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 이야기
투투를 예뻐하는 호구 1(여기서 호구란 투투 앞에서 맘이 약해지는 관계로 간식을 자꾸 주거나 버릇없는 행동에도 눈 감아주는 분들이다. 참고로 1과 2가 계시다. )께서 엄청 비싸고 좋은 사료와 함께 장난감 공을 주셨다. 이 공은 여느 공과 달랐다. 버튼이 있어서 그것을 누르면 조명이 들어오고 저 혼자 빙글거리며 사방으로 돌아다닌다. 충전도 되는 거다. 투투 엄마는 그것을 보고 박수를 치며
"와~아~공을 던져주지 않아도 되겠다~아~~"
하며 좋아했다. (엄마가 제일 호구다.)
벙글거리며 집으로 온 엄마는 옷도 벗기 전에 공을 꺼내 투투에게 보여주었다. 제 것인 줄 기막히게 아는 투투는 격하게 반응을 하며 빨리 달라고 재촉했다. 버튼을 누른 공을 내려놓자마자
"두다다다다 투닥 탁탁탁"
소리와 함께 공은 오발탄이 되어 마구 굴렀다. 겁을 낼 줄 알았던 투투는 의외로 흥분하여 신나게 공을 쫓아다녔다. 신났다.
"두다다다다 투닥 탁탁탁"
한 10분 놀았을까. 투투는 이제 공을 지키기 시작했다. 새 장난감을 주면 한동안은 장난감을 지키느라 간식이 코 앞에 있어도 먹지 않는다. 누구든지 공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눈이다. 버튼을 어떻게 눌렀는지 공은 멈춰 버렸다.
"어? 투투야, 공이 멈췄네."
버튼을 다시 눌러주려 하자 으르릉 거린다.
"이눔아, 엄마가 너 준 건데? 응? 엉?"
엄마 앞에선 약해지는 투투. 으릉거림은 멈췄지만 흰자위 드러난 눈을 희번덕하게 뜨곤 공을 사수한다.
"으이그, 또 시작이다. 망가뜨리지나 말아라, 이눔아."
버튼을 알았는지, 투투의 이빨에 눌렸는지 공은 또 스스로 굴러다녔고 투투는 재미나게 쫓아다녔다. 다시 10분쯤 흘렀을까. 아드득 소리가 났다. 입에 물기엔 큰 공을 투투가 물어뜯고 있었다. 너무 딱딱한데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투투, 물어뜯으면 안 돼"
하는 순간 공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떼구루루 굴렀다. 순식간이었다. 뚜껑 역할을 하는 부분과 건전지가 들어있는 부분으로 나뉘어 빙그르르 뒹굴었다. 그리고 분리되는 와중에 작동버튼이 눌렸는지 건전지가 있는 반쪽이 미친 듯 돌아다녔다. 투투는 멍하니 분리된 것들을 쳐다보았고 엄마는 기가 막혔다.
"헐~~"
'억... 어쩌지'
"투투야.... 한 시간은 갈 줄 알았다. 엄마가 투투를 장마철에 떠내려가는 수박 껍데기로 봤구나. "
'어... 쩌죠? 왜 이렇게 됐지?'
"어쩌긴, 뭘 어째. 이미 공은 망가졌어."
'힝~재밌었는데....... 엄마, 어떻게 좀 해 주세요.'
"어디 보자. 이런 버튼이 망가졌잖아. 아니, 어떻게 이 딱딱한 걸 물어뜯니? 너 이 튼튼해서 좋겠다. 엄마는 이가 아파 오징어도 못 먹는데, 부럽다. 이눔아."
'에휴~ 모르겠다. 모른 척 하자'
공이 두 부분으로 분리되어 멈춰버리자 투투는 관심도 집착도 사라졌다. 엄마가 공을 만져도 모른 척한다.
하루는 가지고 놀 줄 알았는데 30분도 채 못 가 망가뜨리다니, 장난감을 주신 호구 1께 죄송하다. 주신 보람이 없다.
"투투야, 너도 황당하지? 이렇게 금방 망가뜨릴 줄 몰랐지? 망가져서 너도 실망했지? 하긴, 네가 뭐 일부러 그랬겠니? 그래도 이눔아, 하루는 가야지. 아까워서 어쩌냐. 응? 엉?"
아깝다는 말에 벌떡 일어난 투투, 반쪽 공이라도 자기 꺼라며 다시 공을 지키기 시작했다. 엄마와 형아는 망가진 거 안 가져간다, 너 다 가져라, 관심 없다 하니 하품을 크게 하며 스트레스를 표현했다. 그러더니 자꾸 눈치를 본다. 그런 투투에게 관심 없는 척 가족들은 발연기를 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아빠에게 투투 저눔이 어쩌구 저쩌구... 저 딱딱한 걸 저렇게 분리해놓고 반쪽을 지키고 있다고 흉을 보았다. 제 이름은 어찌 아는지 이름이 불릴 때마다 투투의 귀가 쫑긋거리며 뒤돌아 본다. 사정을 들은 아빠가 한 마디 했다.
"이눔아, 하루는 갖구 놀아야지."
호구 1님께는 주말 내내 잘 가지고 놀았다고 거짓말을 해야 하나, 어쩌나.... 엄마도 쩝~쩝~ 입맛만 다셨다. 투투는 다시 심심해졌다.
에구, 이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