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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어요 ㅠㅠ

투투 이야기

by Eli

투투는 훌륭한 개입니다. 말귀도 잘 알아듣고 교육도 잘 받습니다. 집에 오시는 손님들에게도 30초 정도만 짖고 이내 반기며 환대를 합니다. 아기 때도 2-3번만 실수했을 뿐, 곧 배변을 가렸습니다. 집안의 물건을 물어뜯거나 못 쓰게 만드는 일도 하지 않습니다. 산책 후 알아서 욕실에 들어가 기다리고 분리불안도 없고 목욕도 착하게 잘하는 투투는 칭찬할 점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웃한 윗집 아저씨와 아주머니껜 사납습니다. 마주칠 때마다 마구 짖어대서 엄마는 항상 죄송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산책하다가 만나는 이웃들이나 개들에게도 사납게 짖어댑니다. 특히 큰 개들에게 사납게 굽니다. 저보다 두, 세 배 큰 개들에게 싸우자고 덤빕니다. 그 개들이 어이없는 얼굴로 얌전히 지나가는데도 "왈왈왈왈 으르렁 크르릉" 크고 사납게 짖어댑니다. 지나가던 보호자들과 개들이 놀라고 당황해서 엄마는 여간 조심하는 게 아닙니다.


역시나 또 산책길에서 만난 코기에게 마구마구 짖어댔습니다. 귀여운 그 코기도 지지않고 사납게 대응했습니다. 조용하던 시골길이 두 놈의 짖는 소리로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배운 대로 간식으로 유도하며 시선을 돌리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습니다. 목줄을 당기며 꾸중을 맞고서야 진정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윗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엄마가 짖을 걸 대비해 목줄을 조금 당기며 제어를 했고 다행히 투투는 고개를 돌리며 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갑자기 방향을 튼 투투가 미친 듯이 으르렁거리며 두 분께 달려들었습니다. 엄마는 깜짝 놀라 잡은 줄을 놓치지 않으려 했고 그 바람에 엄마의 손목이 쓸려 화상을 입고 말았습니다. 윗집 아주머니께서 "도대체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냐"며 좀 친하게 지내자고 하시는데 너무 죄송했습니다.


상처가 나았지만 흉터가 남음


엄마는 화가 났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냐고, 한 두 번 본 것도 아닌데 윗집 어른들께 왜 그러냐고 혼을 냈습니다. 눈길을 피하는 투투의 얼굴을 잡고 훈계를 했더니 이 녀석 좀 보십시오. 지놈도 뭔가 잘못했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귀는 바싹 누웠고 꼬리는 축 쳐진 채 엄마를 쳐다보지 못합니다. 또 그럴 거냐고 묻는 엄마를 핥으려다가 애교에 안 넘어간다며 다시 혼이 난 투투는 고개를 돌리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엄마는 웃음이 나옵니다만 엄마가 너무 오냐오냐 한다는 주위의 지적을 상기하고 짐짓 근엄하게 야단을 쳤습니다.


죄송~
엄마 무서워요
저기....엄마, 화 많이 나셨나요?
아, 아직도 화가 많이 나셨구나
죄송합니다....

개들이 외부 환경에 반응하며 짖어대는 공격성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그 환경을 통제하기 위함이라는데요, 투투의 짖는 행동이 바로 자기 주도성이라는 겁니다. 주도성은 통제성과 공격성이 합쳐진 거라고 하니 염려가 됩니다. 가족들의 사랑이 투투에게 비교육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 같아 속상합니다. 녀석이 사랑을 등에 업고 기고만장 한 것은 아닐까 싶지만 엄마는 전문가가 아니니 답답합니다. 투투에 대한 사랑을 줄여야 할까요? 어떤 전문가 영상을 보니 만지지도 말고 예뻐라 하는 행동을 일절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랑에 절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새겨들어야 하겠지요.


아빠는 엄마를 지키기 위해 그러는 거 아니겠냐고 포장을 합니다만 무서운 것을 만나기라도 하면 엄마 뒤에 숨는 놈이니 엄마를 지킨다는 아빠의 말은 동의하기 어렵고, 영리한 투투가 유독 산책길 빌런이 되어가니 보호자인 엄마가 놓친 것이 있는 것이겠지요.


이 녀석을 어떻게 교육해야 친절한 개가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산책길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지 난감합니다. 엄마가 더 공부를 해서 친절한 투투가 되도록 교육해야겠습니다. 에휴~~무견이 상팔자입니다. ^^


헤헤, 나 왜 혼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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