사랑스럽다. 그러면 엄마는 그 사랑스러움이 예뻐서 가다 말고 투투를 꼭 안아준다. 투투의 꼬리가 힘차게 흔들리며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면 그 모습이 좋아서 다시 한번 끌어안는다. 우리는 이렇게 밤마다 길 위에서 애정행각을 한다.


조각달이 환한데 벌써부터 뻐꾸기가 운다. "뻐꾹뻐꾹"하는 소리가 이쪽저쪽에서 들린다.

"저놈들, 남의 둥지에 또 알을 낳겠구나. 낳아놓고 남의 힘으로 제 새끼를 키우는 놈들이야. 이상한 자연이지. 그런데 이 밤에 들으니 속도 없이 좋긴 하다. 그치? 투투? 달빛도 좋고 공기 좋고. "

'밤공기가 너무 좋아요. 헤헤^^'

"그러게. 이 싱그러운 초록향이 어둠 속에, 가로등 불빛 아래, 온통 가득하구나!"

'엄마, 이렇게 턱을 들고 냄새를 맡아보세요. 킁킁킁킁'

"ㅎㅎㅎ 너도 이 향기가 좋니? 우리 투투는 참 서정적이야.^^"


투투 또 땅 파고. 음, 향기로운 냄새
엇, 탱이 형이 지나갔나봐! 그의 냄새가 난다
다리는 최대한 번쩍
소쩍 소쩍 소쩍새 울고, 투투는 자리를 찾고
나뭇잎 사이로 달빛이, 소쩍새는 어디선가 소쩍소쩍


밤공기를 잔뜩 묻히고 들어 온 투투는 아직 잘 생각이 없다. 아드레날린 폭발하는 20대 청년이다. 줄을 갖고 와서 숨 고르고 앉은 엄마 무릎에 올려놓는다. "아르릉"" 소리를 내며 놀자고 한다. 에구, 엄마 힘들어. 엄마 좀 쉬면 안 될까? 투투 모른 척 두 눈을 반짝이며 자꾸 줄을 밀어준다. 엄마가 줄을 잡자마자 달려들어 "아르르 아르르(아우, 신나!)" 잡아당긴다. 엄마에게 밀리지 않는 힘이다. 10여분 줄을 당겨 주니 물을 " 촵촵촵" 마시고 소파로 올라간다. 물끄러미 엄마를 바라보던 투투, 눈이 감긴다. 드디어 일과 끝이구나. ^^  잘 자라, 투투! 오늘 하루도 무사했구나!


신나는 터그 놀이
아오, 신나! 아르르르
눈이 희번덕. 자자 투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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