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쉬를 하고 들어 온 투투가 몸을 떨며 추워했다. 엄마가 담요를 꺼내 덮어주었고 투투는 아침까지 담요를 덮은 채 잤다. 보통은 담요를 떨쳐내 버리지만, 그날은 추위를 느꼈는지 자리이동도 없이 꼼짝없이 누워 잤다. 그 이후 투투는 담요에 대해 집착을 보였다. 새 장난감에 대한 집착은 더러 있었지만 며칠 지나면 집착이 사라지곤 했다. 이렇게 담요에 대해 소유를 주장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주섬주섬 담요를 끌어안고 있다
담요를 사수하는 투투
'내 꺼야! 아무도 못 건드려.'
형아가 어쩌나 보려고 쓱 다가가니 "크르르" 하며 시동을 건다. 형아는 투투를 도발하려고 담요를 향해 손을 뻗었다. 기다렸다는 듯 투투의 "크르르~~"가 커지며 경고를 했지만 형아가 물러가지 않고 담요를 가져가려 하자 급기야 이빨을 드러낸다.
크르르~~ '저리 가!'
'만지지 마!'
'자꾸 이럴래? 물어 버린다!'
이번엔 아빠가 나섰다.
"야, 투투. 그 담요 아빠 거야. 내 꺼라구."
맞다. 아빠가 가져오신 거니 아빠 거다. 투투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아주 조금 "으릉"한다. 형아에 대한 "크르르~" 하고는 다르다.
그런데 아빠가 가져오셨으나 엄마에게 주셨고 엄마가 투투에게 내주었으니 이 경우 담요의 주인은 누구일까.아빠는 담요를 끌어안고 있는 투투가 우습고 귀여워 자꾸 도발을 한다.
"투투야, 그 담요 아빠 거니까 내놔. 도로 가져가야겠어. 줘. 주세요~."
아, 뭐라고요? 내 건데...
소유를 주장하는 투투에게 또 다른 소유를 내세우며 담요를 달라는 아빠의 말에 투투는 몹시 당황스럽고 언짢다. 아빠에게 성질을 부릴 수도 없고, 한쪽 발로 힘껏 담요를 끌어당기며 곤란한 표정으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다. 형아에게 으르렁 거리며 이빨을 드러내던 모습과는 다르다.
'아빠에게 화를 내야 하나?? 퍽 난처하군.'
엄마가 나섰다.
"왜들 괴롭히고 그래? 그 담요는 투투 거야. 내가 덮어줬어요."
"그래? 투투 거야?ㅎㅎㅎ "
아빠가 알았다며 웃으며 물러섰다. 뒤돌아 나가는 아빠를 조금 야속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투투.
'힝, 내 건데....'
'맞아요. 내 담요임!'
자기편을 들어준 엄마가 거실로 나가자 투투는 서둘러 담요를 물고 나가 엄마 옆에서 지키고 앉았다. 형아가 다시 어쩌나 보려고 주변에서 얼쩡거리자 낮은 소리로 "으르릉 " 경계를 했다.
"투투야, 안 돼!
누가 형아에게 으르렁 거리지? 안 돼!"
엄마가 짐짓 엄하고 단호하게 꾸중을 했다. 투투의 표정이 금방 잘못했다는 표정으로 얌전해진다. 그러나 담요는 야무지게 붙잡고 놓지 않는다.
'담요는 내 거야!'
하루종일 담요를 지키느라 투투는 공놀이도 안 하고 담요만 끌어안고 지냈다. 투투의 담요 지키기가 다음 날까지 이어지고 아빠에게까지 으르렁 거리자 엄마는 정신교육을 했다. 담요는 투투 거지만 아빠든 형아든 누구든 만질 수는 있는 거다. 억울한 눈으로 동동거리며 담요를 물고 가려는 투투를 밀어내며 담요를 가져갔다가 다시 투투에게 주기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투투는 담요를 지키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 담요를 만지면 흰자위 가득한 눈으로 곱지 않게 바라보며 속을 태우기는 했다.ㅎㅎ
'엄마가 오실 때가 됐는데....'
수영하러 간 엄마가 올 때가 되자 덮고 있던 담요를 두른 채 현관에 앉아 엄마를 기다리는 투투가 귀엽다며 형아가 사진을 보내왔다. 담요를 걷어가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고, 착하다고 했다. 발톱도 얌전히 잘 깎고 엉덩이털 미용도 잘하는 투투. 또 하나 집착을 내려놓는 연습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