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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에게 꽂히다

투투 이야기

by Eli

연일 10도의 기온으로 따뜻하더니 여기저기서 개구리 소리가 들립니다. 우루루루, 꾸루루르륵 하며 꽤 요란합니다. 개구리가 출현하면서 투투와의 산책은 순조롭지 않습니다.



길가 옆 수로에서 부화된 개구리들이 요란하게 울어댑니다. 꾸륵, 끄르르륵, 북북북...

투투가 흥분하기 시작합니다. 서둘러 마킹을 하고는 달려가 물 고인 수로 안쪽을 노려봅니다. 요즘 제멋대로 다니려는 경향이 있어서 가슴줄만 하던 투투는 목줄도 했습니다만 소용이 없습니다. 엄마를 마구 끌고 뛰어온 투투는 개구리들이 울어대는 수로에 도착해 안절부절못하며 코를 들이밀고 물에 들어가려 합니다. 산책은 잊어버리고 개구리들에게 꽂혀 꼼짝을 안 합니다.

고양이가 지나가는데도 고개만 들어 슬쩍 볼뿐, 수로만 노려봅니다.


들여다보니 온통 개구리 알들입니다. 굉장히 많습니다. 일부는 이미 부화되어 꾸르르르 거리며 이구동성으로 요란합니다. 꾸르르륵 북북 울던 개구리들이 투투가 다가가자 조용해집니다. 물속에 숨느라 썩은 낙엽들이 물에 잠겼다가 떠오르면서 작은 물살이 일어납니다. 한바탕 소란스럽던 수로가 숨을 참습니다.


개구리라고, 저건 개구리 알이라고, 봄이 된 거라고 하며 산책 가자고 채근을 해도 투투는 꼼짝을 안 합니다. 구멍이 숭숭 난 하수구 덮개가 무서워 다가 가지도 않는 녀석이 과감히 올라가 바위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고 개구리를 쫓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돌아 나와 깊은 수로 안쪽을 노려봅니다. 미끄러지면서 발이 물에 닿자 얼른 다시 올라오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정말 한참을 저렇게 수로를 노려보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시간을 보니 20분이 넘어갑니다. 엄마가 집에 가자고 해도 요지부동입니다. 개구리들은 지금 새로 태어났다, 걔네들을 방해하면 안된다, 뱀이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 길을 그냥 가자, 하면서 투투에게 호소했으나 녀석 본 척도 안 합니다. 줄을 놓아버리고 뒤도 안 보고 엄마가 가는데도 꼼짝을 안 합니다. 보통은 엄마에게 마구 뛰어와 엄마를 흐믓하게 했었는데 도통 소용이 없습니다.


할 수없이 투투를 안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반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12kg을 안고 걷는 엄마는 숨이 차기 시작합니다. 무겁습니다. 엄마의 팔에 안겨 있으면서도 머리는 개구리들이 있는 수로를 향해 단단하게 돌아가 있습니다.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에서 투투를 내려놓으니 또 고집을 피웁니다.

이번에는 반협박을 합니다. 알아들었는지, 협박이 먹혔는지 앉아있던 녀석이 일어납니다. 대문 앞에 이르자 또 고집을 피웁니다. 안아서 마당에 들여놓고 줄을 풀어주니 다시 대문으로 가서 엄마를 쳐다봅니다. 개구리들에게 다시 가자는 제스처입니다.



요즘 매일 이렇습니다. 아빠는 재미있다며 웃지만 엄마는 무척 힘이 듭니다. 녀석도 버티느라 힘들었는지 한숨을 푸~우 하곤 누워 잠이 듭니다. 당분간 투투와의 산책은 극한직업이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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